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1차 벤더사 유성기업이 전국민주노동총연맹(민주노총) 기관지 '노동과 세계'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29일 유성기업 관계자는 "지난 26일 언론중재위원회에 노동과 세계를 대상으로 언론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노동과 세계의 기사로 인해 유성기업이 노조파괴와 각종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부당한 기업으로 잘못 알려져 이미지와 명예가 훼손되는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언론조정신청서엔 정정보도·반론보도·추후보도·손해배상 등 4가지 항목이 있는데, 유성기업은 노동과 세계의 지난 26일자 '2019년 추석 맞아 모든 양심수를 석방하라'는 제하의 기사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해당 기사 속 보도 내용이 허위 사실을 적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유성기업의 설명이다.
기사 속 문제가 되는 부분은 "현재 수감 중인 양심수는 11명이다"와 "직장폐쇄와 노조탄압으로 유성기업지회 조합원 2명 등이 구속돼 있다" 등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의 용어해설에 따르면 '양심수'는 폭력을 주창하거나 직접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신념·언종·언어·국적·사회 및 경제적 지위 때문에 양심의 자유와 관련돼 감금된 사람이라고 규정돼있다.
지난해 11월 유성기업 노조원들로부터 폭행당해 코뼈가 부러진 김 모 상무가 회사 바닥에 앉아있는 모습./사진=유성기업
유성기업은 이를 근거로 지난해 11월 노무관리 담당 김 모 상무를 집단 폭행해 복역중인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이 양심수라는 보도 내용은 허위라는 입장이다.
유성기업 측은 "(김 상무를) 집단으로 감금하고 폭행해 (코뼈가 부러지고, 유혈이 낭자하는 등의) 상해에 이르게 한 조합원들을 '양심수'라고 보도한 근거가 무엇인지 피신청인(노동과 세계)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형사2단독재판부의 김애정 판사는 지난 6월 10일 구속 수감 중인 유성기업 노동조합원 조 모씨와 양 모씨 등 2명에 대해 김 상무 폭행사건의 가해자로 폭력행위 처벌에 관한 법률에 의거, △공동상해 △공동재물손괴 △공동주거침입 △공동체포 △업무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위반으로 각각 1년·10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한 바 있다. 나머지 3명 노 모, 안 모, 이 모씨에 대해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역시 유죄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해당 조합원들은 1심 재판에서 스스로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해왔다. 우발적 범행은 사전에 의도하지 않아 의도성이 없는 범행을 의미한다.
유성기업 측은 언론조정신청서에 "해당 기사를 작성한 강 모 노동과 세계 기자는 김 상무 폭행의 주범인 조 씨와 양 씨를 두고 '양심의 자유에 기초한 의도적인 범죄'를 뜻하는 양심수라고 적시했다"며 "조합원이나 피신청인인 노동과 세계 둘 중 하나가 거짓말을 하고 있어 앞뒤가 안 맞는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유성기업은 김 상무 폭행의 주역인 두 노조원 조 씨와 양 씨가 신청인(유성기업)의 직장폐쇄와 노조탄압으로 인해 구속됐다는 보도 또한 명백한 허위라고 덧붙였다. 사측은 "해당 노조원들은 김 상무 폭행으로 구속됐지, 직장폐쇄나 노조 탄압으로 감옥에 있는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언론조정신청자인 유성기업은 피신청자 노동과 세계가 이 같이 보도한 근거를 밝히고, 보도에 활용하고자 수집한 취재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유성기업 관계자는 "취재 자료 내용과 근거에 따라 노동과 세계 측의 책임은 정정보도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다음에도 법치주의를 비웃듯 법 위에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민주노총은 더 이상 약자를 대변하는 기관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 실장은 "폭행 등 범법행위를 저지른 노조원들은 사법부의 유죄 판결까지 받았는데, 그럼에도 노동과 세계가 양심수라고 보도하는 건 언론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정론직필은 언론의 기본 사명이기 때문에 기사는 신중하게 작성해야 한다"며 "노동과 세계는 수감된 노조원들이 왜 양심수인지 법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