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
용산지역 부동산가격은 수직상승했다. 개발열풍이 불면서 돈먹고 돈먹기식의 투기광풍이 불었다. 너도나도 용산지역 낡은 아파트 딱지를 사느라 난리법석을 떨었다. 서부이촌동 2000여개가구는 시행사의 장밋빛 개발청사진을 믿고 가구당 4억~5억원의 대출을 받았다고 한다. 기자가 아는 교육공무원부부도 수억원의 대출을 받아 딱지를 샀다. 지금은 퇴직한 부인의 퇴직금을 전부 대출원리금으로 갚느라 허덕이고 있다.
용산개발은 거대한 신기루처럼 떠올랐다가 순식간에 안개처럼 사라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았다. 자금조달이 차질을 빚고 사업성도 불투명해졌다. 시행사가 부도를 내고 쓰러졌다. 개발주관사인 코레일은 10조원이상의 차익을 기대했다가, 수조원의 땅값을 도로 물어내야 하는 등 홍역을 앓고 있다. 용산개발은 코레일-시행사-주민-투자자 모두가 참혹한 패자가 되는 등 거대한 후유증만 남겼다.
▲ 한전의 서울 삼성동 부지매각과 개발방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단순히 부동산개발및 분양에만 치중할 경우 용산개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민정서를 고려하고 먹튀논란을 해소하려면 인수주체의 개발목적이 뚜렷해야 한다. |
한국전력(Kepco)이 삼성동 본사 부지를 매각키로 하면서 매각및 입찰방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전은 1원이라도 더 많이 써낸 입찰자에게 우선권을 준다는 최고가 입찰방식을 확정했다. 현재론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부각되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개발업체와 미국 홍콩등의 부동산업체들도 입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관심은 개발방식이다. 한전이 최고가를 써낸 입찰자에게 부지소유권을 넘겨주면 된다. 이후엔 낙찰업체와 서울시가 기부채납과 개발방식 등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 문제는 ‘승자의 저주’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용산프로젝트처럼 장밋빛 개발을 내세웠다가 엄청난 부작용만 남기는 일이 되풀이 돼선 안된다.
낙찰자가 뚜렷한 사업목표와 취지를 갖고 있는 게 중요하다. 단순한 부동산 개발과 분양에만 초점을 맞춰선 곤란하다. 상업적 개발과 공익적 목적이 어우러져야 한다. 무엇보다 서울시의 코엑스 일대 개발방안과 조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은 이곳을 국제업무와 MICE(국제회의·전시·박람회 사업) 핵심공간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지난 4월 지방선거 때 핵심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만약 부동산개발에만 치중할 경우 주주들의 동의를 얻는 것도 쉽지 않다. 한전부지 개발에는 10년간 10조원가량의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동산컨설팅업계에선 2조원가량 적자가 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하고 있다. 입찰하한가는 3조3346억원으로 결정됐다. 한전이 장부가격을 이렇게 책정한 것. 이것만이 아니다. 낙찰자는 한전부지가 제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종상향됨에 따라 기부채납을 해야 한다. 서울시는 부지매입가의 40%를 요구하고 있다.
이것만도 1조3400억원으로 추정된다. 건축비도 3조원으로 추산된다. 용적률 800%를 기준으로 연면적 30만평규모의 건축물을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금과 부대비용및 금융비용도 2조원가량. 이를 합산하면 10조원가량으로 급증한다.
천문학적인 개발부담을 고려하면 상업적 목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투자금 회수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부동산개발업체가 인수해서 사업이 지지부진할 경우 서울시에 대해 각종 추가적인 특혜와 용적률 상향조정등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익중시의 난개발도 우려된다.
현재론 이같은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국내 기업으론 삼성과 현대차가 꼽히고 있다. 삼성은 입찰참여부등에 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자칫 미리 밝히면 입찰가격만 올려놓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이 입찰에 뛰어들 가능성은 있다. 삼성전자의 현금성자산만 31조원이나 된다. 삼성생명도 자산이 100조원이 넘는다. 수익성이 높다는 판단이 서면 입질할 수 있다. 삼성은 이미 한전인근 부동산과 건물 등을 매입한 바 있다. 한전일대를 명품쇼핑 관광레저 복합단지로 개발할 가능성이 충분한 셈이다.
삼성은 패션및 레저개발 전문계열사인 삼성에버랜드와 호텔신라가 관심을 갖고 있다. 이건희회장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주도하는 계열사들이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하는 삼성전자가 에버랜드및 호텔신라와 컨소시엄을 형성해서 참여할 수도 있다. 다만 삼성이 그룹차원에서 한전부지 입찰에 참여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여기에 지난 4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치료를 받고 있는 이건희회장의 건강회복이 중요한 관건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그룹컨트롤타워를 짓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 100층이상의 초고층타워를 지어 그룹계열사들을 한데 모으기위해서다. 지금은 계열사들이 양재동 사옥과 강남북빌딩에 흩어져 있다. 글로벌 자동차메이커 ‘빅5’ 가운데 현대차그룹만이 제대로 된 사옥을 갖지 못하고 있다. 독일의 폭스바겐 BMW, 일본의 도요타 등 해외경쟁사에 비해 본사사옥이 초라한 편이다.
글로벌 넘버1 자동차메이커를 지향하는 현대차로선 100층이상의 초고층업무빌딩과 자동차전시관및 박물관, 복합컨벤션센터, 쇼핑몰등을 지을 부지확보가 절실하다. 이같은 구상이 현실화하면 단숨에 한국자동차 메카가 부상하는 셈이다.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이자 관광한류 명소로 각광받을 수 있다. 서울시가 코엑스 일대를 복합교류단지로 탈바꿈시키려는 것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자금력을 갖춘 계열사들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그룹컨트롤타워를 짓는 만큼 계열사들이 인수자금을 공동으로 부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탄확보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룹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17조원이 넘기 때문이다. 다만 원화절상으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업이익 감소등은 인수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중국 등 해외 부동산업체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외국자본은 국내자본과 컨소시엄을 형성해서 50%미만의 지분으로 참여해야 하는 제약은 있다. 해외자본이 국내자본과 공동으로 입찰해 낙찰자가 될 경우 카지노 등 수익위주의 관광및 쇼핑시설 중심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자칫 국민정서에 반하고, 먹튀논란을 가져올 수 있다.
한전부지 개발은 승자의 저주를 최대한 피하면서 추진돼야 한다. 서울시민의 동의를 받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1000만시민들의 일자리 창출과 미래 먹거리산업정책, 관광한류진흥과 부합해야 한다. 수익중시의 난개발로 흘러가면 안된다. 용산개발 실패를 거울로 삼아야 한다. 부동산 시행사의 난개발은 막아야 한다. 승자의 저주가 박원순시장의 발목을 잡게 해서는 안된다.
인수주체의 자금조달능력이 충분해야 한다. 개발목적도 뚜렷해야 한다. 인수주체가 불분명하거나, 자금조달능력이 의문시되는 후보는 배제해야 한다. 매각주체인 한전과 개발비의 40%를 기부채납방식으로 받게 되는 서울시는 한전매각과 개발과정에서 이상과 같은 문제점등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미디어펜=이의춘발행인 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