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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양반 부인 내밀한 생활, 첩관리는 어떻게?

2014-09-01 10:12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선비의 아내>에서 배우는 독서경영(저자 : 류정월 출판사 : 역사의 아침)

   
▲ 전형구 전박사의 독서경영연구소장
“조선 여성들의 내밀한 결혼 생활기”라는 부제가 있는 이 책은 현대적 관점으로 살펴본 조선시대 양반 여성들의 결혼 생활을 주재로 해 선비의 아내로 평생을 보내야 했던 평범한 조선 여성들의 일상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평범한 일상뿐 아니라 당시 사회적 제도와 여성의 역할까지 현대적 관점으로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선조들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책은 혼인, 사랑, 첩에 대한 질투, 집안 살림과 경제 활동, 남편 내조, 출세를 위한 헌신, 여가 생활, 재난 극복, 죽음 등 아홉 가지 주제를 통해 조선 여성들의 결혼 생활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는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편감을 고를 수 없었고 남성이 신붓감을 고를 수 없었다. 처부모가 사윗감을 고르고 시부모가 며느릿감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결혼 적령기의 선남선녀가 우연히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는 대부분 픽션으로 존재한다. 지금의 처녀․총각이야 자신의 입맛대로 학벌, 외모, 성격을 따지는데 그 시대 부모님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골랐을까? 다른 사람들이 훌륭하게 여길 만한 사람이면 사위 자리로 며느리 자리로 탐낼 수도 있겠다. - <혼인이 이루어지기까지> 중에서

연애로 시작하건, 결혼으로 시작하건, 부부 관계란 항상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현대의 많은 부부들은 사랑과 미움, 연애 감정과 분노의 감정, 따뜻함과 냉정함을 오가며 살아간다. 다투다가 정드는 부부도 있고, 있던 정도 떨어지는 부부도 있다. 부부로서 사는 긴 시간 동안 이들은 동일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는다. 이는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긴 시간 동안 관계는 변하게 마련이다. 그 대표적인 변수 중 하나가 ‘첩’이다. - <서로 친해지기까지> 중에서

예를 갖추어 맞이한 부인은, 평생을 함께할 사람이다. 반면 예를 갖추지 않고 맞이한 첩은 이익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등을 돌릴 수 있는 사람이다. 이것이 처와 첩을 구분 지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기준이다. 그래서 처첩 갈등이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심각한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 <한평생 해로하기까지> 중에서

   
 
선비의 아내가 해야 할 일들의 잡다함이란 끝도 없다. 강도 높은 이 노동의 주체가 천민의 아내도, 상민의 아내도 아닌 선비의 아내라는 사실이 놀랍다. 한편 이덕무는 양반 남성에게도 가계를 위해 노동할 것을 권했다. 이덕무가 양반 남성의 노동에 대해 이렇게 자세하게 언급한 것은 당시의 분위기에서는 독특한 일이었다. 양반 남성의 노동에 대해 일견 진일보한 의견을 피력했던 이덕무도 이들에게 여성과 같은 정도로 일하라고 하지는 않는다. 선비에게는 책을 읽고 행실을 닦고 나서 틈틈이 일을 하라고 충고한다. - <생활이 이루어지기까지> 중에서

가난한 살림에 과거 공부를 하는 남편을 위해 여비를 마련하는 일은 오로지 부인의 몫이었던 듯하다. 과거를 준비하는 남성들의 삶도 그렇지만, 그것을 내조해야 하는 여성들의 삶도 만만치 않았다. 강정일당이 남편과 주고받은 짧은 편지 가운데 과거를 준비하는 동안 남편에게 음식을 보내는 이야기가 나온다. - <과거에 급제하기까지> 중에서

조선시대에는 남편의 벼슬에 따라 부인의 품계가 정해졌다. 남편의 벼슬이 1품이면 정경부인, 2품이면 정부인, 3품이면 숙인, 9품이면 유인 이런 식이다. 그러나 이씨 부인의 삶을 보면 남편에 따라서 품계가 높아진다고 해서 삶의 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이들은 남편과 아내로 한 집에 살지만 다른 계급인 것처럼 보인다. 이씨 부인은 노동의 고달픔을 드러내지 않았고, 남편은 집안일에 대해서 묻지 않았다. 남편이 “ 그 현명함을 깊이 알았으면서도 그 집안의 가난함은 깊이 알지 못했다”라고 하지 않는가. 자기 집 형편을 모르니 친척들이 곤궁하다면 흔쾌히 베풀기도 했다. - <남편이 출세하기까지> 중에서

여성들이 웃음소리도 내기 어렵고, 얼굴 드러내기도 어려운 가운데 즐기는 놀이. 놀이는 일상에서 일탈의 순간이다. 일탈이 의미 잇는 것은 창조적인 에너지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노는 것은, 자신을 잊을 만큼 노는 것이다. 양반 여성들이 이런 신체적 제약들을 지키면서 자신을 잊을 만큼 놀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 <여가를 즐기기까지> 중에서

인간이란 어떤 시련도 넘어서는 괴물이라기보다는 “아프면 쉬어 가고 힘들면 누웠다 가고 피곤하면 자다 가는 그런 존재”여야 한다. 그러나 여성을 괴물로 만드는 상황들이 조선시대에는 존재했다. 자연재해로는 호환이 대표적이었고, 인재로는 전쟁이 대표적이었다. 전쟁이 없는 시기라고 해서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 사대부 부인들에게 사화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정치적 재해였다. 학문에 듯을 둔 선비의 아내에게는 일상이 전쟁이었다. 사나운 여성, 독한 여성, 괴물 같은 여성은 태어난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 <재난을 극복하기까지> 중에서

여성들이 간직했던 상자에는 패물, 편지, 옷감과 옷이 보관되어 있었다. 하지만 한 번 상자에 들어왔다고 주인의 물건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상자의 주인들은 필요한 때에, 필요한 사람을 위해 언제든지 상자를 헐었다. 어떤 경우 상자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물건들, 예컨대 빠진 이 같은 것이 간수되어 있었다. 여성들 자신이 슨 유서가 발견되는 곳도 상자였다. 여성들이 보관한 상자는 그들의 재주, 그리움, 사랑, 일상에 대한 기록이자 죽음에 대한 기록이기도 했다. - <삶의 마지막까지> 중에서

* 전박사의 핵심 메시지

이 책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선비의 아내로 평생을 보내야 했던 평범한 조선 양반 여성들의 일상을 추적해 본 것이다. 혼인, 사랑, 첩에 대한 질투, 집안 살림과 경제 활동, 남편 내조, 출세를 위한 헌신, 여가 생활, 재난 극복, 죽음 등 아홉 가지 주제 아래 다양한 문학 사료를 인용하며 조선 여성들의 평범한 일상적인 삶뿐 아니라 당시 사회적 제도와 여성의 역할까지 현대적 관점에서 살펴본 것이다.

우리의 엄마, 할머니들의 삶이라는 게 유교사상과 남성 중심 사회라는 시대상에서 여필종부 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남편의 내조는 물론 아이의 양육과 교육을 도맡아 해냈으며, 집안의 경조사 챙기기, 자질구레한 집안일 돌보거나 처리하기도 그녀들의 몫이었다. 이런 모습들이 현대에 이르러 아줌마의 힘과 저력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편이 첩을 두어도 질투하지 않고 감내했으며, 과거 공부하는 청백리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꾸리며 살아야 했던 조선시대 양반 부인들은 자칫 시대가 만든 희생양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조선 여성들을 불쌍하고 가엾은 희생양으로 볼 것이 아니라, 가장의 책임을 방기하는 남편 대신 적극적으로 집안일을 감당한 사람, 일상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며 자존감과 자부심을 유지한 여성이라는 주체로 봐야 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글로벌 경쟁 속에서 대한민국이 당당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바로 이런 어머니, 할머니들의 희생이 아닌 주체적 삶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다할 자원도 없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국가가 될 수 있었던 건 바로 열정적인 교육열이 있었기 때문으로 그 중심에는 역시 어머니가 존재하고 있다. 이런 점이 결국 저자가 이 책에서 내조와 살림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선비의 아내들의 삶을 재조명해 봐야 되는 이유일 것이다.  /전형구 전박사의 독서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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