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조선업계의 R&D 투자는 매출 대비 1%를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현대제철·현대중공업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국내 철강·조선업계의 연구개발(R&D) 투자는 매출 대비 1%를 넘지 못하며 한국 견제에 나선 중국, 일본 보다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산업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미래 먹거리 발굴에 소홀하면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가 올 상반기 2386억원(매출 대비 1.47%)을 R&D에 투자한 것을 제외하면 철강업체 대부분은 매출 대비 1%에 밑도는 비중을 보인다.
현대제철의 상반기 R&D 투자액은 655억원으로 매출 대비 R&D 비중은 0.6%를 기록했다. 동국제강의 투자액은 50억원(매출 대비 비중 0.2%)에 머무르며 R&D 투자에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국내 대기업 평균 매출 대비 R&D 비중(1.4%)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와 달리 경쟁 국가인 중국과 일본은 정부 주도로 투자 계획을 확대하고 있다. 야금공업경제발전연구센터에 따르면 세계 2위 철강사인 중국 바오스틸은 매출의 2%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 허베이강철, 보산강철 등은 포스코, 현대제철 경쟁 제품인 에너지용 강판, 자동차용 고기능성 판재류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일본 최대 고로사인 신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과 코벨코는 매출 대비 투자 비율이 1.1~1.4%이다. 지난해 신일본제철은 향후 3년간 R&D에 2200억원엔(한화 약 2조521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장치 산업이라는 특성이 있어 설비 유지·보수·증설에 치중한다"며 "강종 개발 등에 노력은 하고 있지만 시장 규모가 갖춰져 새로운 수요처를 만들기 보다는 리스크가 낮은 제품에 중점을 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의 추격을 받고 있는 조선업계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국내 조선 빅3의 연구개발비는 매출액 대비 0.4~0.9%에 그쳤다. 올 상반기 연구개발비 규모는 한국조선해양이 319억원(매출 대비 0.4%), 대우조선해양 282억원(0.7%), 삼성중공업 219억원(0.7%) 순이었다.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조선업체들은 지난 3년간 대우조선을 제외하고 일제히 R&D 비용 줄이기에 나섰다. 삼성중공업의 R&D 투자금액은 2016년 910억원에서 2017년 684억원, 지난해 479억원으로, 같은 기간 한국조선해양은 2033억원에서 907억원, 707억원 등으로 줄었다.
일반 상선 건조로는 중국의 추격에서 앞서 나가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국내 조선 3사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친환경 규정 강화, 스마트화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조선업 육성의지를 보면 낙관하기 어려워 보인다. 합병을 공식화 한 중국 1, 2위 조선사인 중국선박중공(CSIC)과 중국선박공업(CSSC)은 각각 선박 건조와 28개 연구소를 두고 설계에 중점을 두고 있어 앞으로 기술력에서 점하고 있는 한국 조선사들의 우위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조선해양시황이 악화일로를 겪으며 한국 조선업계의 R&D 규모와 R&D 집약도는 크게 낮아졌다”며 “시황이 비교적 양호했던 2006~2010년 평균 R&D 집약도를 보면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의 R&D 집약도는 0.5~1.0%를 기록한 반면 중국의 국영조선업체들은 2.1~3.3%, 일본은 0.6~2.5%가량을 기록했다”고 했다.
또 그는 “R&D 집약도를 미래 경쟁력을 위한 투자로 볼 때 한국은 시황 침체로 추가 R&D 여력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미래에 대한 대비는 가장 취약할 것”이라며 “중국은 R&D 성과는 우리보다 높지 않을 수도 있지만 국가 및 기업의 동시적인 높은 R&D 투자는 미래 경쟁력을 빠르게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