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9일 단행한 개각과 관련, 여야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개각이 ‘적재적소 인사’라고 자평했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총선용 개각’이라고 비판했다. 여야가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면서 향후 인사청문회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오늘 개각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의 완성으로 ‘다 함께 잘 사는 혁신적 포용국가’ 건설을 위한 국정철학과 의지가 반영된 적재적소 인사”라며 “대외 여건이 급변하고 있고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면서도 개혁적인 정책을 추진해 민생과 경제를 위한 성과를 내는 데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 박삼득 국가보훈처장 내정자./청와대
이 대변인은 또 “이번 개각으로 입각하는 후보자들이 하루빨리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국회의 검증과 인준 과정에 초당적 협력을 기대한다”고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의 협조도 구했다.
반면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이번 개각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침몰하는 대한민국과 위기에 빠진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경제 해결책은 ‘기승전 북한’, 내각 해결책은 ‘기승전 조국’에 불과했다”며 “개각이 아니라 인사이동 수준이다. 오직 내년 총선에만 몰두하고 있는 청와대의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총선용 개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이번 인사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극일’에 힘써야 할 관료들이 총선 출마 예정자 이름표를 달고 청와대를 떠나 금배지를 달겠다는 욕망의 메시지”라고 평가 절하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문책을 해도 모자랄 판이다. 대통령의 ‘각별한 조국 사랑’이 빚은 ‘헛발질 인사’, ‘편 가르기’ 개각”이라며 “잇단 외교 참사, 안보 참사에 야당이 강조해온 외교·안보 라인 쇄신에 대해서 전혀 들을 생각이 없는 문 대통령이다. 결별해야 할 사람들과 결별하지 못하는 대통령, 국정쇄신은커녕 국정쇠퇴만 불러올 뿐”이라고 한국당과 궤를 같이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아쉬운 개각이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외교와 국방이 개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특히 “논란이 많은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내정한 것은 문재인 정부에 큰 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논평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대체로 각 분야에서 경험과 전문성,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인사들을 배치한 무난한 개각이라고 판단한다. 다만 대한민국 개혁을 위한 전환점이 아닌 총선 대비용이라는 인상을 준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후보자 자질과 도덕성 검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각 명단에서 야당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한 인사는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조 전 수석이다. 한국당에서는 ‘야당과의 전쟁 선포’, 바른미래당에서는 ‘국회와 싸우자는 것’이라는 격앙된 발언까지 나왔다. 여야는 향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조 전 수석 내정은) 야당 무시를 넘어 야당과 전쟁을 선포하는 개각”이라고 지적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입장문을 통해 “역사상 가장 무능하고 시끄러웠던 조 전 수석을 끝내 법무장관에 앉히고 외교, 국방 등 문제 장관들을 유임시킨 것은 국회와 싸워보자는 이야기”라며 자질·도덕성 등 인사청문회에서의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