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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파기 환송…체제 비상 걸린 '위기의 삼성' 앞날은?

2019-08-29 16:09 |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선고에서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대내외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이 부회장은 또다시 법정 공방을 이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대법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 씨,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6년 10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수사에 착수한 지 2년 10개월 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26일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대법 판결서 뇌물 혐의 추가…삼성 “심려 끼쳐 죄송”

이날 대법원은 이 부회장의 뇌물수수 혐의 등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말 3필과 관련해 소유권 자체를 넘겨준 것으로 보고 말 구입액 34억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또 2심 판결에서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뇌물 혐의액 16억원도 뇌물액으로 인정된다면서 다시 심리하라고 판시했다. 삼성에 경영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기 때문에 대가관계가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이로써 이 부회장에게는 50억 원의 뇌물 혐의가 추가 됐다. 앞서 2심 재판부는 정씨의 승마지원과 관련해 용역대금 36억여 원을 뇌물로 봤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뇌물액이 86억원으로 늘게 됐다.

삼성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 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저희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년간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미래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준비에도 집중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성원 부탁 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체제 비상?…위태로운 삼성, 한국경제 어쩌나

이 부회장에 대한 판결에 뇌물죄가 더해지면서 삼성전자는 또 다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반도체 업황이 예년 같지 않은 데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규제를 감행하면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이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이 부회장의 법적 다툼도 이어가야 한다.

다행히 일본이 지난 7일에 이어 10일에도 포토레지스트의 수출 신청을 허가해줘 급한 불은 껐지만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 같은 위기를 감지한 이 부회장은 현장 경영을 강화하며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난 2017년 3월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이후 사업지원TF가 전자계열사의 주요 사업을 조율해왔지만, 이 기능마저 유명무실해지면서 이 부회장이 핵심 사업을 챙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에 뇌물죄가 추가되면서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삼성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바깥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를 돌파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특히 오너의 비전과 경영진의 실행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맞이한 대법원 판결은 삼성의 리더십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는 “대법원에서 뇌물로 판결한 이상, 부회장의 형량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같은 판사라고 해도, 이 사안에 대해 고법과 대법의 판결이 다른 이유는 그만큼 보는 각도에 따라 법리적 해석이 다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정치권력이 기업인 위에 군림하려 하는 한 이 같은 일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업인을 단순한 잣대로 평가해선 안 된다”며 “인적 자산인 기업인에 대한 인식을 바로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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