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장관 지키기' 전선에 문재인 대통령도 가세했다. 현직 장관이지만 수사중인 개인에 대해 당청청은 물론 대통령까지 검찰 때리기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검찰개혁'이 '코드개혁', '검찰장악'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돌아온 다음날인 27일 검찰을 향해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조국 법무부장관에 대한 검찰수사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바로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조 장관이 자택 압수수색 때 현장에 있던 검사와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인권존중을 강조한 원론적인 측면에서 문 대통령의 주문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은 시기적으로 매우 부적절했다. 그렇지 않아도 당정청이 오직 조국 감싸기에 목을 매고 있는 현실을 국민들은 목도하고 있다.
수사의 권력개입을 엄정히 지켜야 할 대통령이 검찰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다. 최고 권력까지 검찰을 겨냥한 가운데 과연 수사의 중립성은 제대로 지켜질지 우려다. 특권과 반칙의 용인을 묵시적으로 강요하는 것이다.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후 대한민국은 찬반이 갈리면서 분열과 갈등의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처와 동생, 조카, 딸은 알아도 자신만은 모른다는 수상한 가족게이트에 '조국스럽다'라는 조롱어까지 등장했다. 사진은 지난 2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조국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25일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대라"고 했다. 임명장 잉크도 마르기 전에 그 말은 공수표가 됐다. 그 때는 그랬고 지금은 아니다. 유체이탈 화법과 이중성에 또 한 번 놀랄 뿐이다,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후 대한민국은 찬반이 갈리면서 분열과 갈등의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국론분열의 사태의 최종 원인제공자는 인사책임자다. 임명전인 후보자 신분서부터 터져 나오기 시작한 각종 의혹을 뭉개고 임명 강행한 대가다.
대학입시용 말고는 달리 설명이 불가한 딸과 아들의 상장 위조, 동생의 위장이혼 의혹, 웅동학원의 수상한 소송, 증거인멸 의혹, 사모펀드와 이상한 자금 흐름 등 조 장관을 둘러싼 의혹은 그야말로 자고 일어나면 하나씩 까발려지고 있다. 오직 조 장관만 모른다.
처와 동생, 조카, 딸은 알아도 자신만은 모른다는 수상한 가족게이트에 '조국스럽다'라는 조롱어까지 등장했다. '어니언 조'의 흔들림 없는 정신세계에 감복할 따름이다. 거짓이 거짓을 낳고 그 거짓의 끝에는 묘한 요설이 판친다. 인륜, 도덕, 가족으로 감성팔이를 한다. '가짜뉴스'라고 되몰아친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서에 서명한 교수가 3265명이다. 대학생들의 촛불도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조국 사퇴를 촉구하는 시민단체의 집회와 참여인원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반면 조국을 수사하는 검찰을 적폐라고 몰아 붙이며 검찰을 압박하는 집회도 잇따르고 있다.
불공정과 불평등, 정의롭지 못한 '정의부 장관'에 대한 갈등과 분열이 국정을 마비시키고 있다. 경제는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고 민생은 아우성이다. 특권은 관행이고 반칙은 제도 탓으로 돌리는 이중성에 분노하고 있다. 상실감과 박탈감, 배신감은 세대불문이다.
장관 한 명을 놓고 대한민국이 이렇게 갈기갈기 찢어진 적은 없다. 조국 사태로 국회는 마비상태다. 다음주부터 국정감사가 열리지만 이대로라면 외교 안보 경제 등 모든 이슈가 '조국 감사'에 묻힐 판이다. 표류하는 민생은 더욱 분노할 것이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재인 정부다. 검찰개혁도 중요한 국정과제지만 이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니 개혁에 앞서 사람이 먼저다. 온갖 의혹과 허물도 모자라 자신이 받고 있는 수사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시비에 휘말린 법무부장관은 적격자가 아니다. 흠결이 차고 넘치는 장수의 칼로는 개혁은커녕 무조차 벨 수 없다.사람이 어디 그리 만만한가.
장관 한 사람으로 국정이 블랙홀에 빠졌다. 나라를 생각하는 대통령이라면 결단해야 한다. 수사는 검찰에 맡기고 제발 국정을 챙기기 바란다. 갈등과 분열을 끝내야 한다. 대통령이 지켜야 할 조국은 조국(曺國)이 아니고 조국(祖國)이다. 답을 내려야 할 때다. 국민이 그리 만만한가.
[미디어펜=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