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앞뒤 안 맞는 국토부…상한제 보완책 실효성 미비

2019-10-02 14:16 | 손희연 기자 | son@mediapen.com

서울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손희연 기자]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보완책을 내놓으면서 한발 물러섰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경우 민간 분양가상한제 개정이 완료된 뒤 6개월 안에 입주자모집공고를 할 경우 분양가상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업계에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이 정부가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를 타깃으로 삼고 내놓은 대책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재건축·재개발 단지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과 공급 감소 우려로 인한 시장 부작용이 발생하자 정부가 급히 태도를 바꾸면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손질했다. 다만 재건축·재개발 단지 6개월 유예기간도 실효성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을 기존 투기과열지구 지정 방식이 아니라 동 단위로 핀셋 지정하는 내용이 담긴 '최근 부동산시장 점검결과 및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 및 시기는 이달 말 시행령 개정 뒤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다.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은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기를 사실상 6개월 유예하면서 숨통이 트이게 됐다. 정부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경우 민간 분양가상한제 개정이 완료된 뒤 6개월 안에 입주자모집공고를 할 경우 분양가상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 발표를 하자 서울 재건축·재개발 조합 등에선 소급 적용에 따른 사유재산 침해라며 반발이 거셌다. 분양가가 낮아지면 기대이익은 줄고 내야 할 부담금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어 공급 물량 감소 우려로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청약 시장도 과열되는 등 시장 부작용도 잇따르게 나타났다. 이에 업계에선 이번 보완대책이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사유 재산 침해 및 공급축소 우려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핀셋규제'와 '속도조절' 양상이 뚜렷한 시그널로 보고있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보완책을 놓고 앞뒤가 안 맞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동안 국토부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단지도 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어 국토부는 공급 감소는 없다며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정비사업도 상한제가 적용될 수 있다는 근거를 상세히 설명했었다.  

애초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내든 것은 고분양가로 이어지는 서울 집값 과열 현상을 막고, 집값 안정화를 실현시키기 위함이다. 이에 업계에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은 사실상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을 타깃으로 삼은 것으로 바라본다. 올 상반기 서울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으로 선회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후분양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을 받을 필요가 없어 건설사가 분양가를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다. 이에 따른 분양가 상승이 이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서울 집값에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시행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상한제 시행 예고에 따른 재건축·재개발 단지 조합들의 반발과 공급 부족 우려에 따른 시장 과열 등 부작용이 계속 나타나자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시행 유예기간을 주면서 태도를 바꿨다. 시장 반발이 거세자 재건축 시장을 다시 풀어 주는 셈이 됐다. 정책 시그널이 바뀌면서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깨져 시장 혼란만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우선 시장에선 공급 부족 우려가 일시적으로 해소돼 신축 아파트 중심으로 나타나는 집값 과열 현상은 단기적으로 위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로또 청약' 단지의 기대감만 쌓여 청약 시장은 오히려 더 과열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는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적으로 공급부족 우려에 따른 신축 쏠림현상은 다소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재건축 관리처분인가 단지에 대해 분양가상한제 6개월 유예를 줌으로써 이들 단지는 입주자모집공고일을 앞당길 가능성이 크다”며 “밀어내기식 분양으로 물량이 나오면서 분양가격이 시세보다 낮은 '로또 청약' 단지들이 많아져 청약 과열 현상은 더 짙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분양을 서두를 것으로 보이면서, 공급 물량이 대거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서울은 61개, 6만8000가구 재건축·재개발 물량이 공급을 대기 중에 있다. 

다만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더라도 분양 보증을 받으려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라는 문턱을 넘어야 하는 만큼 분양가 책정이 시일이 걸릴 수도 있다. 또한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분양을 하지 않은 단지들 중 6개월 안에 입주자모집신청(분양)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면 이주·철거에서 1년 이상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서 발급, 구청의 분양승인 등의 절차를 거친다. 이주 지연이나 민원 발생, 분양가 협의 등으로 모든 절차를 6개월 안에 마무리하기는 사실상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공급 부족 우려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재건축 단지 가격 상승만 부추길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 발표 이후 도시정비사업 단지들 집값이 어느 정도 조정을 받았는데 6개월 내 다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또 6개월 후에는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할 테니까 기존보다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가상한제 대상지가 동 단위로 지정된다지만 서울이 거의 대부분 해당 되면 결국 주택 공급 부족을 완화가 실현되지 않고, 신규 아파트 가치가 더 올라갈 것이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손희연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