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우리나라가 19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로부터 '예비 불법'(IUU·Illegal, Unreported, Unregulated·불법, 비보고, 비규제) 어업국으로 사상 두번째로 지정됐다.
미국 상무부 해양대기청은 2019년 '국제어업관리 개선 보고서'에 우리나라를 예비 IUU 어업국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한국이 예비 IUU 어업국으로 지정된 것은 지난 2013년 이래 두 번째다.
이번 지정은 원양어선 '서던오션호'와 '홍진701호'가 2017년 12월 남극 수역에서 어장폐쇄 통보에 도 불구, 불법 조업한 것이 발단이었다.
예비 IUU 어업국으로 지정되면 시장 제재적 조치는 없지만, 미국은 향후 2년간 우리의 개선 조치에 관해 협의해 적격, 비적격 판정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수산부는 "미국은 우리의 개선 조치에 관해 우리나라와 2년 동안 협의를 하며, 협의 기간 내 개선 조치가 미흡하거나 완료되지 않아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그때부터, 미국의 재량에 따라 제재에 들어간다"라고 설명했다.
남극 수역에서의 어업은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가 이빨고기(메로)·크릴·빙어에 관한 총허용 어획량을 배분해 이뤄지며, 어획량이 다 차면 위원회는 어장폐쇄를 통보한다.
그러나 홍진701호는 어장폐쇄 통보 이메일이 '스팸메일'로 분류되는 바람에 조업을 이틀 더 했고, 서던오션호는 선장이 이메일을 하루 뒤 열람했음에도 불구, 3일간 조업을 더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수부는 불법조업 사실을 확인한 뒤 어구 회수와 어장 철수 명령 조치를 하고, 이를 위원회 사무국과 회원국에 알렸고, 이듬해인 2018년 1월 8일 원양산업발전법 위반 혐의로 두 선박에 대한 수사를 해양경찰청에 의뢰했다.
홍진701호는 해경 수사에서 '무혐의' 판단이 나왔고, 서던오션호는 그해 7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12월에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해수부는 지난해 8월 서던오션호에 대해 60일 영업정지와 선장에 대해 60일 해기사면허 정지를 통보했고, 홍진701호에 대해서는 무혐의 결정이 나온 만큼 행정처분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 사법당국의 이런 '솜방망이' 처벌이 결국 '예비 IUU 어업국'이라는 불명예로 돌아왔다.
지난해 10월 위원회 연례회의에서 회원국으로부터 '한국의 법이 벌칙조항을 두고 있지만,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는 행정적·민사적 메커니즘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현행 원양산업발전법은 불법 어업에 5년 이하 징역 또는 수산물 가액의 5배 이하와 5억∼10억원 중 높은 금액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으나, 징역·벌금·몰수 처분 규정이 실제 집행으로 이어지지 못해 불법 어획물이 유통됐다고 미국은 봤다.
불법 어업의 이득이 선주에게 돌아갔다고 판단한 것.
미국은 올해 3월 우리 정부에 관련 자료와 개선사항을 요구했고, 해수부는 올해 4월 ▲ 문제 선박 조업 배제 ▲ 어획증명제도 개선 ▲ 과징금 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개선조치 계획을 제출했다.
해수부는 "문제의 선박 두 척이 2019∼2020년 남극 수역에서 조업할 수 없도록 규제 조치를 했다"며 "이로 인해 약 79억원 상당의 불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남극 수역에서 얻은 부당이득 9억 4000만원의 8배를 넘는 액수"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미국은 과징금 도입을 담은 원양산업발전법 개정이 끝나야 개선 조치의 적정성을 분석·평가할 수 있다며, '현재 시점'에서는 한국을 예비 IUU 어업국으로 지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원양산업발전법이 국회에서 통과돼 개정되면, 차기 보고서가 제출되는 2021년 이전에라도 가능한 빨리 지정을 해제하기로 합의했다고 해수부는 전했다.
한편, 해수부는 미국의 이번 지정이 우리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