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민주평화당 내 비당권파인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 연대’(대안정치)가 8일 집단 탈당을 선언했다. 바른미래당도 손학규 대표를 싼 당권·비당권파의 집안싸움으로 연일 시끌시끌하다. 총선이 불과 수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제 살길을 찾아 나선 야권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야권이 분당과 내홍에 휩싸인 근본 원인은 낮은 지지율에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 자릿수 대 지지율도 간신히 나오는 상태에선 내년 총선을 기대하기 힘들 거란 판단이 작용했다는 논리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평화당 내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 연대'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하고 있다./연합뉴스
◇평화당 비당권파 10명 탈당하기로
대안정치 대표를 맡고 있는 유성엽 평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어 “대안정치 소속 의원 전원이 평화당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모두 열 분”이라며 “창당 1년 반 만에 당을 떠나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지만, ‘제3지대’ 신당 창당이라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애써 생각해본다”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 등 10명의 대안정치 소속 의원들은 오는 12일 탈당 기자회견을 연다.
유 원내대표는 탈당 의사는 밝혔지만, 정동영 대표를 포함한 당권파에게 여지는 줬다. 탈당 기자회견이 예정된 12일까지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그는 “(정 대표에게) 제3지대 결속을 위해서 당대표직을 내려놓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자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당권투쟁으로 받아들이며 거부했다”며 “12일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대화를 통해 극적 타협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대안정치가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한국 정치의 재구성’이다. 유 원내대표는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역점적으로 추진할 정치 주체를 만들어내자는 뜻이 있다”고 했다. 때문에 일각에서 제기되는 바른미래당 입당설에 대해서는 “평화당보다 상태가 더 안 좋은 데가 바른미래당”이라며 “제3지대에 그분들(바른미래당)이 합류할 순 있어도 우리가 바른미래당에 가는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동영 체제’의 낮은 지지율이 탈당 명분으로 꼽힌다. 대안정치에 속한 박지원 의원은 전날 MBC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정 대표는 대표에 출마하면서 (취임) 1년까지 당 지지도 10%를 올리겠다고 했는데, 현재 줄기차게 1~3%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다. 군소정당이라지만 존재감을 확인시키고 있지 못하다”며 “특히 우리 홈베이스인 혼남에서조차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짚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왼쪽)과 오신환 원내대표./연합뉴스
◇‘손학규 검증’ 싸고 당내 분란 지속
바른미래당은 손 대표를 대상으로 한 혁신위원회의 ‘검증’ 시도를 놓고 분란이 이어지고 있다. 혁신위 측에선 손 대표를 검증대에 올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손 대표는 응하지 않는 형국이다. 대신 다음 주 중으로 총선 비전과 정계개편에 대한 구상 등을 담은 ‘손학규 선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혁신위는 지난 5일부터 지도부 인사에 대한 공개검증에 돌입했다. 총선 승리를 위한 지도부의 역량을 검증하겠다는 것. 특히 손 대표의 재신임 여부를 묻겠다는 의도가 강하다. 현재까지 오신환 원내대표를 비롯해 하태경·이준석·권은희·김수민 최고위원 등 비당권파가 검증에 참여했다. 혁신위의 활동 기한은 오는 15일까지다. 다만 손 대표의 검증 불참 의사가 확고해 충돌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결국 ‘손학규 재신임론’이 대두된 배경에는 평화당과 마찬가지로 지지부진한 당 지지율이 있다. ‘추석 전 지지율 10%’를 공언한 손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부호를 제기하는 것이다. 비당권파인 지상욱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 지지율은 처참하다. 국민은 이미 우리 당을 조롱하고 있다”며 “언제 (지지율) 10%가 되겠나. 10% 미달 시 사퇴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잊었나”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유승민 향한 통합 ‘러브콜’
자유한국당에서는 당 지도부로부터 ‘보수통합론’이 거론됐다. 특히 나경원 원내대표가 유승민 전 대표를 콕 집어 입당을 권유하면서 야권 전반에 파장이 생겼다. 나 원내대표는 전날 보도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유 전 대표와 통합) 안 하면 우리 당은 미래가 없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다른 야당처럼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총선에 대한 불안감도 나온다. 근래 일본 경제보복 국면에서 한국당을 향한 ‘친일 프레임’이 고착화하는 등 악재가 생기면서다. 야권 관계자는 “지지율이 내림세인 한국당이 보수통합 카드를 꺼내 든 모습”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