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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동 가이드라인 눈치 안봐"…현대제철 임단협 진통

2019-09-03 14:32 | 권가림 기자 | kgl@mediapen.com

현대제철 노사가 지난 달 10차 공동교섭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매년 그룹 임금 및 단체협약의 중심에 있던 현대자동차 협상이 끝나면 잇따라 속도를 내 마무리되는 모습을 보였던 현대제철은 올해 임단협에선 난항을 겪을 조짐이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5개 사업장 지회를 통합해 교섭에 나선 현대제철 노조는 현대차와 상관없이 독자교섭을 고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반면 사측은 요구안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실적이 뒷걸음치고 있는 상황이어서 노조의 임금 인상 압박에 따른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 달 27일 제10차 임금교섭을 열었지만 사측이 임단협 요구안을 내지 않아 교섭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현대제철 노사는 통상 5월께 상견례를 했지만 올해는 사전 의견조율이 길어지며 지난 7월 31일 뒤늦게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노조는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과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 4차례 교섭 동안 불참하다가 지난 달 28일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향후 교섭방향과 일정에 대한 대표자 간담회를 제안했을 뿐 제시안은 내놓지 않아 4일 양측 간사 회의를 통해 차기 교섭 일정을 다시 조율키로 했다. 

노조가 올해 자율교섭을 강조한 만큼 임단협 장기화에 무게가 쏠린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주력사인 현대차가 임단협을 타결하면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현대제철 등 제조 계열사 임단협을 타협해 왔다. 노조는 이를 두고 현대차그룹 내부적으로 설정한 계열사 임단협 협상지침인 '양재동 가이드라인'이라고 주장한다. 현대차 임단협 수준을 100%로 놓고 보면 현대제철 등 철강사업장은 90%, 현대로템 등 대형부품사와 철도는 80%, 중소형 계열사는 70% 수준으로 임금협상을 꾀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올해는 양재동 가이드라인과 그룹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 노조는 "현재 계열사 주요 사업장의 임단협 진행 상황을 볼 때 ‘현대차 선타결 이후 나머지 사업장 타결 구도’가 틀리지 않고 있다"며 "현대제철 5지회가 올해 공동교섭을 진행하는 만큼 현대차, 기아차와 관계없이 현대제철만의 독자교섭을 통해 임단협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조정중지 결정을 받은 데 이어 파업 찬반 투표를 통해 쟁의행위를 가결한 상태다. 교섭에 난항을 겪어 파업까지 이를 경우 현대제철은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5개 사업장(인천지부, 광전지부, 충남지부, 포항지부, 충남지부) 지회를 통합해 교섭에 나섰기 때문이다. 5개 지회 조합원은 8000명에 이르러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 노조에 따르면 파업이 진행될 경우 당진공장 기준 철근 4000톤, 압연 2500톤, 후판 5000톤 생산이 막히며 하루 400억~500억원 손실이 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현대제철은 철광석 가격이 톤당 100달러를 치솟았지만 제품으로 가격을 전가하지 못하고 있어 노조의 임금 인상 압박은 거세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현대제철은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보다 영업이익이 33.5% 줄어든 4450억원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 모두 타결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다음 주까지 임단협을 마치지 못하면 연말까지 장기화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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