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1조원' 마곡지구 MICE 복합단지, 새 주인 찾을까

[미디어펜=손희연 기자]땅값만 1조원에 달하는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MICE(회의·관광·전시·이벤트) 복합단지 특별계획구역’이 다시 한 번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해당 사업은 지난해 2차례에 걸쳐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민간사업자 공모를 진행했지만, 연이은 유찰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어왔다. 이에 SH공사가 컨소시엄 구성원 수 완화, 토지 대금 기간 연장 등 대안을 마련해 3차 공모에 나서면서 매각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H공사는 지난 20일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특별계획구역 8만2724㎡를 MICE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민간사업자를 재공모한다고 밝혔다. MICE란 기업회의(meeting)와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가 융합된 산업을 말한다.

마곡지구 MICE 복합단지는 서울 지하철 5호선 마곡역과 9호선 마곡나루역 사이 역세권 인근에 조성, 2012년 10월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됐다. 마곡 MICE복합단지는 지난해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민간사업자를 공모에 나섰지만 민간사업자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모두 유찰됐다.

업계에서는 유찰 원인으로 예상보다 높은 토지 매매대금, 수익성이 보장되는 초기분양시설 부족, 컨소시엄 구성원 수(10개) 제한 등으로 꼽는다. 해당 사업에 1차 공모때 부터 관심을 보인 곳은 현대건설 컨소시엄, 대림산업 컨소시엄, 포스코건설 컨소시엄, 한화건설 컨소시엄 등으로, 이번 입찰에도 참여를 검토하며 저울질 중이다.

우선 1조원에 달하는 땅값이 민간사업자들의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차 공모 당시 총 공급예정가격은 9906억원, 3.3㎡당 3389만원 수준이었다.

A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1차 입찰에도 참여를 검토했지만 토지 매매대금이 워낙 높아 사업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입주 기업에 제시한 '필수 도입시설 및 용지 기준'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SH공사는 컨벤션은 2만㎡(이하 연면적) 이상, 호텔은 4성급 400실 이상, 문화 및 집회시설은 1만5000㎡ 이상, 원스톱비즈니스센터는 5000㎡ 이상 규모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이에 서울시와 SH공사는 올해 3월부터 6개월 동안 유찰 원인을 분석해 간담회를 통해 업계 의견과 어려움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시와 공사는 업계의 주요 애로사항인 필수도입시설 규모, 분양시설, 컨소시엄 구성원 수 등을 완화해 조정하고, 토지가격을 재산정해 이번 공모에 반영했다.

필수도입시설 중 문화·집회시설과 원스톱 비즈니스센터의 의무 설치 규모를 각각 1만5000㎡에서 5000㎡로, 5000㎡에서 3000㎡로 축소 조정했으며 생활숙박시설을 신설하고 컨소시엄 구성원 수를 10개사에서 15개사로 확대하는 한편, 토지매매대금 납부기한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이중 생활숙박시설에 분양시설이 포함됐다. SH공사 관계자는 "분양시설은 3차 공모에  신설된 생활숙박시설(허용용도)안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업의 도입시설 중 숙박시설은 불허 용도이지만 생활숙박시설은 제외됐다. 생활숙박시설은 서울시 도시계획조례 제32조제2항에 따르고 설치가능 면적은 CP1~CP3 MICE복합단지 전체 지상 연면적의 20% 이내로 제한한다.

다만 1조원에 달하는 땅값은 입찰을 고려중인 민간사업자들에게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3차 토지 매매대금이 2차때 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SH공사 관계자는 "감정평가에 따른 토지가격 재산정 결과 9906억원(2차)에서 9960억원(3차)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신중하게 입찰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SH공사가 지난 2011년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 활성화단지 내 2개 필지(7만2572㎡) 매각이 여러 차례 유찰되자 공급가격을 7157억원에서 6794억원으로 약 5% 낮춘 바 있다.

이에 건설업계도 SH공사의 8월 3차 공모에 땅값이 낮춰질지 관심이 컸던 상황이다. B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의무 설치 규모가 줄고, 토지매매대금 납부기한도 늘어나기는 했지만 이번에 나온 토지 매매대금을 토대로 수익성을 고려해 입찰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H공사는 지난 20일 공모공고를 시작으로 내달 4일 사업설명회를 열고, 18일 사업신청서를 받을 계획이다. 11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SH공사는 개발･재무･관리운영능력 등을 고루 갖춘 민간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사업계획(1차)과 토지입찰가격(2차) 평가점수를 합산해 최고 득점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