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촉구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조국 사태’를 규탄하는 결기와 달리,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답보 상태다. 조 장관을 둘러싼 논란과 의혹이 줄줄이 터져 나오고 있음에도 한국당을 향한 민심은 요지부동인 셈이다. 정치권에선 여권발 악재에도 불구 반사이익을 못 누리는 한국당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6일 조사해 지난 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당은 29.2%의 지지율을 기록해 전주 대비 0.1%p 오르는 데 그쳤다. 7월부터 지금까지 지지율 추이를 살펴봐도 줄곧 30%대 언저리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40%대에서 30% 중반대까지 내려앉은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을 흡수하지 못한 꼴이다. (전국 성인 2505명 대상, 응답률 5.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처럼 민심이 싸늘한 이유로는 다양한 원인이 지목된다. 큰 틀에서 꼽히는 것은 ‘한국당에 대한 이미지’다. “조 장관을 통해 386 운동권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시각을 가진 사람들 중에선 ‘한국당도 다르지 않다’고 인식하는 비중 역시 높다는 것이다. 실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한국당 위원으로 조 장관을 저격한 장제원 의원이 아들의 ‘운전자 바꿔치기’ 논란으로 곤욕을 겪거나, 나경원 원내대표 아들의 ‘의공학 포스터 제1저자 등재’ 논란이 불거진 점은 이런 인식을 강화하는 요소다.
쉽사리 한국당을 대안세력으로 택하지 못하는 민심의 기저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인상이 남아있어서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지금은 잠잠하지만, 또 언제 친박(親박근혜)과 비박(非박근혜) 간 계파 갈등이 재발할지 모른다는 점은 민심을 방황케 만든다는 분석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당내 ‘편 가르기’는 총선을 앞두고 터질 수 있는 악재”라고 촌평했다.
이와 반대로 한국당이 강력한 대안세력으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해서라는 견해도 따른다. 결정적 순간마다 아쉬움을 자아낸 행적이 한국당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는 얘기다. 당장 조 장관 인사청문회만 보더라도 당초 이틀간 진행하기로 한 청문회가 하루로 줄면서 당 안팎에선 “굴욕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작 뚜껑이 열린 청문회가 ‘맹탕’이라는 오명을 쓴 것은 지난해 말 한국당 요구로 소집돼 실속 없이 끝난 국회 운영위원회를 떠올리게 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투쟁을 강조하는 것도 좋지만, 역풍을 맞지 않으려면 전략적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비슷한 관점에서 ‘조국 파면’을 고리로 보수통합의 운을 띄운 한국당을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공존한다. 다만 한국당이 변해야 한다는 게 전제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는 “보수 정치가 지금 정신 차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수가 자유만 외치고 온 국민이 원하는 정의, 공정, 평등에 대해 마치 위선적 진보 세력의 전유물인 양 헌법가치를 등한시한 점을 반성해야 한다”며 “보수 정치권이 낡은 보수를 깨뜨리고 새로운 보수를 세울 수 있는 노력을 실현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