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칼럼은 일주일 전 '추사 중국전 위작(僞作) 뒤범벅…정말 이 정도였나?'에 이은 글이다. 이 사안에 대한 두 달 전의 첫 문제제기인 '추사 중국전에 위작 섞였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까지 포함하면 세 번째인데, 그만큼 이번 사안이 한국문화의 앞날에 결정적이다.
그 점 너무도 분명치 않은가? 추사 중국전에 위작이 수두룩하다는 의혹이 사실일 경우 비유컨대 위서(僞書)를 사료로 해서 역사를 쓰는 격이다. 한국 문화가 망가지는 것은 물론 장차 아이들 교육은 어쩌란 말인가? 때문에 위작 의혹은 둘 중 하나다. 선의의 문제제기를 하는 미술사학자 강우방(78)전 이화여대 교수, 그리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주최한 예술의전당과, 전시 출품작을 선정한 최완수 간송박물관장 등 7명 심의위가 실수했을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사실이라면 실로 큰 문제다. 배후 영향력을 행세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도 마찬가지다. 이 상황에서 바람직한 건 미술사학계와 서예계가 들고 일어서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여러 이유로 침묵하고 있다. 서예·서화는 문화사적으로 거의 맥이 끊긴 상황이고 저들은 판단 능력이 모자란다. 때문에 위작 시비를 가리는 토론회나, 문체부 조사가 필수다. 물론 이 사안을 방관하는 조중동 등 언론도 비겁하기 짝이 없다. 그들은 간송콜렉션을 상징하는 최완수와, 유홍준의 명성에 반기를 들 용기가 없는 것이다.
강우방 교수가 지목한 또 하나의 위작 혐의를 받고 있는 '사서루(賜書樓)'(27×73.5㎝). 추사는 기운생동 하나를 위해 모든 것을 파괴하고 희생시킨 서예가로 기존 붓글씨의 관습도 무시하는 파격을 선보였는데, 이 작품은 그저 졸렬한 태작 중의 태작으로 보인다.
출품작 117점 거의 전체가 위작?
추사 위작 중국전이란 한마디로 정치 참사, 안보 참사에 이어 전무후무한 문화 참사인데도 상황이 이러하다. 그럼에도 베이징 중국국가미술관 '추사 김정희와 청조 문인의 대화' 특별전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 들여다볼수록 복마전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개막 직후인 두 달 전 나의 첫 문제제기 때는 출품작 117점 중 일부가 위작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후 출품작 다수가 위작이란 소문으로 확대됐고, 지금은 탁본 등 몇 점을 빼면 117점이 송두리째 위작이라는 의혹으로 불거졌다. "세상에 이런 일이?"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일테면 강 교수가 지목한 '사서루(賜書樓)'(27×73.5㎝)등은 한 눈에도 엉터리다.
지난 주 내가 지적했던 '산수국화(山水菊花)' 역시 졸작 중의 졸작이다. 지난해 문화재청에 보물 지정에서 위작 논란으로 탈락했지만, 중국전에 들거나갔던 '명선(茗禪)'과 '계산무진(谿山無盡)'도 마찬가지다. 왜 그들이 시비의 대상인가? 추사는 기운생동 하나로 모든 것을 파괴하고 희생시킨 서예가인데, 때론 기존 붓글씨의 관습도 무시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단 파격을 위한 파격으로 흐르지 않고 졸박청고(拙朴淸高)한 맛을 유지했다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추사가 파괴한 것은 상투성이었을 뿐 글씨의 본래 맛은 더 끌어올린 것이다. 그 기준에 비춰 '사서루', '산수국화'를 포함해 '명선'과 '계산무진' 등은 파격을 위한 파격에도 못 미친다.
따라서 안목 없는 사람이 볼 때는 그로테스크한 멋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까? 그러나 그게 위작이라는 사실엔 변함없다. 전시가 끝난 지금껏 도록을 만들지 않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로 추정된다. 논란 확산이 두려운 것이다. 국민 혈세로 이뤄진 국제 교류전에서 있을 수 없는 직무유기다. 때문에 위작의 규모에 대해 설왕설래가 멈추지 않는다.
중국 추사전에 출품됐던 글씨 '임군거호렴경명'(86×46㎝). 추사의 글씨와 무관한 위작 혐의를 받고 있는데, 문제는 중국전 출품작 117점 대부분이 그렇다는 점이다. /사진=천지일보 제공
김정숙 여사 믿고 장난질?
그 이전에 대체 어떤 작품이 출품됐는지 정확한 조차파악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복하지만 강 교수와 나의 이런 문제제기가 맞다면, 대한민국 건국 이래 아니 동서고금에 없는 종류의 미술품 사기사건이다. 더욱이 내로라는 국내 전문가들이 모두 연루됐다는 점에서 쇼킹하다.
백 번 생각해도 진상 규명이 우선인데, 방법은 최완수와 유홍준이 나서야 한다. 먼저 출품작 선정 과정부터 밝혀야 한다. 심의 회의록 공개도 기본이다. 지난해 문화재청에 보물 지정에서 위작 논란 때문에 탈락했지만, 중국전에 들고나갔던 '명선'과 '계산무진'을 왜 그렇게 무리해서 포함시켰는지를 국민들은 궁금해 하는데 그에 대한 입장도 밝혀야 한다.
최완수와 유홍준이 지목되는 건 당연하다. 최완수의 경우 국민이 떠받드는 간송 콜렉션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문제는 그 콜렉션에 포함된 추사 글씨 70%가 위작이라는 지적도 나온 판이고, '명선' 역시 본래 간송 콜렉션이다. 이게 어디 간단한 사안일까?
이번 추사 중국전에 위작이 수두룩한 건 매우 구조적 사안이며, 터질 것이 터졌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유홍준도 마찬가지다. 그는 2002년 <완당 평전>이란 책을 펴냈는데, 추사 대중화를 위한 노고에도 불구하고 학계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벌써 "그 책에 실린 추사 작품 절반 이상이 위작"이란 지적이 나오지 않았던가? 그의 안목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그걸 파기한 유홍준은 지난해 개정본을 다시 펴낸 것이 <추사 김정희>였다. 놀랍게도 새로운 위작이 추가했으니 저의마저 의심스러운 지경이다. 위작 시비에 당신들의 개인적 명성이 달려있고, 한국 문화가 존망의 위기에 처해있는데, 최완수와 유홍준이 나서는 건 당연지사가 아닐까?
더구나 이번 전시는 국제 교류전이다. 지난해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치바이스(齊白石)와의 대화전'에는 청와대 김정숙 여사까지 나가 테이프커팅을 했다. 그런 권력을 믿고 누군가 장난질을 한 게 추사 중국전이란 의혹도 없지 않다. 그게 맞다면 권력형 범죄인데, 분명 들여다볼수록 거대한 복마전이 이번 전시다. 의혹이 만천하에 풀리길 새삼 기대한다. /조우석 언론인
[조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