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고심을 거듭하던 문재인 대통령이 끝내 9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했다. ‘조국 불가론’을 내세우던 야당과 반대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즉각 일정에 없던 회의를 소집, ‘조국 임명 철회 운동’을 전개하기로 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이와 별개로 정치권 일각에선 ‘조국 임명’이 가져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기류도 감지된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여론전 펼치는 野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오늘 오전 여섯 명의 장관 및 장관급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재가했다”며 조 후보자 임명 사실을 알렸다. 같은 시각 국회에서 회동을 마친 여야 3당 원내대표는 “고뇌에 찬 결단”(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과 “대한민국 헌정 사상 가장 불행한 사태”(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국민과 싸우겠다는 결정”(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이라는 상반된 반응을 내놨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공동 대응 의지도 내비쳤다.
한국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조국 임명에 따른 당 차원의 대여 투쟁 방법을 논의했다. 이후 현충원을 참배한 한국당 지도부는 광화문에서 1인 피켓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황교안 대표는 3시간 가까이 진행된 비공개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조국의 민낯을 국민에게 알려드리면서 국민 마음속으로 들어가 나라를 지키기 위한 우리 마음을 알려드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의총에서 일부 의원들은 ‘천막 투쟁’이나 ‘의원직 총사퇴’와 같은 투쟁 방안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른미래당 역시 해임건의안과 국정조사를 비롯한 ‘조국 퇴진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바른미래당은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이러한 내용의 성명서를 채택했다. 성명서에는 당 소속 의원 전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조국) 임명 강행에 반대하는 모든 정당·정치인과 연대해 법무장관 해임건의안 국회 의결 추진에 나서겠다”며 “문재인 정권이 정권 차원의 검찰 겁박과 수사 방해를 멈추지 않는다면 즉각적인 특검 도입으로 정권의 진실 은폐 기도를 좌절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모두 원내·외 투쟁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9월 정기국회는 사실상 ‘야당의 무대’로 일컬어지는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음은 물론,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을 거론한 야당 입장에선 장외투쟁에만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고려된 결정으로 풀이된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라는 아주 중요한 투쟁 수단을 절대 놓치지 않고, 국회를 중심으로 하는 투쟁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왼쪽 부터)·오신환 바른미래당·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9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동하고 있다./연합뉴스
◇보수통합론 불붙나
야당은 이번 ‘조국 사태’를 ‘정권 퇴진론’으로까지 확대하려는 모습이다. 이미 야권 전반에선 “(조국 법무장관 임명을) 밀어붙인 독재자 문 대통령은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신상진 한국당 의원), “박근혜(전 대통령)가 왜 탄핵받고 감옥에 가 있는지 문 대통령은 생각해 보라”(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국민들의 힘으로 다시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박지원 무소속 의원) 같은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들린다. 조국 임명으로 악화한 여론을 반전의 계기로 삼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는 조국 임명으로 보수통합론에 불이 붙을 수 있다는 분석과도 맞닿는다. 줄곧 필요성이 제기돼 온 보수통합론이 그 ‘명분’을 찾아 헤매던 상황인 만큼, 조국 임명이 통합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견해다. 이날 3당 원내대표 회동에 앞서 나 원내대표와 별도로 만난 오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범(凡)야권의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 모아서 강력하게 투쟁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쪼개진 보수가 공동전선을 펼쳐 접점을 늘릴수록 통합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