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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도 중기부 예산, 13조5000억원…전년비 31% 비대해져

2019-09-02 16:51 | 박규빈 기자 | pkb2162@mediapen.com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0년 예산안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달 29일 13조5000억원 규모의 2020년도 예산안을 발표하자 내년 총선을 의식해 주먹구구식 세금 잔치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2일 중기부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으로 국회에 제출한 규모는 13조4895억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무려 3조2231억원 증액됐고, 31%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이는 본래 중소기업청 시절 상급 기관이었던 산업통상자원부의 내년도 예산보다 4조원이나 많은 수준이기 때문에 실세 정치인이 장관으로 있는 중기부가 문재인 정부에서 '파워 기관'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연결이 강한 힘을 만든다'는 (박영선 장관의 정책) 기조 하에 AI 사회로의 전환 준비 등 중소기업의 미래성장과 창업·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 도약(scale-up)을 지원하겠다"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온라인쇼핑 확대 등 변화된 소비환경에 대응하도록 상점의 스마트화에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과연 중기부는 설명대로 스마트한 예산을 짜냈을까.

중기부는 '2020년 예산안 주요 신규 및 이색 사업 안내'를 통해 혁신분야 창업패키지 제도를 신설해 45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시스템 반도체·미래차·바이오 헬스 등의 중점 분야 창업·벤처 기업을 대상으로 업력에 관계 없이 창업을 돕는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시제품 개발·전문 멘토링 등 기존 사업화 지원 이외에 추가로 R&D, 투·융자, 판로개척 등을 연계해 지원해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미래차·바이오 헬스와 같은 분야는 창업 수준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공장을 지어야 하고 대규모 인력이 필요하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등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중기부는 해당 분야 창업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제한 없이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조 중소기업 혁신 바우처'도 마찬가지다. 기업 진단을 통해 기술·경영 능력이 부족한 연 매출 120억원 이하 영세 중소제조기업에게 컨설팅·기술지원·마케팅 등을 바우처 형태로 지원하는 것이 중기부 지역혁신정책과의 제출안이다. 기업 특별성 맞춤형 지원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꾀한다는 것이 중기부의 목표다. 이 정책안 역시 2020년 예산안에 신설됐고, 총 594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중기부는 기업당 매출액에 따라 5000만원 이내에서 사업비의 50~90%를 차등지원 할 예정이다. 정부 안에 따르면 최소 1188개 기업에 지원을 하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따라서 정부가 민간 기업에 현금을 살포하며 사업 손실액을 일정부분 메워주는 꼴이다.

중기부는 25억원을 들여 발달장애인 가족의 창업을 돕는 정책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발달장애인이 가변형 생산라인이나 창업보육공간 등 특화사업장에서 기계 사용료 등을 부담해 생산한 생산물에 소유권을 부여해 창업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창업하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발달장애인이 창업 경험을 통해 경제적 자립기회를 얻도록 함이 목적이라는 게 중기부의 설명이다. 이 정책은 20~39세 사이의 청년 지적 자폐성 장애인이 대상이다.

지난달 28일 중소벤처기업부가 2020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며 발달장애인 가족 창업 육성을 지원한다고 밝힌 부분./자료=중소벤처기업부



그러나 정책 도입 취지는 좋지만 엄연히 보건복지부가 장애인 주무부처로 존재하는 만큼 월권 내지는 영역 침범 논란이 일 수 있다. 더군다나 반영코자 하는 예산인 25억원(시설 및 장비 구입비 22억원, 운영비 3억원)도 누룽지 생산라인 기준으로 작성돼 황당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스마트 사업과 거리가 있고, 이 같은 '이색 사업'을 펴는 것 자체가 세금파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아울러 중기부는 미세먼지 대응 예산에 106억원을 편성해뒀다. 올해 29억5000만원 대비 3.59배나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8월 14일 제정돼 올해 2월 15일부터 시행된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미세먼지 대응 소관부처는 환경부로 일원화돼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기부 관계자는 "전국 1450개 전통시장의 주무부처가 중기부이기 때문에 해당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고, 공기청정기 가격의 60%까지 지원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 역시 타 부처 영역 침범 논란이 일 수 있으며, 내년도 미세먼지 대응 예산 역시 이 같이 집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올해 2400억원이던 모태펀드 규모가 1조원으로 확대되고,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주관하는 중소기업 융자예산은 9000억원 늘어난 4조6000억원씩이나 편성되는 등 정부가 내년 4월 15일에 있을 총선을 의식해 눈먼 돈 퍼주기에 나섰다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020년도 예산안 확정과 관련해 "(정부 예산안의) 원안 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종화 경기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는 "박영선 장관이 수장으로 있는 중기부는 전년 대비 예산을 3조원 넘게 증액했다"며 "이 같이 눈 먼 큰 돈을 운영하면 전문성 없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예산이 돌아갈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예산안이 올라가는 것도 요식행위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꼬집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대통령이 제조업 르네상스를 들고 나오며 유니콘 기업을 20개 육성에 수천억 씩 뿌리는데, 이것은 정부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위"라고 했다. 이 교수는 "외교 대참사로 빚어진 한·일 경제 갈등으로 부품 국산화니 뭐니 하는데, 이를 기다려 줄 외국 바이어는 없고 상업화 가능성은 더 더욱 없다"며 "고립과 자주를 구분 못하는 북한식 주체경제에 준하는 예산안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 절하했다.

그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온 것도 시장 구조개혁은 하지 않고, 재정 확대로 본질적 문제를 덮으려 한 것에서 비롯했다"며 "그런 일본식 정치를 문재인 정부가 더 빠르게 따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중소벤처기업부는 개인 복지를 넘어선 기업 복지를 살포해 방만경영을 조장하고 좀비기업을 양산하고자 한다"며 "국회 역시 지역구 예산을 따낸다며 당을 가리지 않고 팽창 예산에 대한 아무런 검증도 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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