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한앤컴퍼니의 대주주적격성 심사에서 한번의 고배를 마신 뒤 MBK-우리은행 컨소시엄과 함께 매각 순항을 하던 롯데카드가 노조의 투쟁 선포식을 기점으로 다시 한 번 매각에 난항을 겪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롯데카드 노조는 사측에 고용안정 담보와 직원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사측은 고용보장은 계약 당시 5년으로 확약됐다며 직원들의 처우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것 외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롯데카드 노조의 투쟁은 선포식을 기점으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등과 합심해 노조의 요구가 이행될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롯데카드 매각 과정에 끊임없는 잡음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4일 롯데타워 롯데몰 앞에서 진행된 '롯데카드지부 투쟁 선포식'/사진=미디어펜
4일 롯데카드 노조는 롯데타워 롯데몰 앞에서 '롯데카드지부 투쟁 선포식'을 개최했다. 이날 노조는 "롯데카드 경영진은 고용안정을 담보할 수 있는 고용안정 합의서를 노조와 즉각 체결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무능한 사측과 롯데지주의 경영 형태로 롯데카드 전 직원들은 카드사 최저연봉을 받고 있다"며 "여기에 노동자 탄압으로 유명한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로 팔리게 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말했다.
또한 "롯데지주는 허울뿐인 실체를 알 수 없는 고용보장 5년이라는 말 외에 어떠한 것도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며 "매매계약서 공개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계약서 내용조차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또한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이사조차 계약서를 보지 못햇다고 주장하며 "대표이사는 허수아비인가, 불안에 떨고 있는 직원들을 외면하고 수수방관해 온 무능한 롯데카드 대표이사는 즉각 사퇴하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롯데카드 관계자는 "이미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5년간 고용보장은 계약시 확약된 내용"이라며 "기타 사항에 대해서도 노동조합과 성실하게 대화해왔고, 앞으로도 대화를 지속하고 직원들의 처우 보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관련업계에선 노조 측의 우려와 마찬가지로 롯데카드의 인원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롯데카드는 임직원 고용안정을 롯데그룹과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이 맺은 주식매매계약서(SPA)에만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안정 협약서에 구조조정 불실시 등을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으면 추후 여러 가지 명목으로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SPA에는 롯데카드 임직원의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롯데그룹이 롯데카드 매각 이후에도 주주로 남아 협력관계를 유지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이사가 사내 통지문을 통해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은 거래의 전제조건으로 제시된 5년 고용보장을 확약했고 계약서에 명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롯데카드 직원들과 노조는 불안하다는 입장이다. 롯데카드의 인력 몸집이 카드사 규모에 비해 크다는 지적이 일며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기 때문이다.
실제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각 카드사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롯데카드의 경우 2018년 전체 직원수가 1708명에 달해 하나카드의 직원수(758명)와 우리카드의 직원수(636명)보다 2배 이상 큰 몸집을 자랑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MBK-우리은행 컨소시엄으로 롯데카드 매각이 진행된다면 인력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롯데카드의 영업인력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단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노조는 고용안정 외에도 △롯데지주의 주식매매계약서 공개 △직원에 대한 합당한 보상 이행 △롯데카드 대표이사 사퇴 등을 주장했다.
노조는 "롯데카드 사측과 롯데지주를 상대로 노조 측의 요구가 관철되는 그날까지 강력한 투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롯데지주는 지난 5월 24일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과 롯데카드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해 롯데지주가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 79.83%를 MBK컨소시엄에 1조3810억원의 금액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롯데그룹은 오는 10월까지 롯데카드 매각을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