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수출 부진이 끝날줄 모르고 이어지는 가운데 대외적인 리스크에 집중하기 보다는 내부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447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동월 대비 11.7% 감소하면서 10개월 연속 감소세가 지속됐다.
산업부는 수출 감소 요인으로 △미중 경제전쟁 심화 및 일본 수출 규제 등 대외 여건 악화 △기저효과 △반도체 D램 단가 하락세 지속 등을 꼽았으며, 미국·중국·독일 등 세계 경제를 이끄는 국가들의 경기 침체가 확산되면서 주요국 수출도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평균 수출(21억8000만달러)이 3개월 만에 20억달러선을 회복하는 등 올해 최고치를 기록하고, 수출 물량도 1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크게 늘어났다고 부연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정부는 수출 분위기 반전을 위해 민관합동 총력 지원에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며 "향후에도 단기 수출활력 제고와 병행, 우리 수출의 근본적 경쟁력 강화 및 수출 체질 개선을 위한 수출구조 4대(기업·시장·품목·인프라) 혁신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신항에 정박 중인 선박과 컨테이너 야드 전경. /사진=한국선주협회
그러나 제조업 경쟁력 하락이 지속되고 일명 '좀비기업'으로 불리는 한계기업이 늘어나는 현상을 해소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달 18일 부산에서 열린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회의'에서 "산업구조 고도화와 구조조정 재원들이 일부 취약한 기업들의 연명에 쓰이고 있다는 현장의 의견들이 여전하다"면서 "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젊은 기업들에 많은 재원이 배분될 수 있도록 정책별 인센티브 구조를 들여다보면 좋겠다"고 촉구한 바 있다.
박 회장은 "각축전이 되고 있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구시대적 법과 제도로 인해 손발이 묶여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면서 "기업 미래를 위한 투자 활동이 부진한 것도 폐쇄적 규제 환경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외부감사를 받는 2만2869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한계기업의 비중이 14.2%(3236개)로 나타났다. 한계기업은 3년간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곳으로, 영업이익으로 은행이자를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을 뜻한다. 2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기업도 2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업 생산능력도 저하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제조업 생산능력은 전년 대비 1.0% 하락했으며, 5월(-0.9%)·6월(-1.5%)·7월(-1.5%)·8월(-1.9%)에도 같은 추세가 기록됐다.
수출 증감 추이(단위:%)/자료=산업통상자원부
업계는 반도체·석유화학·석유제품 등 일명 '빅3'로 불리는 주력품목이 수출 물량이 급감하지 않았음에도 단가 부진으로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표명하고 있다. 반도체는 D램, 석유화학과 석유제품은 국제유가 하락 및 역내 설비 증가 등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간 장치산업 포트폴리오의 상당수가 중국에 집중된 것을 근거로 수출지역 다변화 및 대중국 의존도 감소가 필수라는 견해도 표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경제가 엄중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말하면서 국감에 기업인들을 줄줄이 소환하는 등 경영활동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고부가 제품 개발에 필요한 R&D 관련 세제 역시 글로벌 스탠다드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임종화 경기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는 "지금의 수출부진은 중국 제조업 경기 둔화 등으로 이미 예견된 사태"라면서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돈을 풀어서 수출을 늘린다는 발상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임 교수는 "동남아 시장이 개척됐다고 하지만, 스마트폰의 비중이 높다"며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시켰다는 것은 한국이 아세안 기구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으며, 일본과의 관계개선이 진행돼야 이같은 기구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