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현대자동차가 젊어지고 있다. 40대 임원 수가 전체 임원 중 10%를 넘겼다. 현대자동차가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로 전환된 이후 임원 승진 연령이 낮아지면서 빠르게 세대교체가 진행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현대차그룹
26일 현대차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대 출생한 상무급 이상 임원의 숫자는 2018년말 19명에서 6월말 기준 57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비상근 임원인 사외이사를 제외한 임원 수는 453명이다. 이중 1970년 이후 출생한 40대 임원이 전체 임원의 12.6%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미등기 임원 258명에서 200여명 가량 증가하면서 6개월 사이 1970년대생 임원 비중은 7.4%에서 12.7%로 크게 늘었다.
지난달 수시 인사를 통해 승진한 임원 14명을 포함하면 40대 임원 숫자는 60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올 들어 미등기 임원이 200여명 가량 증가한 만큼, 현대차그룹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늘어난 수만큼 감축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이끌던 현대차는 전통적으로 50대에 들어서야 이사대우 혹은 이사로 승진했었다. 아들인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은 후 현대차 임원은 40대 '젊은 피'들이 대거 발탁되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1970년 10월생으로 만 48세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보다 임원 수가 많기 때문에 젊은 임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이라며 "외부로 성과가 드러나는 연구직 인재들은 회사 차원에서 보상을 해주고 역량을 키워주기 때문에 승진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생 상무급 임원 가운데 만 45세 이하는 추교웅(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 장웅준(자율주행기술센터장) 유지한(상용전자제어설계실장) 안형기(인포테인먼트설계실장) 지성원(크리에이티브웍스실장) 윤일헌(제네시스디자인실장) 김정희(AIR랩장) 김민성(오픈이노베이션전략팀장) 등 11명이 있다.
현대차 최연소 임원은 1979년생으로 2017년 2월 정기 인사 때 이사대우로 승진한 장웅준 상무. 그는 만 37세의 젊은 나이에 임원이 돼 자율주행기술센터장과 ADAS개발실장을 겸직하고 있다.
40대 임원이 전체 임원 60여명 중 과반수가 넘는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등 금융 계열사를 제외하면 현대차 다음으로는 현대모비스가 가장 많이 늘어났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말 1970년대생 임원 수가 3명에서 8월 현재 10명으로 전체 임원 98명 중 10%를 차지한다.
그룹 주력 계열사 40대 임원은 기아자동차 5명, 현대제철 6명, 현대건설 6명, 현대글로비스 3명 등이다.
현대차그룹은 올 초 임원 인사제도를 개편하면서 직급을 사장 이하 6단계에서 4단계(사장-부사장-전무-상무)로 간소화했고, 정기 임원인사도 연중 수시인사 체계로 전환했다. '정의선 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임원 인사는 세대교체가 빨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현대차는 자동차 생산·판매 회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서비스형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를 추진 중에 있다.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 기술력 확보를 위해 유능한 인재 수혈에 적극적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대차,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강화하고 정보통신기술(ICT)부문 전문가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동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등 미래차부문 기술력 강화에 나서면서 정보기술(IT)·스타트업 출신 전문가들도 현대차로 많이 넘어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공채 출신이 아닌 외부 인재 영입 비중이 늘면서 젊은 임원들이 많이 늘어난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