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진의 기자]정부가 지난 12일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를 4년만에 부활시켰다. 2015년 집값 폭등 등 다양한 부작용으로 중단됐던 해당 규제가 다시 등장하자 수요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당정협의 참석한 김현미 장관/사진=연합뉴스
이번에 발표된 대책을 통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지정 필수요건이 기존 '직전 3개월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초과인 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바뀌었다.
현재 정부가 지정한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25개구 모든 지역 △과천 △성남분당 △광명 △하남 △대구수성 △세종 등 31개 지역이다.
2007년 9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전국에 동시 적용했던 과거와 다르게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에 한정하는 방안을 선택해 가격 불안 진원지를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정부가 예상보다 빠르게 시장 대응에 나섰고, 실수요자들을 위한 정책은 맞다"며 "단, 무주택자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지만 결국 당장의 갈증만 해소될 뿐 향후 집값은 겉잡을 수 없게 폭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택지로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한 것은 2007년 9월부터다.
당시 전국에 걸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서 수도권 투기과열지구를 중심으로 공공택지는 61개, 민간택지는 7개의 분양가 세부 항목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글로벌 경제 위기 등이 겹치며 주택사업이 위축되자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추진했다.
하지만 국회 반대에 폐지가 어려워지자 민간택지내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탄력적용'하는 방향으로 돌려 상한제 적용 기준을 대폭 완화에 나섰다.
△ 최근 3개월간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10% 상승하거나 △ 최근 연속 3개월간 청약경쟁률이 20대 1을 넘거나 △ 3개월 아파트 거래량이 전년보다 200% 이상 증가한 경우로 적용 기준을 까다롭게 바꿔 시장에서 작동이 불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서울 홍제동 일대 아파트 전경./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들어서고 또 주택시장이 과열되자 2017년 11월 분양가 상한제 적용 기준을 이전보다 강화했다.
현재 주택법 시행령상에 있는 최근 3개월 집값 상승률이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한 곳 중 △1년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했거나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간 청약경쟁률이 일반 주택은 5대 1, 국민주택규모(85㎡) 이하는 10대 1을 초과했거나 △3개월 주택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경우로 바꾼 것이다.
그러나 이 기준도 시장에 적용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상한제를 적용할 의지가 없다 보니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정부는 최근까지도 상한제를 시행하는 대신 주택분양 보증 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고분양가 관리 기능을 맡겨 간접적으로 분양가를 통제하는 방식을 취했다.
역대 최강이라 불렸던 9·13부동산 대책이 시행 1년도 지나지 않아 서울 집값이 다시 상승 전환하고,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후분양을 통해 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해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결국 5년 가까이 묶어뒀던 분양가 상한제를 다시 푼 셈이다.
이번 상한제 적용 대상 지역은 투기과열지구내에서 분양가 상승률과 청약경쟁률이 높거나 거래량이 급증한 곳이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실시로 낮아진 분양가는 청약 대기수요의 분양시장 관심을 증폭 시켜 인기 지역에서 '로또 청약'이라는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청약을 위해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며 임차시장에 머무는 분양 대기 수요가 많아지면서 아파트 입주량이 적은 지역은 전셋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서울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A씨는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은 단기간 조정될 듯한 조짐을 보일 수 있지만, 결국 규제 영향을 받는 곳과 피한 곳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10월 5주차 이후 33주 연속 하락했던 서울 전셋값 변동률은 잠시 보합을 기록하다가 지난달 첫째 주 이후 6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올해 서울에서 아파트 입주 예정 1만9465가구 가운데 7256가구(37.2%)가 쏠려 있는 강동구, 이르면 10월 이주 가능성이 있는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는 인근 지역 전셋값 상승이 두드러질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는 로또 청약을 정당화하는 것이고 결국 청약담첨자(수분양자)들에게 몰아주는 꼴"이라며 "정부는 해당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집값이 잡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과거에도 증명된 바 있어 실효성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유진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