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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지소미아 파기, 한미일 협력구도 깨는 '안보 자해' 행위

2019-08-19 17:56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김소정 외교안보부장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로 비롯된 무역전쟁이 이번주 한국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여부에 따라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오는 24일은 우리정부가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기한 만료일이며, 28일부터 일본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시행된다. 이런 가운데 20~22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일 외교장관회담이 열리게 되면서 이 기간 동안 한일 양자회담의 성사 여부와 그 결과도 주목된다.

정부는 당초 지소미아를 파기하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현재 전략적 모호성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19일에도 “지소미아 연장 여부는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았다”며 “현재 검토 중에 있고 결정된다면 그 결정된 내용에 따라 적정한 입장과 시기 및 방식이 정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과의 지소미아 유효기간은 1년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 유효기간이 5년이거나 아예 기간을 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특성을 감안해 정부와 여당은 지소미아 파기와 연장에 따른 득실을 저울질하고 있다. 마침 일본을 거쳐 방한하는 스티브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의 중재 역할과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연계시키려는 것으로도 보인다. 

정치권의 지소미아 파기 주장도 여전하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지소미아는 상호 신뢰가 근간인데 그게 없다면 실천적인 유의미성이 무엇이냐, 이런 문제를 당에서 재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9일에도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철회 전까진 지소미아 연장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일각에선 지소미아를 연장하되 군사정보 교환을 중단하거나 제한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협정의 틀을 유지함으로써 미국을 배려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일본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보복 국면에서도 정부가 안보 문제에서 만큼은 요지부동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유리한 카드가 아닐까 생각된다. 특히 지소미아 파기는 단순히 한일 간 문제가 아니라 한미일 협력구도를 깨는 것으로 ‘안보 자해’ 행위나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실상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우리가 미국이나 일본을 향해 ‘지소미아 카드’를 사용할 경우 돌이키기 힘든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더 크다. 특히 일본 때문에 우리가 한미동맹까지 흠집을 낼 이유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으로 한국을 압박하는 트럼프행정부에 우리의 일관성 없는 모습만 보여주는 꼴이 된다.
 
지소미아 정보는 무제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주의에 따라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로 사안별로 검토해서 등가성 있는 정보 교환으로 이뤄지고 있으니 우려할 것도 없다. 백승주 의원실이 국방부에서 보고받은 지소미아 연도별 정보교류 현황을 보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관한 정보인 군사2급비밀로 한정해 2016년 1차례, 2017년 19차례, 2018년 2차례, 2019년 5차례이다. 

일본이 당장 경제보복을 멈추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정부의 일본에 대한 압박은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해양 방출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일본의 원전 처리수 방출과 관련해서는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숀 버니 독일사무소 수석 원자력 전문가가 한국에 대한 위험성을 예고해 국제사회의 여론도 형성돼 있으니 이를 활용해 주도권을 잡는 고도의 외교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한일 갈등’이 시작될 때 ‘반일 감정’을 키워 내년 총선에 이용하려고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자초한 일이 있다. 일본의 선택이 잘못된 것은 분명하지만 문재인정부가 당초 일본에 대해 외교력을 잘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유효하다. 여기에 지소미아 파기까지 더한다면 정부‧여당이 지금 국면을 지속시키려는 정치적인 의도를 가졌다는 의혹이 커질 것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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