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청와대는 28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까지 3개월이 남아 있으므로 이 기간 중 일본이 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취소하면 지소미아 종료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일본이 백색국가 제외를 시행한 이날 브리핑을 열고 일본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전날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을 언급하며, “공은 일본측에 넘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차장은 이날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시행한 것에 대해 “정부는 일본의 이번 조치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히면서 “안보 문제와 수출규제 조치를 먼저 연계시킨 것은 일본이며, 대법원이 인정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은 일본 외무성 조약국장이 1991년 8월 똑같이 발표한 적이 있다”고 지적, 강경 기조도 이어갔다.
아울러 김 차장은 지소미아 종료 이후 미국정부가 “실망스럽다”고 밝혔고, 이로 인해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국내 우려에 대해 지난 ‘광우병 소고기 파동’과 같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면서 한미동맹을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브리핑에서 김 차장은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취하면서 일본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며 “이에 대해 미국의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인 ISIS(국제안보과학연구소)는 전략물자 수출통제 체제가 우리가 17위이고, 일본이 36위라고 해 일본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베 총리는 우리에 대해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는 점을 최근 두 번이나 언급하면서 우리를 적대국과 같이 취급하고 있다”며 “지소미아는 양국간 고도의 신뢰관계를 기초로 민감한 군사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것으로 일본의 주장처럼 한일 양국간 기본적인 신뢰관계가 훼손된 상황에서 지소미아를 유지할 명분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차장은 “고노 외상이 어제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역사를 바꿔쓰려고 한다면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언급했지만 역사를 바꿔쓰고 있는 것은 일본”이라며 “우리정부는 1965년 청구권협정을 부인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일본정부와 군 등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는 이 협정으로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개인의 손해배상청권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작년 대법원 판결은 이를 확인한 것”이라고 재차 언급했다.
또 “일본정부는 우리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삼권분립의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일본 외무성 조약국장이 1991년 8월27일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 자체가 소멸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일본도 2차대전 중 시베리아에 억류돼 강제노역 당했던 일본인의 개인청구권 문제를 1956년 체결된 ‘일본-소련 간 공동선언’에 따라 포기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 차장은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틀린 주장”이라며 과거 ‘광우병 소고기 파동' 등을 언급했다.
그는 “과거 한미FTA 협상을 담당했던 장본인으로서 당시 한미FTA가 체결되면 감기약이 10만원으로 상승하고, 광우병 소고기가 유통되며, 스크린 쿼터 폐지로 우리 영화산업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결과는 반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지소미아 유지를 계속해서 희망해왔기 때문에 우리의 지소미아 종료 조치에 대해 ‘실망’을 표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며, 실망은 미국이 동맹국이나 우호국과 정책적 차이가 있을 때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표현”이라고 했다.
특히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전화통화한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직접 실망감을 표출했다’는 모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그런 가짜뉴스는 아쉽다. 그런 대화는 일어난 적이 없고, 반대로 두 사람은 한미일이 동아시아지역에서 더 협력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지소미아 종료 결정 정의용 실장과 볼턴 보좌관 사이에 9번 통화가 있었고, 안보실 관계자들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마다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가 철회되지 않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자세히 설명한 사실도 전해졌다. 하지만 미 행정부 안에서 이런 사실이 얼마나 공유됐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날 김 차장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이익을 추구하는 다자주의가 퇴보하고 있고, 대신 자국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기조가 확대되고 있다. 우리로서는 이러한 현실에 기반해 우리의 국익을 위한 외교적 공간을 창출해나가야 한다”며 “이러한 격동의 시대에 기존의 현상유지적이고 단편적인 대응만으로는 큰 파고를 극복할 수 없다”는 말도 했다.
한편, 김 차장은 이날도 “군정찰위성, 경항모 및 차세대잠수함 전력 등 핵심 안보역량을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으며, ‘이 같은 발언이 미국으로부터 무기 구매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그런 뜻에서 이야기한 것이 아니고 방위비 분담금과 무관하다”며 “외교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국익에 부합하는 우리정책을 수립해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