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10년째 안 팔리는 '오리사옥'…LH는 속앓이 중

2019-09-04 13:13 | 손희연 기자 | son@mediapen.com

LH 오리사옥 전경./사진=LH


[미디어펜=손희연 기자]10년 동안 오리사옥(옛 대한주택공사 본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LH가 속앓이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LH는 혁신도시법에 따라 종전 부동산 매각 대상인 오리사옥을 빠른 시일 내에 팔아야 하는 입장이지만 10년째 12번이나 오리사옥 매각에 실패하면서 제자리 걸음에 머물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리사옥 매각이 유찰되는 이유로 4000억원 대에 달하는 매각 예정가와 업무 용도로만 사용해야 하는 용도 제한, 입지 등을 꼽는다. 다만 LH는 매각 예정가 인하나 용도변경을 쉽사리 실행시키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져 있어 향후 매각 성사 여부도 불투명하다. 

4일 LH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리사옥은 지난 2007년 제정된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혁신도시법)’에 따라 종전 부동산 매각 대상이 됐다. 종전 부동산은 혁신도시 등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의 청사 건물과 부동산을 의미한다. LH는 지난 2009년 10월 이후 지속적으로 사옥 매각을 추진했지만 매입자를 찾지 못해 10년간 총 12번의 매각 공고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4000억원 대에 달하는 매각 예정 가격과 토지 용도가 주상복합 등 주거시설이 아닌 업무 용도로만 한정됐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우선 오리사옥은 몸값이 점점 오르고 있다. 지난달 12일 LH는 오리사옥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오리사옥은 대지면적 3만7997㎡, 건축연면적 7만2011㎡ 규모로 지상 8층, 지하 2층의 본관과 지상 4층, 지하 2층의 별관으로 조성됐다.  이번 매각 예정가는 토지 3733억7011만원, 건물 758억4094만원으로 총 4492억1106만원이다. 3.3㎡(평)당 가격은 2062만원 선이다. 

앞서 감정평가를 통해 책정된 오리사옥의 매각 예정가는 지난 2010년 4014억5300만원, 2013년엔 3524억9000만원, 2017년에는 4250억1600만원이었다. 

개별 공시지가도 꾸준히 상승했다. 본관의 공시지가는 지난 2015년 3.3㎡(평)당 762만2000원에서 올해 849만6000만원으로 약 11% 상승했다. 이어 LH 오리사옥의 입찰 예정가격이 지난해 분당권역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판교 오피스보다도 높다. 판교 알파돔시티 6-3블록, 6-4블록 오피스빌딩은 지난해 4월 각각 3.3㎡당 1750만원, 1795만원에 거래됐다.

사옥의 용도변경 여부도 걸림돌이다. 현재 오리사옥은 업무시설로만 사용할 수 있다. 분당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오리사옥의 권장용도는 업무·문화 및 전략산업 관련 시설이다. 이에 주상복합 등 주거시설을 조성할 수 없다. 이번 공고에서도 업무, 문화, 전략산업 관련 시설로 권장용도가 한정됐다. 

이에 LH가 용도변경을 관할 지자체인 성남시에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성남시는 '특별한 사유' 없인 용도지역을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H가 오리사옥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 용도변경을 성남시에 요청하고 있지만, 오리사옥 일대 상권들이 침체되는 등의 이유로 성남시가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를 놓고 업계에서는 LH가 성남시와 협의해 건축물 용도변경을 할 경우 매수자에 대한 특혜의혹이 제기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또한 매각이 쉽게 성사 되게끔 매각 예정 가격을 낮춰서 판다면 이 또한, 매수자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생길 수 있다. 이에 LH로서는 오리사옥을 저렴하게 팔수도 없는 상황에 놓여졌다.

입지도 매각 유찰의 약점으로 꼽힌다. 2014년에 팔린 LH 정자사옥은 입지로 봤을때 판교와 가까워 관심을 둔 매입자들이 있었지만, 오리 사옥은 오리역 역세권과 구미동 상권 등 입지에도 불구하고 분당에서도 변두리에 위치해 용인에 가깝다는 평가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LH 정자사옥이 오리사옥 보다 입지적으로 크게 나은 부분은 없어도,  판교와 용인으로 놓고 보자면 정자사옥이 입지적인 메리트는 더 있다"며 "정자사옥은 운이 좋게 서울대병원이 사겠다고 해서 팔린 것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오리사옥을 오피스 용도로 4000억원 대에 살 만한 매수자가 대기업 말고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LH가 오리사옥 매각을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할 감정평가도 문제다. LH는 감정평가기관을 통해 매각가를 결정하는데 이때 감정수수료가 발생한다. LH는 매각 입찰 성과가 없자, 지난해 입찰 안내문에 매수의향자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고 명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LH는 민간 사업자와 수의계약을 맺어 오리사옥을 매각할 수 있는 방법도 있지만 입찰에 나서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어 수의계약도 힘들어졌다.

LH는 더구나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이라 혁신도시법 의거한 종전 부동산 건물 매각 시행을 필수적으로 실현해야하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공공기관보다도 LH의 경우 국토부 산하기관에 속해 있어 종전 부동산 건물인 오리사옥 매각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 하고 싶어 할 것이다"고 전했다.

LH는 향후 오리사옥 공개경쟁입찰을 다시 추진할 예정이다. LH 관계자는 "향후에도 매각 입찰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며 "아직 시기와 기간은 확정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LH 오리사옥이 매각돼 팔릴 경우 LH경기지역본부는 매각 후 4년간 임대해 사용한 뒤 이후 새로운 사옥을 건립하는 등 새 보금자리를 찾아 떠날 전망이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LH 오리사옥을 두고 타 공공기관 종전 부동산 매각과는 다른 관점을 바라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전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LH 오리사옥은 LH가 자기 자본으로 건물을 산 경우이기 때문에, 종전 부동산 매각에 대한 시각을 다른 공공기관 건물 매각과는 다른 성격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전했다.

[미디어펜=손희연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