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새민련, 민생법안 반대, 경제침몰 작심했나

2014-09-01 17:23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허원순 한국경제 논설위원
정기국회 개회일을 사흘 앞둔 지난 8월 29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담화문을 발표했다. 형식은 대국민 담화문이었지만 다급한 법안들을 국회가 조속히 처리해 달라는 읍소였다. 최경환 부총리 등 경제장관들이 경제·민생법안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지 불과 사흘 만에 뒤이어진 정부의 요청이었다.

박근혜정부가 신속 처리를 요청한 법안에는 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유병언법) 같은 것도 있다. 세월호 사고로 인해 소요되는 6000억 원의 비용을 청해진해운과 유씨 일가에 책임 지울 수 있는 법이다. 이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세월호 처리 비용은 국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복지 사각지대의 서민 40만 명에게 7가지 기초생활급여를 지원할 국민기초생활보장법도 들어 있었다. 지난 2월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한 ‘송파 세 모녀 사건’의 재발을 막자는 취지의 법이었다. 

국회는 정부가 제안한 법을 놓고 정부의 판단에 오류는 없는지, 다른 관계된 법률들과 충돌은 없는지, 페이고(pay-go 세입내 세출) 원칙에 입각해 추가 소요 예산은 얼마인지 상임위별로 정밀하게 검토할 일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광장에 몰려가고 소수의 눈치를 살피면서 국회의 정상화를 하지 못했다.

   
▲ 허원순 한경논설위원(오른쪽에서 두번째)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개최한 <투자활성화 관련법안, 탈출구는 없는가>라는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진수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 최창규 명지대 교수, 노부호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허원순 논설위원, 천창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장외투쟁을 이어가는 어정쩡한 입장으로 거리의 투쟁을 거둬들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정기국회 개회식에는 참석하되, 진도 팽목항에서 서울까지 도보 행진을 하고 단식 릴레이도 이어간다는 식이었다. 국회 안팎에서 투쟁을 병행하겠다는 것이었다. 의원들의 입법활동은 의원의 특권도, 투쟁 수단도 아니라 의무인데도 이를 방기하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회의원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사실 장외투쟁을 나간 그룹이 국회로 복귀한다해도 큰 의미는 없다.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의정 파업을 거두는 식이라면 투쟁장만 광화문광장에서 의사당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겠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차제에 한 가지 분명히 하고 가려 한다. 툭하면 내거는 소위 ‘연계투쟁’ 말이다. 대부분 법안은 독립적인 법률들이다. 법안들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냉철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요하는 것들이다. 무근 끼워 파는 물건들처럼 개수로 흥정할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연계해 법처리를 투쟁의 수단으로 삼는 다면 법을 볼모로 잡는 일이요, 법의 가치를 국회가 무너뜨리는 것이 된다.

   
▲ 세월호는 세월호, 경제는 경제...민생법안과 세월호특별법을 연계하는 것은 경제를 좌초시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왼쪽)와 우윤근 정책위의장이 박근혜정부가 최우선적으로 본회의통과를 촉구한 30여개법안 중 11개에 대해 가짜 민생법안이라며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새민련이 국민을 생각하는 대승적인 협조가 절실하다.

연장선상에서 한 가지 더 짚고 갈 일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부가 국회의 조속한 처리를 호소한 민생법안 30개 중 11개를 가짜 민생법안이라고 규정하며 이를 저지하겠다고 했던 일이다.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법안에 가짜·진짜가 있다는 것은 정략화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스스로 불러일으킨다. 앞서서는 모든 법안을 세월호 특별법 투쟁에 연계시켜 좌초시키더니 이번에는 가짜 민생 논리로 긴급한 법안들에 제동을 걸겠다는 전략이었다.
 

가짜 민생법안 11개 주장은 새정치연합 정책위원회가 자체 분석한 결과다. 하지만 이건 무리한 반대로 보인다. 국회에 계류된 지 1년을 넘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만 해도 그렇다. 야당은 의료영리화 추진 근거법이라며 반대 딱지를 붙였다. 의료와 조금이라도 관련됐다 싶은 법안은 모조리 반대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원격의료도 안되고 보험사의 외국인환자 유치활동도 무조건 안 된다는 것인가. 또 가령 위해성이 낮은 의료기기의 허가 신고 업무를 공공기관에 위탁하는 규제완화조차 국민 안전을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설득력이 약하다.
 

또 관광진흥법은 대기업 특혜라서, 마리나항만의 조성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은 반서민적이라서 안 되는 법이라는 식이다. 외국인 전용 선상카지노 허용, 외국인투자 유치와 각각 관련된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경제자유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반대 논리도 사실 마찬가지다. 

야당은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는 주택법,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폐지법, 재건축시 신규주택 공급을 허용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등도 부동산 투기조장법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있다. 투자활성화나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법안이 민생법안이 아니면 과연 어떤 것들이 민생법안이라는 건인가. 직접 복지관련으로 예산을 막 쓰자는 법 외에는 전부 민생법안이 아니라는 논리는 너무 단선적이다.
 

더구나 이들 법안 처리는 야당이 매달리는 세월호 처리와는 관련도 없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건가, 죽이겠다는 건가. 경제를 살리려는 노력들을 모두 부정해버리면 이대로 경제를 좌초시켜버리자는 것 밖에 안 된다. 경제 법안을 볼모로 정치 싸움을 하자는 식이라면 경제살리기는 정말 어렵된 것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이 글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개최한 <경제 민생법안 진단 연속토론회-투자활성화 관련법안 탈출구는 없는가>라는 토론회에서 허원순 한국경제 논설위원이 주제발표한 것입니다.)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