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일본이 ‘무역 보복’ 수위를 더 높였다. 한국을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경영 부담 확대가 불가피해졌다. 국내 주력 산업 상당수가 규제 영향권에 놓이면서 불확실성이 가중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28일 한국을 수출 관리 우대 대상인 '그룹A'(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개정 수출무역관리령을 시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오전 일본 인텍스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백색국가에서 빠지면서 비민감품목 전략물자와 비전략물자도 무기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품목의 대한국 수출이 일반포괄수출허가에서 개별허가 또는 특별일반포괄허가로 변경된다.
전략물자 비민감품목에는 첨단소재, 재료가공, 전자, 컴퓨터, 통신·정보보안, 센서 및 레이저, 항법장치, 해양, 항공우주·추진, 무기류 제외 기타 군용품목 등 857개 품목이 포함된다.
비전략물자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대부분 산업에 규제가 적용된다. 비전략물자도 대량살상무기나 재래식무기로 쓰일 수 있다고 우려되면 캐치올(·상황허가) 통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일본 정부가 자의적으로 규제 강도를 조정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특별일반포괄허가는 허가 자격이 있는 기업이 일본 모든 기업에서 일본 정부가 인증한 자율준수(ICP) 기업으로 바뀐다는 점만 빼면 기존 일반포괄허가와 유사하다. 하지만 개별허가는 3년간 인정해주는 허가 유효기간이 6개월로 변경된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일본이 수출 규제를 강화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종(플루오린 폴리이미드·포토지스트·고순도불화수소) 이외에 향후 공작기계, 탄소섬유, 자동차 배터리 등이 새로운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은 “개별허가 품목이 지정되지 않았지만 까다로운 통관절차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앞으로 원료, 부품, 소재 조달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우련된다”고 예상했다.
기업들은 일본발 리스크를 축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수입선 다변화와 재고확보, 소재·부품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일본산 비중이 높은 제품의 경우 당장 실효성 있는 방안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일본산 소재·부품의 비중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라며 “수입 자체가 막힌 상황은 아니다.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다. 일본 정부와 현지 파트너사들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영향으로 우리 기업 절반 이상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조사도 나왔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등 수출규제 영향’에서 51.6%의 기업이 악영향을 예상했다.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국내 대기업의 영업이익도 평균 1.9%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업종별로는 △일반기계(–7.9%) △석유제품(–5.4%) △반도체(–5.1%) △디스플레이(–2.4%) △철강제품(–1.9%) 순이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