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광양제철소 1고로. /사진=포스코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환경단체의 고발로 촉발된 제철소 고로(용광로) 대기오염 물질 배출 논란이 발생한 지 4개월 정도 흘렀다. 최대 10조원 규모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가 철강업계를 뒤흔들자 환경부는 지난 6월 지자체, 철강사, 전문가 등이 참여한 민관협의체를 꾸렸고 사실상 마지막 회의만을 남겨두고 있다.
현재로서는 기술 개발 등 개선방법이 없다는 철강업계의 호소에도 ‘위법’ 처리로 지방자치단체의 조업정지 처분에 힘을 실은 환경부가 내놓을 대책에 관심이 쏠린다.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거나 현행 시행 규칙 수정으로 블리더 개방에 대해 ‘합법’으로 방향을 틀 경우 환경부는 9월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면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제철소 고로 블리더(안전밸브) 개방에 따른 오염물질 배출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 지자체, 철강사, 시민단체 등으로 꾸려진 민관협의체는 다음 주 6차 회의를 열 계획이다.
민관협의체는 지난 2개월여간 △고로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 및 배출량 파악 △해외 제철소 현황 조사 △오염물질 저감 방안 및 제도 개선 등 역할 수행을 맡았다.
민관협의체는 포항제철소 등 국내 각지의 제철소를 돌아다니며 드론을 통해 고로에서 배출되는 배출량 등을 측정했다.
당초 일본, 중국 등 여러 국가의 제철소를 방문해 운영 방식을 파악하겠다는 계획과는 달리 해외 제철소로는 미국 아르셀로미탈의 인디애나 하버제철소 한 곳만 방문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해외 제철소가 공개를 꺼려해 방문이 제한적이었다”며 “유럽, 독일 등 나머지 국가의 제철소 사례는 문헌 등 자료 수집을 통해 조사했다”고 말했다.
앞서 환경단체는 전라남도 포스코 광양제철소 고로에서 배출되는 연기를 촬영한 영상을 지방자치단체에 오염물질 불법 배출이라며 건넸다. 환경부는 저감장치 없는 고로 블리더 개방은 ‘대기환경보전법 제 31조 위반’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조업정지 10일’ 처분에 힘을 얻었다.
현행 대기환경보전법 제 31조 1항 2호에 따르면 배출시설을 가동할 때에 방지시설을 거치지 아니하고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있는 공기 조절장치나 가지 배출관 등을 설치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다만 '화재나 폭발 등의 사고를 예방할 필요가 있어 환경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예외 조항이 있다. 하지만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개별 사업장의 이익만 본다면 환경 정책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못 박았다.
당시 포스코, 현대제철은 “휴풍 시 내부가스 배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폭발 사고 위험이 있다”며 “블리더 개방은 대형 고로를 사용하는 세계의 제철소가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환경부는 민관협의체를 발족하고 국내외 제철소들의 고로 운영 파악에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 철강업계 관계자는 “배출된 연기 구성 성분이라던지 해외 사례를 파악하고 업계와 소통을 했었더라면 현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도 이미 일부 개정이 됐어야 했다”며 “이제 와서 민관협의체를 통해 조사를 한다는 점은 충분한 검토 없이 유권해석을 내렸다는 방증”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환경부는 마지막 회의가 끝나고 빠른 시일 내 오염물질 저감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현행 규정이나 규제를 개선하는 선에서 대책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협의체 관계자는 “해외 제철소의 경우 오염물질 배출과 환경오염에 대한 관리 규정은 행정당국 제도권 내 철저히 관리되고 있었고 벌금 규모와 당국 관리 규정도 국내와 달랐다”며 "기술적으로 대안이 될 만한 점은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철소는 주거지역로부터 훨씬 떨어져 있었지만 입지조건은 이제 와서 국내에 적용할 수 없는 것"이라며 "집진처리, 세미 블리더 설치 의견도 나왔지만 결국 현행 시행 규칙 수정이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사들이 고로 이슈 이후 최대 1조원을 환경에 투자키로 결정한 상황에서 시행 규칙을 완화하면 검토 없던 유권해석이었다는 근거가 되는 셈”이라며 “유야무야 한 대책을 내놓으면 환경부는 다음 달 국감에서 질타를 받을 가능성이 커 환경부도 대책 마련에 급급해 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