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들 전경./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손희연 기자]정부가 이달부터 연말까지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불법거래 합동점검에 나선다. 정부가 최근 서울 집값이 과열되는 등 갭투자와 이상거래 징후가 늘어나자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유인책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서울 부동산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눈치전'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연말까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국세청, 금융감독원, 서울시 등 총 32개 기관이 합동으로 서울 주택시장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조사 대상은 8~9월 거래신고 건 중 업·다운계약 의심거래, 편법증여 의심사례, 차입금이 과다한 고가주택 거래 등이다. 특히 국토부는 최근 집값 상승률이 높았던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서대문구 등을 집중 조사할 예정이며 이상거래로 의심되는 1200건을 우선 조사한다.
집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보증금을 승계해 매수하는 갭투자 비중도 지난 3월 46.3%, 4월 47.3%, 5월 48%, 6월 52.9%에서 8월 58.8%까지 상승했다. 차입금이 과다하거나 이상거래 의심 건수 비중도 4∼6월 약 300건에서 6∼8월 약 700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실제 불법 거래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며 이상거래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시장 점검 결과 및 보완 방안’자료에 따르면 강남구 C아파트 전용면적 174.7㎡가 30억원에 거래됐다. 매수자는 34세 A씨다. A씨는 아파트 거래액 30억 중 19억원이 임대보증금이고 11억원은 차입금이었다.
서초구 A아파트 135.9㎡는 36억원에 거래됐다. 매수자는 41세 B씨로 아파트 거래액 36억 중 자기자금은 3억2700만원에 그쳤다. 거래액 중 자기자금은 뺀 나머지 32억7300만원(임대보증금 7억 포함)은 차입금이었다.
이처럼 정부는 최근 이상 거래로 보이는 곳을 중심으로 자금조달 계획서와 실거래 자료를 토대로 자금출처 등을 면밀하게 조사할 방침이다.
아울러 내년 1월부터 국토부를 중심으로 실거래 불법행위, 이상거래로 인한 시장 교란 근절을 위한 ‘상시조사체계’를 단계별로 운영한다.
국토부 조사권한 부여가 가동되는 내년 2월 21일 이전에는 상시조사체계를 구축해 31개 투기과열지구 지역에서 시장 과열이 나타날 경우 집중조사를 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2월 21일 이후에는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은 실거래상설조사팀을 구성해 전국의 실거래 모니터링을 통해 이상거래가 발생하면 즉시 조사에 착수한다.
이에 서울 부동산 시장은 벌써부터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10·1대책 때 부동산 시장 불법 점검에 나선다고 발표하자 매수자들이 숨을 죽이는 모습이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자는 "정부가 불법거래 합동점검을 예고하고, 자금조달까지 조사한다고 나서자 매수자들이 ‘눈치전'에 들어간 것 같다"며 "최근 들어서는 매수 문의가 많이 줄었고, 합동점검 실시가 연말까지 이어진다고 하니관망세를 보일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합동점검에 따른 시장의 위축세가 그렇게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합동점검에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 등 거래시장이 위축될 것이다”며 “다만 금리 인하와 상한제 도입에 따른 주택 공급 감소 우려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려서 서울 집값이 대폭 하락하진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또한 강남권 고가 아파트 거래는 대부분 전문컨설팅을 통해 대출이 진행된 경우가 많아 위법사항이 없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한편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조사 계획과 일정은 추후 별도로 발표한다.
[미디어펜=손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