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희연 기자]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인 SH공사(서울주택토지공사)의 '강북 사옥 이전'을 두고 공사 노조가 반발에 나서면서 잡음이 일고있다.
SH공사가 현재 위치한 강남구 개포동에서 중랑구 신내동으로 이전이 결정된 가운데 노조는 공공기관 이전의 명분으로 내건 ‘강남·북 균형 발전’에 공사 이전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SH공사와 서울시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적합한 지역 선정이었다는 입장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SH공사 본사 사옥을 오는 2024년 강남구 개포동에서 중랑구 신내동 318 일대 신내2지구 임시주차장 용지(1만3658㎡)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8월 삼양동 한달살이 프로젝트 이후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해 강북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배분하겠다"며 공공기관 강북 이전을 약속한 바 있다. 이후 서울시와 산하기관, 해당 직원 등이 참여한 가운데 강북 지역 이전 후보지를 물색해왔다. SH공사의 직원 선호도에서 도봉구 '창동복합환승센터' 부지가 우위로 나타났으나 강남·북 균형발전 효과 측면에서 장기간 공터로 남은 중랑구 신내2지구가 선정됐다.
이에 SH공사 노조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직원·노조와 소통해 이전 장소를 결정했다는 서울시 발표와 달리 실제로는 시가 공사를 압박해 직원들은 무시한 채 (이전 장소인) 중랑구의 목소리만 경청하며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서울시 행정1부시장 출신인 중랑구청장이 박 시장의 핵심 인사인 점이 이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에 따르면 공사와 시는 창동역 인근, 은평 뉴타운, 양원 공공주택지구 등을 후보지로 검토했다. 그러나 최근 중랑구청과 중랑구가 지역구인 국회의원의 요구로 중랑구 신내2지구가 이전지로 선정됐다는 주장이다. 이전 장소인 신내2지구 부지는 학교 용지였다. 수요가 없어 줄곧 미분양 상태로 남아있었다. 이에 사업 시행자인 SH공사는 2011년부터 용도 변경을 통한 매각을 시도했다.
노조 측은 중랑구가 이를 거부하다가 공사 사옥 이전을 시에 요구했다고 전했다. 노조는 “이는 현재 중랑구청장이 서울시 행정1부시장 출신으로 박원순 시장의 핵심 인사인 점, 내년 총선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은 중랑구민에게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옥 이전 결정에 본인이 적극 개입하였음을 홍보 중인 것으로 알려져 부지불식간에 결정 과정이 불공정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는 시가 공공기관 이전의 명분으로 내건 ‘강남·북 균형 발전’에 공사 이전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현 개포동 사옥에 1년 넘게 공실로 방치된 상가가 있을 정도로 공사가 발생시키는 구매력이 높지 않아 경제적 효는 미미할 것”이라며 “현 사옥이 재개발될 경우 오히려 강남 집중개발의 또 다른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우용 노조위원장은 “공사 이전으로 강북 지역 경제발전을 도모할 경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데이터가 나와야 하는데 전혀 없다”고 전했다.
노조는 20여만 호의 임대주택을 관리하는 공사 특성상 무주택 서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입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사를 방문하는 시민 중 노인 등의 교통약자가 많기에 신내2지구 부지는 최악의 이전 장소라는 것이 노조 주장이다.
SH공사는 본사 이전에 관한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다만 강남·북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지역 선정부분에서 신내가 창동보다 더 적합하다는 용역 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설명이다.
SH공사 관계자는 "본사 이전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면서도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창동보다는 신내가 적합한다는 용역 중간 결과를 서울시에 제출했고, 서울시가 신내2지구로 정해 발표를 하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창동 부지와 신내 학교 부지를 중점적으로 검토했는데, 교통 편의성은 창동이 우수한것으로 나오지만,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신내 학교 부지가 좀 더 우위에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신내2지구가 지역 균형 발전에 있어서 창동보다 우위에 있다고 정한 기준에 대해서는 "해당 지역마다 인구, 일자리, 사업체 수 등 종합적인 통계치 지표를 토대로 기준으로 정했으며, 결론은 창동 부지는 문화 쪽으로 자체적으로 자생할 수 있는 개발 가능성이 있고, 상대적으로 신내 학교 부지는 자생적인 개발 여건이 열악하다보니, 지역 균형 개발 부분에 있어서 본사 이전 효과가 더 우위가 있다는 지표가 나왔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해당 기관과 직원들의 참여 속에서 공정하고 적합하게 지역을 선정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관 이전, 지역 선정에 있어서 서울시와 해당 공공기관, 직원들이 함께 공정한 과정을 통해 균형 발전 적합성을 토대로 신내2지구를 결정했다"며 "도심권인 세운4구역은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으며 지역 활성화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신내2지구를 최종 대상지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SH공사를 포함한 인재개발원, 서울연구원를 중랑, 강북, 은평구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미디어펜=손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