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정부가 한일군사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발표 사흘만에 독도방어훈련에 돌입하자 미국 행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왔다.
미국 국무부가 “한일갈등 해결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지소미아 결정에 대해서도 “실망했다”고 말한 미 국무부가 다시 독도방어훈련에 대해 “비생산적”이라고 비판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27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방송에 “우리는 한국정부에 지소미아를 유지하는게 미국의 국가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정기적으로, 그리고 매우 고위급에 아주 분명히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군의 독도방어훈련에 대한 미국정부의 부정적인 입장도 밝혔다. 그는 "한국과 일본 간의 최근 의견충돌을 고려할 때 리앙쿠르 암에서의 군사훈련시기와 메시지, 규모는 진행 중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생산적이지 않다(Given the recent disagreements between the ROK and Japan, the timing, messaging, and increased scale of military drills at Liancourt Rocks are not productive toward resolving ongoing issues)"고 말했다.
미국정부는 독도나 다케시마라는 지명이 아닌 리앙쿠르 암이라는 중립적인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 행정부가 한일 간 영유권 문제로 민감한 독도방어훈련에 대해 이처럼 반응한 것은 사실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지소미아 종료에 연이은 독도방어훈련이 독도의 분쟁화를 초래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연일 한미 군사연합훈련의 불필요성을 언급하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한미동맹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8월25일 오전 독도에 도착한 해병대원들이 훈련하고 있다. 군은 이날 그동안 미뤄왔던 올해 독도방어훈련에 전격 돌입했다. 군은 지난 6월 실시하려던 독도방어훈련을 일본의 경제보복을 계기로 한일관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미뤄왔다. 당초 광복절 전후에 실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기도 했지만, 최근 동해 기상 상황과 후반기 한미 연합연습 일정 등을 고려해 훈련 일정은 재조정됐다. 이번 훈련의 명칭은 '동해 영토수호훈련'으로 함정·항공기·해병대 등이 투입돼 26일까지 이어진다./연합뉴스
특히 이번 독도방어훈련에는 7600t급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과 육군 특전사 대원 수십명도 처음으로 참여했다. 이름을 ‘동해 영토수호훈련’으로 바꿔 공군의 주력 전투기 F-15K를 포함해 항공기 10여대도 참가했다.
물론 독도방어훈련이 1986년부터 상·하반기로 나눠 정기적으로 행해졌던 것이라고 하지만 지소미아 종료 직후 개최된 점에서 방어용 훈련이라기보다 과시용으로 보여지고, 이런 면에서 미 행정부의 불만이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지소미아 종료로 인한 파장이 큰 이 시점에서 독도방어훈련이 어떤 실익을 갖고 오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한국이 일본과의 관계를 나쁜 쪽으로 끌어올릴수록 일본도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날 ‘지소미아 종료까지 3개월이 남아 있으므로 이 기간 동안 일본이 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철회할 경우 우리도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이 총리의 발언은 불을 끄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가 또다시 독도훈련으로 불을 지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 전 원장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서도 “한미동맹을 고려하는 차원에서 정부가 선택하지 말았어야 할 조치”라며 “미국은 지소미아 종료 자체보다 동맹국의 외교적 노력에 협조하지 않은 것을 더 충격적으로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밝힌 바대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놓고 한미 정부가 9차례나 소통했고, 이 문제로 그동안 한국을 다녀간 정부인사들이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포함해 3명이나 된다. 전 전 원장은 이런 사실을 지적하며 “미국정부의 노력에 대응하는 한국정부의 외교적 태도에 워싱턴이 당혹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총리에 이어 이날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브리핑을 갖고 재차 일본의 조치에 따라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전 전 원장은 “이제 정부는 한일갈등과 관련한 이슈를 모든 공개적으로 표명하지 말고 물밑에서 일본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한일갈등이 계속 정치화될수록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뿐”이라고 충고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