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국대떡볶이가 망할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지금 다 같이 나서지 않으면 어차피 다 망합니다. 국대떡볶이만의 일이 아닙니다. 제가 왜 포기하겠습니까. 저는 가장 안전한 길을 가고 있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공산주의자’라고 일침을 날린 김상현 국대떡볶이 대표가 23일 SNS에 남긴 글이다. 기업은 권력 앞에 약자일 수밖에 없고, 이기려고 덤비는 게 바보라는 것을 인정하려던 차에 한방 맞은 기분이었다.
처음엔 정부의 횡포에 아무 말 못하는 기업인들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몰라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있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니 그렇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인정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인데 정치는 4류”라고 언급해 논란이 됐던 적이 있다. 지난 2011년에는 ‘이익 공유제’에 대해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이냐며 강하게 맞서기도 했다.
또 고 구본무 LG 회장도 2016년 12월 6일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 청문회에 출석해 기업인을 향한 대통령의 지나친 요구가 되풀이되지 않게 “국회에서 입법을 해서 막아달라”고 지적했다. 기업인을 탓할 게 아니라 정치권에서 이 같은 구태를 끊어야 한다는 일침이었다.
김상현 국대떡볶이 대표는 2008년 12월 이대 노점상에서 처음 떡볶이집을 시작해 2009년 11월 30일 1호점 신사동 오픈했다. 현재 전국 76개(네이버 등록 기준)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이대 노점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상현 대표 /사진=김상현 대표 페이스북 제공
최근에는 이재웅 쏘카 대표가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타다’ 서비스를 두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SNS 발언이 언론을 통해 일파만파 퍼지자 기자들에게 “페북 중계를 멈춰 달라”고 호소하며 불편함을 내비쳤다. 그 싸움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그 후 4개월여가 흘렀고, 나아진 것은 없었다. 경제는 더욱 최악으로 치닫고 있고, 정치권은 연일 시끄럽다. 대통령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기어코 만들겠다며 애쓰고 있는데 정말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등장한 김상현 대표, 그리고 그의 발언은 여러모로 충격이었다. 뒤에서야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 공개 석상에서 이야기하려면 크나큰 용기가 필요한 말을 그는 했다. 그리고 물러서지 않겠다고 한다.
잃을 것이 많아 보이는 그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근간에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체제 수호에 의지가 있는 사람이 헌법 가치에 위배되는 행보를 보인 대통령을 향해 ‘공산주의자’라고 직언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렇게 하기에는 우리가 처한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게 변수였다. 김 대표라고 해서 왜 고민이 없었겠는가. 가족을 비롯해 그의 직원들, 각 지점 점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숱한 걱정이 뒤따랐을 것이다.
다행히 국대떡볶이의 매출이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향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시장경제의 자연스러운 이치를 깨닫고 있는 김 대표에게 어떤 시련이 닥친다 해도 극복할 힘이 있다는 것이다. 기업인의 소신을 보여준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