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크린룸 [사진=삼성전자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반도체 소재 중심으로 격화되고 있는 한일 무역분쟁과 관련, 해외 기관들은 일본의 '현 수출규제가 전면적인 수출제한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규제 자체는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기관들은 수출규제 강도와 관련, 한일간 높은 무역의존도, 밀접하게 연관된 공급체인, 日 수출 업체들의 부담 등을 감안하면, 일본이 한국에 대해 광범위한 금수까지 단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규제 기간과 관련해선, 한일 모두 先양보에 대한 부담, 국내 정치변수, 미국 등 국제사회의 소극적 중재 등으로 인해, 단기간내 해결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ML)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맞대응'한 것은 무역분쟁이 끝나기 어려움을 시사한다"면서, 양국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게 보지만, 단기간내 해결될 가능성도 낮다'고 평가했다.
스위스연방은행(UBS)은 단시일 내 긴장 완화는 어려울 것이라며, 갈등이 '장기화하거나 분쟁 강도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번 분쟁의 한국경제 영향과 관련해서는,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따른 경제 영향이 단기·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으나, 규제가 장기화되고 차질을 받는 부문이 확대될 경우, 일본 의존도가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경제영향이 커질 것이라는 시각이 상당하다.
산업별 재고 보유에 따른 대응여지 등으로 단기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과, 일시 차질을 빚을 수는 있겠지만 日 부품업체들의 적응, 일본의 과도한 심사 자제 등으로 전체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골드만삭스는 양국 경제의 상호 의존성과 日 부품업체들이 2~3개월 내 수출허가를 취득하는 등, 새로운 수출환경에 적응할 것이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이번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에 따른 경제적 영향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무디스는 실질적 금수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한국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감당할 만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고, BoA-ML은 "금번 조치에 따른 무역차질은 관리가능한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추가검사 강화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우리측의 일본산 소재·장비 국산화 및 대체수입선 확보 노력에 따라 유동적이나, 일본의 수출규제가 장기화·광범위화될 경우, '국내 주력산업의 대일 의존도'를 감안하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BNP파리바는 화이트리스트 제외시 반도체 외에 전자부품, 의약품, 기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고, 씨티은행은 수출규제 장기화는 한국 경제에 적잖은 영향이 있다며, 제제부문 외에 여타 부문으로도 확산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미중 갈등으로 '하반기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됐다고 전했고, 무디스는 일본이 장기간 특정 소재 수출을 불허할 경우, 차질은 상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한일 분쟁이 '금융시장에 일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제재가 장기화할 경우 기업실적 및 실물경제 악화 우려로 인한 '위험회피 성향 거래'로, 국내 금융시장의 하방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BoA-ML은 최근 성장률 전망치 하락, 고용 및 생산 부진과 함께 한일 무역갈등 심화가 '투자자들의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를 증대'시키고 있다고 전했고, 크레딧스위스(CS)는 화이트리스트 제외는 예상된 결과로, 투자자들은 당분간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주가는 상반기를 연저점으로 하반기에 회복 가능성이 있어, 투자의견을 중립 (market-weight)으로 상향한다며, 한국 기업들이 대체재를 찾고 있어 '한일 무역전쟁 관련 우려는 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반면 씨티는 한일 갈등이 연내 해결되면 기업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예상보다 장기화될 경우 '기업실적 악화 및 주가의 하방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으며, CS는 한국의 주가는 이번 악재의 일부 선반영에도 불구, '전망은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BoA-ML도 한국 기업들은 이미 거시경제 여건 약화 등으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며, 긍정적인 재료가 부족한 가운데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 주식 순매수 둔화 등과 더불어, 당분간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해외 기관들은 이번 수출규제가 '심각한 공급차질' 상황으로 이어질 경우,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 및 전 세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한일간 높은 경제 연계성으로 인해 일본 경제도 이번 수출 규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시각이 많으며, 또한 한일 경제를 넘어 아시아 역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UBS는 한국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 경우 베트남, 중국으로도 '영향이 전이될 것'으로 전망했고, 글로벌 경제 영향은 수출규제가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공급체인이 차질을 빚을 경우, 세계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금융센터는 "일본의 對한국 수출규제가 ▲예상보다 장기화 될 수 있으며 ▲한국경제 및 금융시장에 대한 하방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규제 영향 ▲양국간 대응 향방 등 불확실성이 상당한 가운데, 향후 국내경제·금융시장에 대한 해외시각이 추가 악화될 수 있는 점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