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올해 국회 국정감사에도 ‘기업인 호출’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년 이맘때면 기업인 증인 신청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증인‧참고인 채택에 갈등이 일면서, 상대적으로 이슈가 덜한 기업인 증인 채택이 이견 없이 이루어지는 모양새다.
국회는 다음 달 2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국감을 위해 25일 증인‧참고인 채택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재 약 25명의 기업인들이 증인‧참고인 명단에 올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기업과 무관한 상임위에서도 기업인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의 경우, 농어촌 상생 기금과 관련해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장인화 포스코 사장, 최선목 한화 사장, 홍순기 GS 사장, 이갑수 이마트 사장을 증인으로 소환하는 것에 합의했다.
앞서 농해수위는 지난해에도 농어촌 상생 기금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기업인들을 불러 모아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기부금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내는 것이지 강요에 의해 자행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당시 농해수위 위원들은 ‘강요’가 아닌 ‘독려’ 차원이라고 해명한 바 있지만, 공식적인 자리에 기업인들을 불러 모아 기금이 저조한 내용을 나누는 것 자체가 강요라는 비판이 우세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사진=미디어펜
올해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기업인들을 불렀다는 점에서 동일한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행정안전위원회는 전중선 포스코 부사장과 윤병준 알바몬 대표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또 환경노동위원회는 수산업단지 대기오염 물질 배출 측정치 조작과 관련해 LG화학과 한화케미칼,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여수공장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정무위원회에는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증인 명단에 포함시켰다.
이처럼 올해 국감에도 기업인들이 대거 소환되자 ‘국회 갑질’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감의 목적은 정부와 공공기관 감시에 있음에도 대부분의 상임위에서 기업인들을 불러내 ‘군기잡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재계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국회에 출석해 해명이든 설명이든 하겠지만, 불필요한 호출이 부지기수”라고 토로했다.
다만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국회의원들의 욕심이 사그라지지 않는 한 이 같은 관행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판 여론을 의식해 다소 주춤할 순 있겠지만, 한번이라도 더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거물급 증인’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회 관계자는 “안 그런 의원들도 있지만, 몇몇 의원들은 국감 준비에 앞서 어떻게 하면 언론에 한 번이라도 더 이름이 나올까 고민한다”며 “자신들이 튀기 위해 애꿎은 기업인이 희생되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