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문재인 대통령의 선언은 이제 자신을 향한 저주의 문구로 남게 되었다. 대통령은 끊임없이 자신의 정적을 이 문구를 들이밀며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희생시켜 왔지만 결단코 이 문구에 부합하지 않는 인물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함으로써 오히려 적폐 청산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임을 자명하게 만들었다.
아무리 국민 알기를 우습게 알더라도 조국 만큼은 임명 강행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됐다. 동생이나, 조카와 관련된 의혹들은 말할 것도 없고, 딸의 입시비리 문제는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결코 눈감을 수 없는 문제였다. 분명 과정은 공정하지 않았고, 결과도 정의롭지 않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과정에는 침묵했고 결과에도 눈을 감았다.
조국 딸의 입시 부정 논란은 결코 단순한 의혹이 아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조국 딸이 이 논문의 제1저자로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없다고 못박았고 병리학회는 해당 논문을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딸의 논문 문제는 이렇게 결론났다.
그렇게 인큐베이터에서 온전치 못한 자신의 피붙이를 보면서 고통받았던 부모들이 찢어지는 고통을 뒤로한 채 의료 연구의 미래를 위해 피를 내놓았던 부모들의 희생은 무참히 짓밟혔다. 90명이 넘는 신생아들의 피의 희생으로 쓰여진 논문은 결국 한 개인의 정의롭지 못한 결과를 위해 쓰인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이 피붙이의 울부짖음에 귀를 막아버렸다.
아이들 뿐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고 해야하는 것에 매진하고 있는 수 많은 젊은이들이 조국 임명을 보고 절망했다. 자식의 좀 더 멋진 미래를 위해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참고 자식을 위해 기꺼이 내놓았던 수 많은 부모들도 절망했다. 그렇게 수 많은 국민들이 대한민국의 기회는 결코 평등하지 않고 과정은 결코 공정하지 않고 결과는 결코 정의롭지 않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 적합한 대통령이라고 한다면, 그리고 스스로가 항상 강조해왔듯이 자신의 정권이 국민의 상징이라는 촛불혁명의 결과라고 한다면, 적어도 조국을 임명하는 데 있어서 국민의 뜻을 반하고라도 임명해야만 하는 운명적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는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을 임명하는 데 그 어떠한 국익은 없었다. 오직 대통령의 사적 정치적 이익만 있었을 뿐이다. 앞으로 이들이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정의를 위한 것이라 떠벌릴 모습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구토가 나올 것 같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대한민국 대통령에 적합한 대통령이라고 한다면, 조국에 대한 국민적 분노 앞에서 일말의 수치스러움이라도 느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수치스러움은 없는 것 같다.
대통령이 조국을 임명하고 제일 처음 한 말이 무엇인가? 조국 개인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것이었나? 아니다. 오히려 대통령은 청문회 과정 자체가 불합리적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꺼냈다. 조국이라는 부정의를 비난하기는 커녕, 조국의 부정의를 정의롭게 하기 위한 청문회를 비난하는 대통령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만을 가지고 임명을 철회한다면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했다. 나쁜 선례라니? 문재인 대통령은 정녕 박근혜 대통령이 어떻게 탄핵을 당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의혹만들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었던 대한민국의 수치스러움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은 선택지는 간단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의 과정에 대해서 문제점이 있었음을 인정하든지 아니면 박근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의혹만으로 탄핵 되어야 한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후보자와 관련된 모든 의혹들은 조국 후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가족들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임명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은 구차한 변명꺼리도 되지 않는다. 조국 가족이 조국의 가족이 아니었다면 그런 특혜를 누릴 수 있었을까? 조국의 가족이 조국이 없었다면 누릴 수 없었던 부당한 이익을 누렸다면 결코 조국도 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가족의 문제는 조국과 별개의 문제라고 한다면 우선 당장 이재용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게 된다. 대법원은 이재용이 정유라에게 말3마리를 지원한 것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부정 청탁으로 인정했다. 즉 이재용이 삼성의 승계 과정을 위해서 정유라에게 말 3마리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 이재용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말3마리를 지원한 게 아니라, 정유라에게 말 3마리를 지원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어떻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청탁이 될 수 있는가? 당사자는 아무것도 받은 게 없는데 말이다. 법원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적 공동체이기 때문에 최순실의 이익이 박근혜 대통령의 이익이라는 식이다.
피 한방울도 섞이지 않은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공동체로 인정되어 이재용과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는 이유로 처벌된다면, 조국과 조국 가족들의 관계는 우리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이들이야 말로 경제적 공동체 아닌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과도 경제적 공동체가 되는데 가족이 어떻게 경제적 공동체가 아닐 수 있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은 선택지는 간단하다. 이재용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부정하든지 아니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과정이 부당했다고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하는 과정을 보면서 나는 확실히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탄핵돼야 한다. 국민의 뜻을 반하고, 사법 체계를 입맛대로 바꿔서 해석하는 사람은 결코 자유민주주 국가인 대한민국에 어울리지 않는다. 문재인이 바로 그런 사람이고 이 사람은 결코 대통령으로 적절치 않은 사람이다. /성제준 객원 논설위원
[성제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