[미디어펜=김소정 기자]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6일 국회 운영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과 북한 핵실험에 대해 오답을 주고받은 일은 여당의 사실관계도 무시하는 ‘자의적 잣대’를 실감케 했다.
당시 표 의원이 ‘문재인정부 들어 북한의 핵실험이 몇 번 있었냐’고 묻자 노 실장은 “두번인가” 라고 했고, 표 의원은 “한번도 없었다”고 했다. 더구나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도 처음에 “없었다”고 했다가 “한번”으로 정정했다고 한다. 북한은 문재인정부에서도 핵실험을 한번 했고, 사정거리가 5500㎞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세번 발사했다.
북한은 ICBM 외에도 문재인 대통령 취임 5일째인 2017년 5월14일 ‘화성-12형’ 탄도미사일을 시작으로 그달에만 21일 ‘북극성 2형’, 29일 스커드미사일을 개량한 지대함 탄도미사일을 쏘아올렸다. 단거리미사일도 수없이 많이 쏘았다.
그리고 지금 본격 핵담판을 위한 실무협상을 앞두고도 북한의 미사일 시위는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표 의원이 문재인정부 들어 북한의 위협적인 무력도발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면 이 정부에서 특히 안보의식이 결여된 여당의원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북한의 핵실험과 ICBM 발사를 꼽아보면 7월4일 발사한 ‘화성-14형’이 있다. 당시 비행시간 37분에 사거리 6700㎞으로 미국정부는 큰 충격을 받았고, 한국정부도 상심했다. 북한은 7월28일 화성-14형을 두 번째 발사했고, 9월3일에는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또 11월29일 정상 각도 발사일 경우 사거리가 1만3000㎞로 추정되는 ‘화성-15형’을 발사했다.
당시 미사일 발사를 참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오늘 비로소 국가 핵무력 완성이 역사적 대업, 로케트 강국 위업이 실현됐다”고 말했다. 동시에 많은 전문가들은 핵무기와 ICBM 개발을 완성한 김정은정권이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그 이유로 북한이 경제적 보상을 노리기보다 핵보유국 인정을 바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북한은 2018년 2월 평창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 김정은 위원장의 친여동생인 김여정 등이 포함된 대표단을 참석시키면서 남북 및 북미 대화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 대화가 시작되기까지 북한의 ‘미사일 총력전’은 치열했고, 비핵화 협상이 고비를 맞은 지금도 북한에는 여전히 미사일이 필요해보인다.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6일 황해남도 과일군 일대에서 ‘신형전술유도탄’ 발사 현장을 지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했다./조선중앙통신
지난 6월30일 사상 초유의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이 있었지만 북한은 그 전후로 탄도미사일과 방사포 발사를 이어가고 있다.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핵담판이 성사되든 그렇지 못하게 되든 북한은 신형 무기 개발에 여념이 없는 모양새다. 김정은이 이미 말한 대로 ‘새로운 길’을 향한 행보일 수 있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꼽아보면 5월4일 원산 호도반도에서 자신들이 ‘전술유도무기’라고 밝힌 KN-23(이스칸데르급) 두발, 5월9일 평북 구성에서 ‘장거리타격수단’이라고 밝힌 KN-23(이스칸데르급) 2발에 이어 7월25일 원산 호도반도에서 ‘신형 전술유도무기’라고 밝힌 KN-23(이스칸데르급) 2발을 발사했다.
또 7월31일 원산 갈마반도에서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라고 밝힌 신형방사포 2발, 8월2일 함경남도 영흥에서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라고 밝힌 신형방사포 2발을 발사한 데 이어 8월6일 황해남도 과일에서 ‘신형 전술유도탄’이라고 밝힌 KN-23(이스칸데르급) 2발을 쏘았다.
북한의 최근 잇따른 미사일 시위는 2018년 무력 도발을 자제하던 것과 분명 달라진 모습이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하지 않고 있는 점에서 미국과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한미훈련과 스텔스전투기 ‘F-35’ 반입, ‘패트리엇-3’ 도입에 반발하고 있는 것은 체제안전보장이라는 협상 기준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노이회담이 결렬된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상당한 굴욕감을 느꼈다는 후문이 있다. 대미‧대남 라인을 모두 교체하고 이전 협상 실무진들에 대한 대대적인 감찰도 폈다. 무엇보다 남한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를 하지 말라”고 비난했고, 미국을 향해서는 “새로운 셈법을 갖고오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6.30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에 나선 것도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북한의 체제안전보장 요구의 수위는 한미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로 강경해질 수 있고, 이미 북한은 북미협상의 허들을 높여서 더욱 복잡한 셈법을 구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제재 완화를 테이블 위에 올려놔야 북미협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을 볼 때 결국 미국이 하노이회담을 다시 치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북미 간 물밑협상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북한의 대남 협박은 미국에 대북제재 완화를 압박하라는 메시지로 들린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극일 해법으로 남북경협을 새삼 강조하고 나섰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거론하고, 중국이 한국과 일본을 향해 “미국의 총알받이가 되지 말라”고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문재인정부가 동맹에 기반한 냉철한 현실 인식을 갖추지 못한다면 한반도에서 총체적인 불확실성만 키울 뿐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