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내년 4월 얼라이언스 가입과 동시에 2만3000TEU급 초대형 선박이 인도되면 오랫동안 정부의 집중 지원을 받아온 배재훈호 현대상선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현대상선은 초대형 선박을 투입키로 한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조직개편과 노선확대를 통해 내년 흑자기업 도약을 위한 준비 작업을 선행하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올해 상반기 지역별 운송수익은 미주가 1조288억원으로 전체 매출 비중에서 39%를 차지했다. 이어 아주(아시아)가 7119억원으로 27%, 구주(유럽)가 4328억원으로 16.4%의 비중을 기록했다.
현대상선은 선대 확대, 운송비용 절감을 통해 유럽지역 매출을 키워 도약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내년 4월 부터 세계 3대 해운동맹 중 하나인 디 얼라이언스에 정회원으로 가입함과 동시에 2만3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12척을 인도받는다.
12척의 초대형 선박은 현대상선의 아시아·북유럽(AEX) 노선에 투입될 예정이다. 여기에 디 얼라이언스가 갖고 있는 유럽노선에까지 선박이 투입되면 선박 효율성은 물론 수익성 회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양밍, 하팍로이드 등 디 얼라이언스 회원사와 항만터미널 공유가 가능해 항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는 “디얼라이언스 가입 이후 현대상선의 아시아-유럽항로 물동량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3.2%포인트 오른 6.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 75만7000TEU 화물을 새롭게 유치하며 매출은 7832억원가량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번 인사에서도 유럽지역 관련 조직개편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미주총괄로 재직 중인 김정범 전무는 구주본부장으로 이동해 유럽발 노선의 총괄 업무를 진두지휘한다. 현대상선 전체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하는 미주 노선을 책임지던 김 전무가 구주본부장으로 이동하는 것은 현대상선의 중심축이 유럽지역으로 이동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구주본부장을 맡고 있던 김경섭 상무는 유럽지역 중에서도 물량이 많은 독일의 법인장으로 발령 받았다.
현대상선은 영업에 능통한 현지 전문인력도 영입할 예정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해외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백홀(Back Haul)은 한국에서 해외로 나가는 헤드홀(Head Haul) 보다 화물을 채우기 어렵다”며 “내년 초대형선 도입을 앞두고 유럽서 현지 영업전문가 1명의 인선을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유럽노선 구주 4개 서비스 선복을 매입하는 등 유럽노선 길 닦기에도 나섰다.
현대상선은 오는 26일부터 디 얼라이언스의 유럽노선 구주 4개 서비스 선복을 매입해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의 유럽 노선은 10개로 늘어난다. 선복 매입은 동맹사간 배에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을 유상으로 거래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해운사 출신 배재훈 사장을 선임할 당시 산업은행 등은 배 대표의 조직관리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고 한다”며 “내년 선대 확대로 세계 1~8위 해운사들의 외형을 따라가는 데다 연료비도 절감되는 상황인 만큼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승부수를 띄워보겠다는 배재훈표 전략은 운임 등 외적 요인만 안정된다면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를 이끌 것으로 본다”고 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