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종합화학기업 KCC가 고객사들의 실적에 따라 사업 부문 별로 울다가도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DART에 따르면 KCC의 도료 사업부문 매출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KCC는 회사 분할 결정 사항을 담은 지난 20일자 증권신고서를 통해 "올해 상반기 도료 매출의 17.5%를 차지했던 전방산업인 조선업계와 완성차 산업의 수주 감소가 지속돼 관련 매출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KCC의 상반기 매출액은 총 73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줄어든 수준이고, 영업이익은 219억원으로 29.5% 하락했다. KCC 관계자는 자세한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조선·자동차 업계 관련 도료 매출 비중이 크다"며 "해당 산업계가 침체기를 겪으며 KCC 도료사업부문 매출 역시 따라가고 있는 추세"라고 부연했다.
현재 KCC는 고객사로 국내 최대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 등을 두고 있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수주한 고부가가치 대형 LNG선·유조선(VLCC)·컨테이너선 발주량은 총 424만CGT(86척)로 집계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전년 대비 9.2% 줄어든 수준"이라며 "미·중 무역 전쟁의 여파가 국내 조선업계 수주량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한 나머지 2개사는 적자상태다. 통상 선박 한 척을 건조하는데 2~3년이 걸리고 선박 외벽의 페인트 작업은 가장 마지막에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KCC 도료사업부문의 매출 하락은 불 보듯 뻔한 셈이다.
또한 완성차에서의 실적도 마찬가지다. KCC는 현대자동차를 거래처로 두고 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기준 도료 매출의 28.4%를 차지하는 완성차 산업도 판매량과 수주감소가 지속됨에 따라 관련 매출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KCC 관계자는 "국내도 국내지만 중국의 환경규제 압박으로 인해 현대차와 BAIC의 합작사인 베이징현대의 매출이 크게 줄었다"며 "이에 따라 당사 도료사업부문도 큰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중국 내에선 신생 전기차 회사들이 무수히 많이 생겨나고 있다"며 "베이징현대의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고 고객사 발굴에 적극 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KCC는 지난 5월 KCC-SJL파트너스-원익 QnC 컨소시엄인 'MOM Holding Company'을 구성해 글로벌 실리콘 업계 3위 회사인 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티리얼스 인수를 완료한 바 있다. 이로써 KCC는 45.5%의 지분을 취득했고, 석영 사업 등 일부 영역을 제외한 모멘티브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실리콘은 가정용 소비재부터 반도체 등 산업체 전반에까지 널리 쓰여 시장 규모가 굉장히 크다. 정몽진 회장은 모멘티브 인수를 통해 △브랜드 파워 △실리콘 제조 원천기술 △글로벌 시장 판로 확보 등 세 가지 효과를 얻고자 했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화장품이나 의약품 등 소비재에 한정하지 않고 수익성이 좋은 반도체 제조사에 납품하고자 한다는 게 업계 평가다.
모멘티브는 전자회사들이 필요로 하는 실리콘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KCC가 국내외 굴지의 전자회사를 고객사로 확보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모멘티브의 작년 매출은 총 27억달러(약 3조2127억원)으로, 이 중 90%가 실리콘 사업부에서 나왔다.
이는 같은 기간 KCC의 실란트와 실리콘 등을 포함한 소재사업부 매출보다 7~8배 큰 수준이다. 이 때문에 아시아 시장에서만 머물러 있던 '안방 호랑이' KCC가 글로벌 실리콘 시장에서 미국의 다우, 독일의 바커 등과 자웅을 겨루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따라서 모멘티브 인수 건이 상반기 KCC 매출과 순이익을 뛰어넘어 하반기엔 호실적을 견인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모멘티브의 자산총액은 5월 기준 28억3000만달러(약 3조3111억원)으로, 부채 총액은 22억2400만달러(2조6137억원)이다. 이 중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3년 내 만기가 도래하거나 연장해야 하는 부채로 'MOM Holding Company'가 갚아야 하는 것이다. KCC가 45.5%를 인수했기 때문에 지분량만큼이나 재무지표와 신용도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KCC는 시장 불안감 차단에 나서기도 했다. KCC 관계자는 "당사의 재무구조의 안정성은 이미 오랜 기간 검증된 바 있다"며 "오히려 모멘티브의 해외 신용도가 상승함에 따라 해외사업에 더욱 추진력이 실려 장기적으로는 KCC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