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을 몰락시킨 건 촛불이다. 단초가 된 것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대 입학 성적 특혜라는 반칙 때문이었다. 불난 데 정유라의 SNS 발언이 기름을 부었다. 정유라의 그 유명한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가 촛불과 함께 다시 소환됐다.
대학생들이 분노하고 있다. 조국 후보자의 딸과 관련이 있는 서울대 고려대 부산대학생들이 촛불을 들었다. 2일 조국 법무부후보자는 기자간담회를 강행했다. 정식 청문회 대신 '셀프 청문회'는 꼼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당은 국회에 자리를 마련해줬다. 홍익표 청와대 수석부대인변은 사회를 맡았다. 유례가 없는 일이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은 청문회가 아닌 기자간담회의 들러리가 됐다.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했다는 따가운 질책도 나오고 있다.
기자간담회는 그야말로 모르쇠의 성찬이었다. 조 후보자는 딸 논문과 입시, 장학금, 웅동학원, 가족 펀드에 대해 "몰랐다"고 얼버무렸다. "모른다"는 취지의 답변만 50차례를 넘었다고 한다.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의혹만 키운 셈이다.
국민들은 기막혀 하고 있다. 서울대와 고려대는 3차 촛불집회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서울대 동문 커뮤니티 사이트 '스누라이프'에는 조국 후보자를 성토하는 글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다음 세대는 당신을 역사에서 수치스럽게 기억할 것"이라는 글이 공감을 얻고 있다. 기자간담회를 독재정권의 '체육관 선거'에 빗댄 글도 인기다.
고려대 동문 커뮤니티 고파스 역시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게 아니라면 저런 태도로 기자회견을 할 수 없다"고 질책했다. 특히 "합법적이지만 흙수저 청년들에게는 해당 기회가 없었다"는 조 후보자의 발언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쌓이는 의혹에도 임명 강행 수순을 밟고 있다, 조국 후보자는 스스로 강남좌파이자 금수저임을 인정했다. 흙수저는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스펙쌓기와 장학금 받기 신공은 신기에 가깝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촛불로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부가 촛불을 오독하는 심각한 자기기만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미 몇몇 여론조사에서도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여론의 오독을 넘어 난독증 증세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사실상 조 후보자 임명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읽힌다.
청와대와 여당은 조국 수호에 총동원됐다. 공정과 정의를 입에 달고 살던 이들이 차고 넘치는 의혹을 변명으로 덮고 있다. 급기야는 현직 대통령의 아들까지 나서 조국 후보자의 딸을 두둔하고 나섰다. 초록은 동색이던가.
자고 나면 의혹은 고구마줄기처럼 뻗어 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한다. 조국을 위해 정권마저 던지겠다는 아집이 느껴진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더욱이 분노한 청년들의 촛불은 쉬이 꺼지지 않는다.
청와대와 여당은 '셀프 청문회'로 의혹이 해소됐다는 자평을 한다. 조 후보자의 의혹을 궤변으로 눙치려 한다. 그들 모두가 금수저이거나 아니면 조 후보자만큼 깨끗하지 못하다는 걸 스스로 자인 하는 건가. 아님 진보좌파로 행세해 온 그들의 민낯이 까발려 짐에 대한 두려움인가.
청년들의 분노 본질은 문재인 정부가 신념처럼 입 아프게 외쳐온 것에 대한 배신이다. 기회는 공평하지 않았다. 조국 후보자는 스스로 강남좌파이자 금수저임을 인정했다. 흙수저는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스펙쌓기와 장학금 받기 신공은 신기에 가깝다.
과정은 공정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1학년생이 인턴 2주 만에 병리학 논문의 제1저자가 됐다. 딸이 "영어를 좀 잘 한다"는 조 후보자의 변명은 학자로서의 양심마저 의심케 한다. 장학금을 신청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준다. 유급이 돼도 6학기 연속 장학금이 꼬박꼬박 나온다. 대체 어느 나라 이야기인가.
결과는 정의롭지 못했다. 이해불가인 화려한 스펙으로 고려대를 가고 서울대 대학원을 다니고 의과전문대에 입학했다. 'SKY캐슬'은 드라마속 이야기가 아님을 조 후보자의 딸이 증명해 준 셈이다. 대체 이 사회에는 얼마나 많은 현실판 'SKY캐슬'이 흙수저를 울리고 있는 걸까? 그리고 그걸 비호하는 이들은 어떤 '부정'을 했을까.
지금 국민들은 정의를 외쳐온 그들에게 분노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감히 꿈도 못 꿀 기상천외한 대한민국의 편법과 특혜와 반칙의 종합세트를 보고 있다. 차고 넘치는 의혹은 차치하자. 윤석열 검찰호에 '사람'이 아닌 '불의한 권력'과의 싸움을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조국식 정의'는 이미 국민들에게 부정당했다. 그들만의 세계에 몰입해 국민들을 무지랭이 취급하는 오만은 당장 멈춰야 한다. 촛불에 취해 촛불의 의미마저 읽지 못하는 난독증이 몰고 올 파장은 예측불허다. '촛불혁명'을 노래하던 그들이 '촛불'을 들게 하고 있다.
기회는 공평하지 않았다. 강남좌파는 그들이 적폐로 삼았던 기득권의 그림자에 기생한 기생충이었다. 공정은 그들만의 세상에서나 가능한 또 다른 리그였다. 그리고 정의는 죽었다. 그들에게 촛불도 정의도 어느 코미디 프로의 유행어처럼 "그때 그때 달라요"다.
"모두가 용이 될 필요가 없다. 개천에서 붕어나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사회를 만들자"는 조 후보자의 말뜻은 이랬나 보다. "감히 개천에서 용을 꿈꾸지 말라. 붕어나 가재로 살면서 영원히 그렇게 살아라. 흙수저가 금수저로 가는 사다리는 없다."
청년들의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촛불에 대한 올바른 독해력은 오롯이 문재인 정부의 몫이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혹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는 건 검찰에 대한 '묵시적 강요'가 아닐까.
[미디어펜=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