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사이영상 표심이 크게 흔들렸다. 모의투표에서 꾸준히 가장 많은 1위표 지지를 받았던 류현진(LA 다저스)이 이번에는 0표에 그쳤다. 4경기 연속 부진에 빠졌던 여파로 보이지만 다분히 편파적이라는 느낌도 든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17일(한국시간) 사이영상 모의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총 42명의 기자들이 투표에 참가한 가운데 내셔널리그에서는 류현진이 1위표를 한 표도 얻지 못했다.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가 1위표 23표,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이 1위표 19표를 받아 1, 2위에 올랐고 류현진은 3위로 밀려났다.
앞서 5차례 실시된 모의투표와는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류현진은 5번 중 4번이나 1위를 차지하며 가장 유력한 사이영상 수상 후보로 꼽혔지만, 정작 시즌 종료가 다가오자 경쟁자들에 완전히 밀린 모양새다.
MLB.com은 투표 결과와 함께 각 후보자들의 장점에 대해서도 간단히 덧붙여놓았다.
사진=LA 다저스, 워싱턴 내셔널스, 뉴욕 메츠 SNS
슈어저에 대해서는 "수비무관평균자책점(FIP) 2.31, 조정 수비무관평균자책점(xFIP) 2.97, 9이닝당 탈삼진 12.51개로 모두 리그 1위에 올라있다"며 수비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했을 뿐 투수로서의 개인 능력은 가장 뛰어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디그롬에 대해서는 "최근 2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며 시즌 초반 부진했던 부분을 뺀 이후의 호투를 부각시켰다.
류현진에 대해서는 "(가장 최근 등판인) 메츠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이전 4경기 평균자책점 9.95의 부진을 털어냈다. 시즌 전체 성적은 가장 견고하다. 27차례 등판에서 22번을 2자책점 이하로 막아냈고, 단 7경기만 6이닝을 채우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사실 시즌 전체 성적만 놓고 보면 류현진이 1위표를 한 표도 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 류현진은 168⅔이닝을 던져 12승 5패 평균자책점 2.35 148탈삼진 WHIP 1.03을 기록했다. 슈어저는 159⅔이닝 투구해 10승 6패 평균자책점 2.65 222탈삼진 WHIP 1.03을 기록했다. 디그롬은 190이닝 투구해 9승 8패 평균자책점 2.61, 239탈삼진 WHIP 1.01을 기록했다.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사이영상 투표에 승수는 큰 의미가 없다지만 선발투수가 10승도 못올리고 수상자로 선정되는 것은 좀 그렇다. 투구 이닝에서는 디그롬이 가장 앞서지만, 슈어저보다는 류현진이 더 많은 이닝을 던졌다. 탈삼진에서만 류현진이 둘에 비해 많이 처질 뿐이다.
이런 시즌 전체의 객관적인 성적은 외면한 채 FIP와 xFIP를 끌어다 슈어저가 1위를 달리는 부분을 부각하거나, 최근 21경기 성적에서 디그롬이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둘이 1위표를 양분해 가져간 것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궁색한 설명처럼 비춰진다. 그렇게 따지면 류현진이 개막 후부터 22경기까지 1.4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것이 디그롬의 최근 21경기 2.08 평균자책점보다 훨씬 뛰어났다.
마침 이날 다저스의 레전드 투수 출신 오렐 허샤이저는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류현진이 당연히 사이영상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사이영상 모의투표 표심보다는 더 와닿는다.
한편, 아메리칸리그에서는 모의투표 결과 저스틴 벌랜더(휴스턴)가 42표 중 37표를 얻어 7회 연속 1위에 오르며 사이영상을 거의 확정한 분위기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