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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둘러싼 SK이노-LG화학 '이전투구'…중국 공세 외면?

2019-09-11 13:21 | 나광호 기자 | n0430@naver.com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배터리를 둘러싼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법적 분쟁이 특허전으로 번지는 가운데 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3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연방법원에 LG화학·LG전자·LG화학 미시간을 제소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들 회사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한 것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소송 제기를 미뤘으나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LG화학도 자사의 특허건수(1만6685건)가 SK이노베이션(1135건) 대비 14배 이상 많은 것을 근거로 특허 침해에 대한 법적 조치 검토 등 반격을 예고했다. 또한 입장문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의 소송을 국내 업체끼리라는 이유만으로 국익을 해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며, 기업들이 쌓아온 영업비밀과 특허가 정당하게 보장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을 진화하기 위해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LG·SK그룹 고위 관계자를 만나 중재 및 물밑협상 통로 개설 등을 당부했으나, 양사의 입장이 좁혀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 광화문 SK서린빌딩(왼쪽)·여의도 LG트윈타워/사진=미디어펜



업계는 △소송비용 △기술유출 △중국의 '배터리 굴기' 등의 이유로 이들의 갈등이 조속히 매듭 지어지길 바라는 눈초리다.

일각에선 국내외에서 진행되는 소송에 최대 2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사 모두 올 상반기 배터리부문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무슨 특허를 침해했는지 규명하는 과정에서 공정과 노하우 등이 외부로 유출될 수도 있다. 양사 모두 핵심기술 보호를 강조했지만 반대의 상황이 펼쳐지는 셈이다.

LG화학은 ITC에 연구개발·생산·기술·품질관리·구매·영업 등 세부 항목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토대로 소장을 제출했으며, SK이노베이션도 최근 소송 접수가 완료되면 특허 내용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탑재량/자료=SNE리서치



최근 중국 배터리 업체인 비야디(BYD)가 아우디·포르쉐가 공동개발하는 프리미엄 전기차 플랫폼(PPE) 공급전에 뛰어드는 등 중국 업체들의 시장점유율 확대 노력도 걱정거리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LG화학은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공급처 다변화 전략을 추진한데 따른 것"이라며 일축했으나, 양사간 소송의 영향권 밖에 있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특허 소송에서 승소한다면 특허침해를 기반으로 수주한 제품의 공급 중단 및 손해배상 등 LG화학의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아우디와 BYD의 논의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서 LG화학이 이길 경우 SK이노베이션 미국 공장 가동이 힘들게 되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모듈형 전기드라이브(MEB)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셀의 전략적 공급자로 SK이노베이션을 선정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추석 명절 이후 신학철 부회장과 김준 총괄사장 등 양사 CEO가 만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대타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룹 총수가 직접 의사소통 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정부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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