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지난달부터 파업 사전절차를 밟아온 자동차 업계 노동조합들이 휴가 직후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교섭 재개’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경제위기가 엄중한 마당에 파업으로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는 여론이 팽배한 가운데, 그동안 친 노동계 성향을 보여 왔던 정부에서조차 파업 자제를 당부하자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日경제공세에 車노조 "파업보다 교섭 재개"…'여론의식' /사진=미디어펜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지난 13일 오후 중앙쟁의대책위원회 1차 회의를 열고 14일부터 20일까지 일주일을 '집중교섭을 위한 성실교섭 기간'으로 정하기로 했다.
당장 14일부터 교섭을 재개하고 성실교섭 기간에는 파업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다만 19일부터는 특근을 거부하고 사측이 전향적인 제시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20일 쟁대위 2차 회의를 열어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기아차 노조 역시 전날 가진 쟁대위 1차 회의에서 앞으로 2주간을 집중교섭 기간으로 정했다. 현대차 노조와 마찬가지로 이 기간에는 파업을 하지 않고 사측과의 교섭에 집중하기로 했다.
사측이 정년연장과 신규인원충원 등 전향적인 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26일 2차 쟁대위 회의를 열고 파업 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지엠 노조도 파업보다는 교섭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이날 사측과 8차 교섭을 진행하는 등 휴가 복귀 직후부터 교섭에 집중하고 있다. 이날부터 이틀간 출근투쟁을 진행하고 14일 총력결의대회를 열어 사측을 압박한다는 방침이지만 당장 조업에 차질을 빚는 파업 일정은 잡지 않았다.
금속노조 산하인 이들 완성차 3사 노조는 여름휴가 이전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로부터 쟁의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냈고, 파업 찬반투표를 통해 조합원들의 동의도 얻는 등 합법적 파업을 위한 사전절차를 모두 마무리 지은 상태였다.
집행부의 결정만 있으면 바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상태라 여름휴가 직후 줄파업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동안 파업권을 확보하면 일단 실력행사를 하면서 사측을 압박해 더 나은 제시안을 받아내는 게 완성차 업계 노조의 전형적인 전략이었다.
이런 우려와 달리 노조가 파업보다 교섭에 집중하게 된 것은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국가경제가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노조까지 파업에 나서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노조는 자체 소식지를 통해 "휴가 이후 본격적인 쟁의행위 돌입 시기에 한일 경제전재의 핵심인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사안이 맞물려 상무집행위원들은 많은 고민과 토론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경제 상황이 엄중하고 일본의 경제공격을 받고 있으니 파업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한 부분도 언급했다.
기아차 노조 역시 일본의 한국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 사태를 엄중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기아차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일본이 자행한 한국 백색국가 제외는 명백한 경제침탈"이라며 "자동차산업의 경우 일부 핵심부품과 전기차·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소재에 대해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기아차 노조는 지난 12일 사측에 공문을 보내 차기 교섭에서 일본산 수입부품 품목에 대한 자료제시와 추가긴급논의를 요구했다. 이를 통해 기아차와 부품사 등에 발생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에 상황에서 파업을 벌일 경우 비난 여론이 악화될 것이라는 부담과, 해당 사안이 당장 완성차 업체들의 가동률에 영향을 주면 근로자들도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현실 인식이 완성차 업계 노조의 투쟁 수위 조절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도 파업 자제를 당부하는 상황에서 파업에 돌입할 경우 고립무원의 상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일부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