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어딘가 과연 큰 그릇이라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이병철 『호암자전』 중에서
이승만 건국대통령에 대한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평가다. 후손들에게 ‘박한’ 평가를 받고 있는 이승만을 알아본 이병철의 식견이 놀라웠다. 이승만의 ‘큰 그릇’을 알아본 이병철이야 말로 진정한 ‘큰 그릇’임을 느끼게 한 대목이기도 하다.
이후 이승만과 동시대를 살았던 1세대 기업인들의 기억이 궁금했다. 기업인들의 눈에 비친 ‘대통령 이승만’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고 싶었던 거다. 그러나 이에 대한 기록은 전무했다. 유일하게 이병철만이 『호암자전』을 통해 이승만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승만의 ‘신념’을 이해하고 있었던 이병철은 훗날 용인 호암미술관 앞뜰에 맥아더장군의 동상과 함께 이병철의 동상을 세운다. 그러면서 “이승만 박사와 함께 맥아더 장군이 없었더라면, 한국의 독립과 6.25의 전승이 과연 있었을까 하고 나는 항상 생각하고 있다”고 회고한다.
근현대사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건국대통령의 동상은 늘 철거 대상이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동상의 입지는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 호암미술관에 이승만의 동상이 있다는 이야기가 반가웠다. 하지만 현재 호암미술관 앞뜰에는 해당 동상과 동판이 없다.
없앤 것이라면 누가 없앴는지, 없앤 후 그 동상은 어디로 간 것인지 궁금했다. 호암미술관 측에서는 워낙 오래된 일이어서 어떤 이유에서 동상의 자취가 사라진 건지 기억하는 이가 없다고 했다.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은 호암미술관 앞뜰에 존경의 의미를 담아 맥아더와 이승만 동상, 그리고 인천상륙작전 동판을 세웠다. (위) 호암미술관에 있었던 동상과 동판과 (아래) CJ제일제당 인천제1공장 입구에 세워진 동상과 동판. /사진=(위)호암자전, (아래)미디어펜
그러다가 얼마 전 해당 동상이 CJ제일제당 인천제1공장에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후 제일제당 공장에 가보니 실제로 『호암자전』에서 본 그 동상이 공장 입구에 세워져 있었다. 다만 제일제당 측에서도 해당 동상이 어떤 연휴로 그곳에 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동상을 찾은 것은 반갑고 감사한 일이지만 이에 대해 기억하는 이가 없다는 사실은 쓸쓸했다.
해방 직후 무려 70% 국민들이 사회주의 이념에 찬성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승만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고집’에 감사할 수밖에 없다. 만약 당시 이승만이 ‘국민들의 뜻’을 존중해 사회주의 국가를 만들었다면 오늘 날의 대한민국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승만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다. 관심이 없거나, 부정적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런 와중에 동시대를 살았던 이병철이 이승만의 업적을 이해하고 있었던 기록을 만나니 경이로움이 배가 됐다.
1등 기업을 일군 이병철의 암묵적 지식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에서다. 동시에 어렵게 찾아낸 이 동상에 누군가 해코지를 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누가 뭐래도 ‘자유’의 소중함을 알고 그 이념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건국한 대통령, 그리고 그 안에서 1등 기업을 일궈낸 기업인이 있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 노력의 결실을 누리고 있는 우리가 감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