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출석,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연합뉴스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자택을 압수수색 중인 검찰 수사팀장과 직접 통화한 사실을 인정했다. 임명 전후로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 상황을 일절 보고받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 온 조 장관이 수사 개입은 물론 외압으로까지 해석될 수 있는 행동을 한 것이다. 당장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조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자택 압수수색이 시작될 무렵 담당 검사 팀장과 통화를 한 적 있느냐”는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조 장관은 “있다”고 답했다. “왜 통화를 했느냐”는 물음이 이어지자 조 장관은 “압수수색에 놀라 제 처가 연락이 왔다. 그래서 지금 (처의) 상태가 안 좋으니까 (현장 검사에게) 차분히 (압수수색) 해달라고 부탁드렸다”고 해명했다.
현직 법무부 장관이 자신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수사 관계자와 통화한 사실을 인정하자 야당 측 의석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주 의원이 곧바로 “압수수색 시작 전 처의 연락을 받고, 압수수색 팀장을 맡고 있는 검사와 통화한 사실을 인정한 것이냐”고 되묻자 조 장관은 “압수수색이 시작되고 검사분이 집에 들어오고 난 뒤에, 처가 상황을 알고 연락을 줬다”고 부연했다. 조 장관은 “압수수색에 대해 어떠한 방해를 하거나 지시를 한 바가 없다”고도 거듭 반박했다.
주 의원은 “장관의 생각이다. 장관 자택에 들어가서 압수수색하는 수사팀장에게 법무부 장관이 통화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압력이고 협박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짚었다. 이어 “검찰청법 8조에 의하면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 검찰청법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사항”이라며 “이는 헌법 65조에 의한 탄핵 사유다. 각 부 장관이 직무집행을 함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 국회는 탄핵소추를 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바른미래 “탄핵소추안 추진”
조 장관의 발언을 두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조 장관 탄핵소추안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대정부질문 도중 정회를 요청하고,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바른미래당도 오신환 원내대표 명의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법무부 장관은 개별적인 사건에서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지휘하게 돼 있는데, 직무집행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행위를 했다면 탄핵 사유”라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후퇴시키고, 헌법을 농단하는 것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 기자들과 만난 나 원내대표는 “(탄핵소추안은) 바른미래당과 이미 공조했었고, 유성엽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 대표도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헌정 농단 사건을 마무리하는 게 문재인 대통령이 마땅히 해야 할 책무다. 미루지 말고 (조 장관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 원내대표도 입장문에서 “현직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현장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차분하게 해달라, 배려를 해달라’고 하는 것은 부탁이 아니라 부당한 요구”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별 수사에 개입할 수 없도록 한 검찰청법을 정면으로 어긴 중대한 위법 행위”라고 성토했다. 또 “조 장관은 그동안 ‘수사에 개입하지 않았고, 보고도 받지 않았다’고 수차례 주장해 왔지만, 이 모든 말들이 뻔뻔한 거짓말이었다는 것이 명명백백하게 확인됐다”며 “문 대통령이 끝까지 조 장관을 감싸며 해임을 거부한다면 국무위원 탄핵소추안 발의는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주 의원의 질의를 문제 삼았다. 법사위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압수수색 팀장과 통화했다는 내용은 조 장관과 부인, 수사팀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인데, 수사팀의 누군가 주 의원에게 이 사실을 얘기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