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강의 도중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하고,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학생에게 ‘궁금하면 한 번 해보라’는 취지로 말해 논란을 일으킨 류석춘 연세대 교수가 23일 “학생에게 매춘을 권유하는 발언이 절대 아니다”고 항변했다. 그는 “강의를 할 때 내용을 직선적으로 전달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일부 학생은 좋아하고, 일부 학생은 불편해하기도 한다”고도 했다.
류 교수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강의에서도 세간에서 당연하다고 알고 있는 식민지 시대의 상황이 사실은 객관적 진리가 아닐 수 있음을 최신 연구결과인 이영훈 교수 등의 연구 성과를 인용, 직선적으로 설명했다”며 “이 교수 등이 출판한 ‘반일 종족주의’ 내용을 학생들이 심도 있게 공부해서 역사적 사실관계를 분명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류 교수는 “이번 사태에 대한 학생회와 대학 당국의 대처를 보면서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저의 발언을 두고 그 진의를 왜곡한 채 사태를 ‘혐오 발언’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에 대한 논쟁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개적인 토론을 거쳐 사실관계를 엄밀히 확인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이견, 갈등을 외부에 의도적으로 노출 시켜 기존 주장과 다른 주장을 하는 교수에게 외부의 압력과 통제가 가해지도록 유도하는 일은 정말이지 대학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류 교수의 입장문 전문.
2019년 9월 19일 제가 담당하고 있는 발전사회학 강의 현장에서 있었던 일을 가지고 학내외가 시끄럽습니다. 외부 언론이 21일부터 강의 ‘내용’이 문제라는 기사를 쓰기 시작해 파장이 커지고 있고, 학내에서는 22일 총학생회 그리고 사회학과 학생회가 강의 중에 ‘혐오발언’이 있었다는 문제제기를 하였습니다. 학교 당국도 저에게 연락해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문의하기도 하였습니다.
‘프레시안’이 강의 음성을 녹취해 보도한 [전문]에 따르면 이른바 ‘혐오발언’의 구체적 내용과 맥락은 다음과 같습니다. 특히 "궁금하면 한번 해볼래요"라는 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문제의 “궁금하면 한 번 해볼래요?”라는 발언이 나오게 된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매춘이 식민지 시대는 물론 오늘날 한국 그리고 전 세계 어디에도 존재한다는 설명을 하면서, 매춘에 여성이 참여하게 되는 과정이 가난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루어진다는 설명을 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학생들이 이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기에, 수강생들이 현실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궁금하면 (학생이 조사를) 한 번 해 볼래요?”라고 역으로 물어보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발언은 학생에게 매춘을 권유하는 발언이 절대 아닙니다. 차별을 위한 혐오발언도 전혀 아닙니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녹음 파일의 해당 부분을 확인하면 이 맥락은 더욱 분명히 드러납니다.
저는 오랜 동안 연세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일에 소홀하지 않았습니다. 강의실에서는 물론이고 강의실 밖에서도 학생들과 어울려 자유로운 토론과 소통을 통해 젊은 세대의 입장을 이해하고자 항상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연구와 강의에도 큰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 자세를 항상 보람 있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번 사태는 저에게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저는 강의를 할 때 내용을 직선적으로 전달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일부 학생들은 그걸 좋아하고 또 다른 일부 학생들은 불편해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스타일의 문제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닙니다. 더구나 학문의 영역은 감정의 영역이 아니고 이성의 영역입니다. 이번 강의에서도 세간에서 당연하다고 알고 있는 식민지 시대의 상황이 사실은 객관적 진리가 아닐 수 있음을 최신 연구결과인 이영훈 교수 등의 연구 성과를 인용하면서 직선적으로 그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강의 내용에 선뜻 동의 못하는 일부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명확한 이해를 위해 바로 위와 같은 발언을 하게 된 것입니다. 결코 학생들을 혐오하거나 차별하려는 발언이 아닙니다. 매춘을 권유하는 발언이라는 지적은 언어도단입니다.
저는 이번 사태에 대한 학생회와 대학당국의 대처를 보면서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학생회와 대학당국이 이번 저의 발언을 두고 그 진의를 왜곡한 채 사태를 ‘혐오발언’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기 때문입니다. 강의실에서의 발언을 맥락 없이 이렇게 비틀면 ‘명예훼손’ 문제까지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이영훈 교수 등이 출판한 『반일 종족주의』 내용을 학생들이 심도 있게 공부해서 역사적 사실관계를 분명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뿐입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저에게는 더욱 안타까운 대목이 있습니다. 바로 강의실에서 행해진 발언과 대화를 교수의 동의 없이 녹음하고 외부에 일방적으로 유출해, 강의 내용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외부의 언론으로 하여금 대대적인 보도를 하게 한 행위입니다. 대학은 기존의 지식을 검증해 새로운 지식을 찾는 일을 사명으로 하는 공간입니다. 학문의 자유는 바로 이걸 보장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강의실에서의 발언은 교수와 학생 간의 토론과 대화로 끝나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 필요하면 학술적인 세미나 등의 방식으로 논쟁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논쟁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개적인 토론을 거쳐 사실관계를 엄밀히 확인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이견 나아가서 갈등을 외부에 의도적으로 노출시켜 기존 주장과 다른 주장을 하는 교수에게 외부의 압력과 통제가 가해지도록 유도하는 일은 정말이지 대학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학 강의실에 존재할 수 있는 권력관계를 저는 최대한 경계하며 교수 생활을 해왔습니다. 강의 소개를 할 때도 항상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성적을 잘 줄 수 있다. 다만 그런 주장을 보고서에 성실히 정면으로 제출해 달라. 논리와 자료를 가지고”라고 요구해 왔습니다. 특히 교수에게 잘 보이기 위한 “아부성 보고서는 환영하지 않는다”는 말도 빼놓지 않습니다. 평소 이렇게 생각하는 저에게 학생회와 대학 당국이 혐오발언과 권력관계를 문제 삼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학내외 관계된 분들에게 이 글을 공개해 저의 입장을 밝힙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