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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금감원 조직 축소후 금융소비자보호원 설치해야

2014-09-03 11:28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안재욱 경희대 교수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치하는 법안이 추진중이다. 법안은 금융소비자보호원을 금융감독원에 설립하고, 원장과 부원장을 각각 1명씩을 두는 것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금융위원회 – 금융감독원 – 금융소비자보호원의 구조가 만들어진다. 그 최상의 위치에 금융위원회가 있고, 그 산하에 금융감독원, 그리고 금융감독원 밑에 금융소비자보호원이 위치한다. 우리나라 금융감독체계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개편되었고, 2008년 다시 개편되어 현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을 다시 앞에서 말한 구조로 개편하려고 하는 것이다.

1998년 김대중정부는 금융감독에 관한 최고 의결기관으로 금융감독위원회를 설치했다. 그리고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으로 분산되어 있던 금융 감독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여 금융감독원을 설립했다. 그리고 금융위원회로 하여금 금융감독정책을 수립하고 금융감독원의 감독업무를 지도, 감독하도록 했다.

이 체계를 2008년 금융감독위원회에 금융감독정책과 함께 국내금융정책도 관장하게 했으며 금융기관 감독을 집행하는 기관인 금융감독원을 산하에 두는 것으로 개편하였다. 이렇게 개편 했던 이유는 다원화된 체제로 인해 감독업무의 중복과 정책 혼선, 책임 소재 불분명, 감독 부정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였기 때문이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02년에 발생하였던 ‘신용카드 대란’이다. 금융당국의 조장과 방조로 380만 명의 신용불량자와 260조원의 가계부채를 초래하고, 카드빚에 몰린 일가족이 자살하는 사태가 속출하였다. 당시 경제가 침체되자 정부는 소비 증가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저금리 정책과 다양한 신용카드사용 촉진정책을 펼쳤다. 시장의 건전성을 책임지는 금융감독 당국이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동조함으로써 문제가 증폭되었다. 신용카드 대란은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었던 것이다.

2008년 금융감독 체계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만들어진 것에 비해 구조상 훨씬 효율적인 감독 체계를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금융감독 체계가 금융위원회로 일원화됨으로써 기존의 감독업무의 중복과 정책 혼선, 책임소재 불분명으로 인한 문제들이 많이 해소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체제는 금융위원회가 너무나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어서 시작부터 관치금융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많았고, 그 유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구조상 효율적이 체계가 갖춰져 있다고 해서 실제로 감독의 효율성이 나타날 것인지는 미지수였다. 그 문제 역시 2010년 부산저축은행에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2014년 1월 카드 3사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했다. KB국민·롯데·농협카드의 고객정보는 물론 은행정보가 같이 유출되었다. 경제활동인구의 4분의 3인 2000만 명의 19가지 개인 정보가 유출되어 대출사기, 보이스피싱에 노출되는 등 금융소비자들이 피해가 컸다. 이 사태 이후 정부는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치하고자 금융위 설치법을 개정하려고 하는 것이다.

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소비자보호라는 명목으로 새로운 정부기구를 설치해야 하는지는 잘 생각해봐야 한다. 보통 우리는 정부 조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실상은 공공의 이익보다는 정부 조직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 조직이 만들어 지면 처음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조직의 구성원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쪽으로 변질되어 간다. 그래서 조직은 커지고 자신이 관리하는 업체들의 행동을 제한하는 규제들이 늘어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금융소비자보호원의 설치는 금융감독 문제를 연결시켜 고려해봐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면 먼저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조직과 기능, 그리고 권한을 줄인 다음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치하는 것이 옳다.

사실 정부에 의한 금융감독은 잘 수행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관료제의 특성 때문이다. 관료제는 절차를 중요시한다. 어떤 금융기관이 잘못됐을 때 그 금융기관을 담당했던 금융감독자가 절차만 잘 지켰으면 책임추궁을 잘 받지 않으며, 절차에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처벌이 비교적 관대하다. 이것은 2002년 ‘신용카드 대란’과 관련하여 부실한 관리감독의 책임을 물어 정부가 취한 조치에서 잘 드러난다. 380만 명의 신용불량자와 260조원의 가계부채를 초래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이와 관련되어 있던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3개 기관에 대한 주의경고와 금감원 부원장의 인사조치가 전부였다.

정부에 의한 금융 검사·감독은 잘 수행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금융감독자는 정치적 압력을 받기 때문이다. 정부의 금융감독기관은 특정 금융기관에 대한 불리한 정보를 발표하지 못하게 하는 정치적 압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금융감독자는 금융기관의 부정을 찾아내거나 허위 사실을 밝히는데 소극적이 된다.

2011년에 발생한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그 사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감사원이 2010년 1월 금감원 감사를 통해 부산저축은행의 부실징후를 알아채고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에 공동 재조사를 권고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정치권의 압력 때문이었다. 부산저축은행의 감독에 정치권의 압력이 있었다는 사실은 2010년에 감사원장이었던 김황식 총리의 국회에서 답변 내용에서 확인된다.

소비자를 더 잘 보호하는 것은 정부기관이 아니라 경쟁이다. 이것은 경쟁이 치열한 일반산업에서 소비자가 더 잘 보호되고 소비자의 후생이 증가하는 것을 보면 안다.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에서 소비자의 권익이 대단히 많이 침해되는 이유는 정부가 각종 규제로 인해 금융산업에서의 경쟁이 제한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를 줄이고 정부개입을 줄여 금융기관 간에 경쟁을 유도하면 훨씬 소비자 후생이 증가할 것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투자자나 예금자 등 시장에 의해서 금융기관이 감시 감독될 수 있도록 금융기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여 시장에 공개하는 서비스 역할을 해야 한다. 최저자본금, 자기자본비율 등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필요한 기본원칙들만을 정하고 그것이 잘 지켜지는지 검사 감독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

이런 맥락에서 금융감독 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융규제와 감독을 정부의 힘에 의존하기 보다는 시장의 힘에 의존한다는 생각과 정부조직의 특성을 이해하여 금융감독의 조직과 기능을 축소하고,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고 현 상태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치하면 더 많은 규제가 양산되어 금융산업이 더욱 위축되고, 금융감독 당국의 권한이 더욱 강해져서 오히려 금융소비자의 후생이 떨어질 수 있다./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이 글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개최한 <경제 민생법안 진단 연속토론회-계류중인 민생법안, 그 의미와 파장은>이란 정책토론회에서 안재욱 경희대 교수가 발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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