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야당 대표가 광복절 전날 대국민 담화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15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74주년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메시지를 낼 예정이다. 황 대표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참으로 암담하다. 경제는 사면초가, 민생은 파탄지경, 안보는 고립무원”이라고 운을 뗐다.
황 대표의 이날 발표는 국회 로텐더홀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이뤄졌다. 황 대표는 담화를 통해 “지금 문 대통령과 이 정권은 실패했다. 대한민국을 잘못된 길로 끌고 가고 있다”며 “5년 단임 정권이 영속해야 할 대한민국의 체제를 바꾸려다가 지금의 국가적 대위기를 불러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광복절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또 “이 정권이 말하는 ‘민주주의’부터 우리의 헌법 정신인 ‘자유민주주의’와는 사뭇 다르다.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을 되찾는 것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근본”이라며 △잘사는 나라 △모두가 행복한 나라 △미래를 준비하는 나라 △화합과 통합의 나라 △한반도 평화의 새 시대를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황 대표는 “누가 뭐라고 해도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의 근본 토대는 결국 경제적 풍요”라며 “소득이 성장을 이끈다는 이 정권의 정책은 출발부터 틀렸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까지 모든 경제 주체들이 활기차게 일해서 이윤을 창출하고, 이를 투자로 이어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늘어난 소득이 국민 행복으로 이어지는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복지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무상복지나 현금 살포가 복지 확대의 길이 돼서는 지속 가능성도 없고 미래도 없다”며 “꼭 필요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시기에, 꼭 필요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맞춤형 복지정책을 펼쳐가야 한다. 일하면서 행복을 찾는 생산적 복지를 만들 것”이라고도 했다.
황 대표는 이밖에도 인공지능(AI), 바이오, 서비스 산업 등 미래산업 육성이나 저출산 해결, 새로운 교육 정책, 시장경제에 부합하는 부동산 정책, 청년과 서민층을 위한 임대주택 보급 확대 등을 언급했다.
아울러 정부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는 “한반도 평화의 가장 중요한 선결 요건은 북핵의 완전한 폐기로, 우리가 어설픈 중재자가 돼서는 안 된다”며 “다양한 남북 대화의 틀을 모색하겠다. 통일 비용 준비와 남북한 사회적 갈등 해소 방안도 선제적으로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은 동맹보다 국익을 우선하고 있고, 일본과는 절연을 눈앞에 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나온다”고도 짚었다.
◇“우파 힘 합쳐야…시간 걸릴 문제”
황 대표는 이날 담화에서 보수 통합 메시지도 던졌다. 황 대표는 담화 발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보수 통합에 대한 질문에 “헌법 가치에 동의하는 자유 우파가 모두 합쳐야 한다. 그것이 제가 꿈꾸는 대통합”이라며 “한국당의 문호는 항상 열려 있다”고 답했다.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계부터 우리공화당 등 태극기 세력까지 포괄하는 보수 통합이 필요하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러한 방향성은 기존 황 대표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 대표는 지난 2월 전당대회 때부터 보수통합론을 꺼내 들었다. 근래 “자유 우파가 셋으로 나뉘어 싸워선 안 된다. 하나가 돼야 한다”고도 피력한 바 있다. 황 대표는 “원칙에 따른 통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움직이고 있다”며 “통합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문제”라고 나름의 변(辯)을 내놨다.
황 대표는 내년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당이 총선에서 꼭 이기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당원들이 바라는, 국민의 뜻에 합치하는 길이라면 어떤 십자가라도 지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비례대표를 포함한 출마 가능성을 두고서는 “당은 비례대표를 폐지하자는 선거법 개정안을 내놓고 있다”며 “비례대표는 의미 없는 이야기 아니겠나”라고 했다. 지역구 출마에 무게를 둔 대목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