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효성그룹이 글로벌 톱3 탄소섬유(Carbon Fiber)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효성은 20일 효성첨단소재 전주 탄소섬유 공장에서 열린 '탄소섬유 신규 투자 협약식'에서 2028년까지 탄소섬유부문에 1조원을 투자, 연간 생산력을 2000톤(1개 라인)에서 2만4000(10개 라인)톤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일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로, 현재 1차 증설이 진행되고 있다.
효성은 증설이 끝나면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2%(11위)에서 10%(3위)로 올라서고, 현재 400명 수준인 고용인원도 2300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효성이 이같은 투자에 나선 것은 탄소섬유 시장 성장세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시장은 글로벌 시장의 4% 가량에 불과하지만, 향후 5년간 17% 가량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20일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조현준 효성 회장이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전기차에 탑승해 담소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현재 탄소섬유는 우주항공 분야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으나, 2021년경 자동차 분야가 최대 수요처로 등극할 경우 세계 자동차 생산 6위인 한국으로서는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탄소섬유 시장은 일본기업이 글로벌 시장의 60%를 차지한 상황이며, 한국은 미국·중국·일본 등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제품을 소비하고 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이날 "탄소섬유의 미래 가치에 주목해 독자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면서 "탄소섬유 후방산업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수소경제로 탄소섬유의 새로운 시장을 열어준 만큼 탄소섬유를 더욱 키워 '소재강국 대한민국' 건설에 한 축을 담당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조 회장은 "스판덱스·타이어코드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1등이 가능한 이유는 소재부터 생산공정까지 독자 개발해 경쟁사를 앞서겠다는 기술적 고집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또다른 소재 사업의 씨앗을 심기 위해 도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일 효성첨단소재 전주 탄소섬유 공장에서 조현준 효성 회장(왼쪽)과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탄소섬유가 들어간 지팡이를 만져보고 있다./사진=청와대
실제로 효성은 조석래 명예회장 시절인 2000년대 초부터 탄소섬유 개발에 돌입한 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으며, 2011년 '탄섬(TANSOME®)'을 만들었다. 수십년은 걸릴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10년 만에 세계 네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이를 위해 효성첨단소재는 2013년 5월 전북 전주시 덕진구 첨단복합산업단지 내 5만5000평 면적에 약 13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지었으며, 지금까지 연구·생산 설비 등에 총 3200억원을 투자했다.
탄소섬유는 제조방법에 따라 팬(PAN)계와 피치(PITCH)계로 나뉘며, 이 중 효성첨단소재가 생산하는 PAN계는 아크릴나이트릴을 중합한 후 방사해 얻은 폴리아크릴나이트릴(PAN) 섬유를 고온에서 탄화해 제조한다. 현재 효성첨단소재는 범용부터 고성능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등급의 제품을 개발한 상태다.
탄소섬유는 원사(실) 안에 탄소가 92% 이상 함유된 것으로, 철에 비해 무게는 25% 수준에 불과하지만 10배의 강도와 7배의 탄성을 지녔다. 또한 내부식성·전도성·내열성이 높고, △자동차용 내외장재 △건축용 보강재 △스포츠·레저용품 △방위산업·우주항공 등 철이 사용되는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어 '미래산업의 쌀'로 불린다.
특히 최근 '수소경제'가 화두에 오르면서 각광을 받고 있다. 탄소섬유는 수소차 연료탱크의 핵심소재로, 수소 에너지의 저장·수송·이용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뿐만 아니라 생체 적합성이 우수하고 마모와 부식에 강해 인공 뼈와 장기 등에 적용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20일 효성첨단소재 전주 탄소섬유 공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왼쪽에서 2번째)에게 조현준 효성 회장(왼쪽에서 1번째)이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한편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증설 예정지를 방문했으며, 탄소섬유 생산공장과 생산현장을 시찰했다. 이어 탄소섬유 활용제품 등 전 제품과 탄소섬유로 만든 수소 저장용기 제작 시연을 관람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탄소섬유 분야에서 후발주자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기술을 개발해 왔지만 아직 경쟁력이 뒤진다"면서도 "수출이 매년 20% 이상 크게 늘고 있으며, '탄소소재 국가산업단지'도 곧 조성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효성의 담대한 도전과 과감한 실행을 정부도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며 "연관산업들의 유치와 투자확대로 '전북을 탄소 메카로 만들겠다'는 비전과 공약을 지킬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효성·일진복합소재·한국항공우주산업(KAI)·SK케미칼·삼익THK·박스 등의 업체가 MOU를 체결했으며, 전라북도·전주시 등 정부와 지자체는 효성과 신규 증설 및 투자지원 관련 협약을 맺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