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학사 비리’를 저지른 최순실의 딸 정유라도 처벌을 받지 않았으니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도 미성년자일 때 벌어진 ‘부정 입학’으로 사법처리 대상은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고졸’로 전락한 정유라와 수감된 최순실이 국민의 조롱거리가 된 것과 달리 조 후보자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신임 법무장관직에 올라야 할까.
23일 서울대와 고려대를 비롯해 부산대에서도 조 후보자를 비판하는 촛불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적폐청산을 외쳤던 문재인정부와 조 후보자가 공정과 정의를 내세울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촛불의 힘’으로 정권 교체를 이뤘지만 이제 ‘촛불집회’의 성토 대상이 된 상황에서도 청와대와 조국 후보자는 정면돌파 의지를 보이고 있으니 그 당당함이 놀랍다.
조 후보자의 딸은 한영외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8년 충남 천안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가량 인턴을 한 뒤 대한병리학회 영어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이란 제목의 논문이다.
고2에 불과한 조 후보자의 딸이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큰 기여를 했을지 의문이 드는 와중에 조씨가 이후 진학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두 차례나 유급을 당한 일이 드러났다. 50억원대 자산가 아버지를 둔 조씨가 부산대 의전원에서 유급을 받고도 6학기동안 12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고 하니 더욱 놀랍다.
조씨를 제1저자로 만든 단국대 장영표 교수는 이번 사태가 불거지가 “호의로 1저자로 (이름을) 얹어준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의학회도 긴급 이사회를 열고 “이번 사태로 연구 윤리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도와 국격의 추락이 심히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의 딸은 이런 경력으로 시험도 치르지 않고 대학교와 대학원에 차례로 진학했다고 하니 ’부정 입학‘이 틀림없다. 정유라의 비리도 처음 ’학점 특혜‘ 정도였다가 이후 특검을 통해 ’입시 비리‘까지 확인됐다. 지금 조 후보자 가족을 둘러싼 비리도 더 파헤쳐보면 훨씬 심각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도 조 후보자는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야당이 조 후보자 가족을 인권살해하고 있다”고 반발하면서 한국당을 향해 “패륜에 가까운 행동으로 이제껏 보지 못한 광기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비난했다.
현 상황을 기필코 돌파하려는 정부‧여당을 보면 ‘목표 달성에 이바지하는 것이 도덕’이라는 전체주의를 떠올리게 된다. 조 후보자가 평소 말하던 것과 자신의 삶이 전혀 달랐던 이유이다. ‘사회주의 폭력혁명을 추구한 남한사회주의노동자연맹’(사노맹) 출신인 조 후보자는 과거 “부모가 누구냐에 따라 결과가 결판나는 식인 게 우리사회의 가장 근원적 문제”라며 ‘금수저’를 비판해왔다.
신임 법무부 장관직에 내정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
조 후보자 사태로 ‘조로남불’이란 신조어도 나왔지만 현 정권 들어 지겹게 듣는 말이 사실 ‘내로남불’이다. 이에 대해 사회평론가이자 소설가인 복거일 씨는 “좌파정부의 특성상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복거일 씨는 “전체주의에서는 자신들의 지도자가 어떤 목표를 제시하면 모든 사회적 자원을 그 목표에 투입하고 도덕적 기준까지 그 목표에 맞추지 않냐”며 “지금 우리사회의 좌파 특성도 다르지 않아 자신들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면 도덕적이고, 방해가 되면 부도덕한 것으로 몬다. 자유주의에서 선과 악의 구분이 객관적인 것과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의 사노맹 이력과 관련해 과거 정통 주사파의 지도자로 활동했다가 지금은 전향한 이들 사이에서는 “재학시절 학생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았던 조 후보자가 나중에 운동권 출신 인사로 키워졌다”는 주장도 나와 있다. 이들은 “조 후보자가 사노맹에 연루돼 구속됐을 때 의아했다”고 회상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해찬 민주당 당대표는 최근 비공개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언론의 보도를 보면 (조국 흔들기를 통해) 정권을 흔들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엄중한 상황으로 당이 정교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차원에서 10여명 규모의 대응팀도 가동시켰다고 한다.
여당이 이처럼 일사분란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조 후보자가 외교‧교육‧사법 전 분야에 걸쳐 문재인정부의 대응 논리를 제공하고 확산시켜온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 후보자 문제는 현 정부의 정당성이 걸린 문제라서 기필코 돌파해야 한다는 청와대와 여당의 안중에 ‘국민’도 ‘도덕’도 없다는 사실만큼은 확인된 셈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