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일부 자동차강판의 가격을 인상키로 하면서 현대제철-현대·기아차 협상에도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사진=포스코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철강업계 '맏형' 포스코가 일부 자동차강판의 가격을 인상키로 하면서 업계에 가격 인상 러시를 불러 일으킬지 주목된다. 원재료 값 급등을 고려해 일찌감치 자동차 강판 가격을 올렸어야 했지만 모기업 힘에 밀려 이익률 감소를 떠안았던 현대제철은 가격 인상을 벼르고 있다.
철강 제품 가격 상승은 후방산업인 조선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포스코·현대제철이 후판 값을 올려도 치열한 수주 경쟁 탓에 선박 가격에 전가하기 힘들어 조선업계는 철강사의 제품 가격 인상 움직임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가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현대제철이 현대·기아차와의 협상에서 입김이 세질지 관심이 쏠린다.
포스코는 지난 달 냉연강판과 산세강판, 용융아연도금강판 등 가격을 톤당 각각 2만~3만원 올린 데 이어 국내 한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공급하는 일부 자동차 강판 가격을 톤당 2만~3만원 인상키로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과 국제 시황, 일본 철강-자동차업계 강판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인상”이라고 설명했다.
쇳물을 만들 때 사용되는 주원료인 철광석 가격은 올해 거침없이 올랐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올해 1월 초 톤당 72달러 수준이었지만 지난 7월부터 약 1달간 100달러를 웃돌았다.
하지만 포스코는 물론 현대제철은 후방산업 침체로 철강제품 가격 상승이 제한되며 제품을 잘 팔고도 수익성은 뒷걸음쳤다. 현대제철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3.5% 대폭 감소한 4451억원에 그쳤다.
현재 현대제철은 모기업인 현기차의 해외 생산거점에 동반진출하며 스틸서비스센터(SSC)를 설립해 맞춤형 자동차강판을 가공·제공 중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3월부터 인도에 연간 30만대 규모의 완성차 물량에 대응한 아난타푸르 신규 SSC를 가동했다. 이 외에도 멕시코, 중국 등에서 현기차 공장에 맞춰 SSC를 구축했다. 현대제철 별도기준 실적의 60% 이상은 차강판에서 나오는 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현기차로부터 나온다. 결국 현대제철 성장은 확실한 수요처인 모기업에 좌우되고 있는 셈으로 수익성 제고를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을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기차가 실적이 부진했을 때 현대제철은 그야말로 '밑지는 장사'를 했지만 최근 모기업이 개선 조짐을 보이는 데다 인상 요인들이 이어지고 있어 현대제철-현기차 협상에도 탄력을 줄 것"이라며 "다만 모기업의 영업이익률이 여전히 5% 내외로 낮은 점 등으로 3만원 내외의 인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조선업계는 철강업계가 후판 가격을 인상할 경우 원가 절감을 위한 압박은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철강업계가 가격인상에 시동을 걸자 수요산업인 조선업계는 업황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조원가 부담이 높아질까 우려하고 있다.
현재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선박 건조에 쓰이는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가격 인상이 여의치 않다. 철강업계는 지난해 상·하반기 5만~7만원 후판 가격을 인상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동결했다.
후판은 선박 건조 비용에서 20%가량 차지해 조선사들은 후판가격 변화에 민감하다. LNG(액화천연가스)선 등 수주가 이어지고 있지만 선가는 떨어지며 기저효과인 상황에서 후판가격까지 올리면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강하다. 반면 철강업계는 후판 사업부분 적자가 지속돼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후판에서 매출비중이 큰 조선향 후판가격 인상에 애를 먹어 수익성 확보가 힘들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후판 값을 올린다고 해도 선박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다. 경쟁이 가열되면서 가격을 올리면 수주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철강업계는 한 사업부의 적자지만 구조조정이 여전한 조선업계 입장에서 후판가격 인상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큰 악재"라고 토로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