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여명 서울시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해 “서울시민 모두의 시장이 돼 달라”고 전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규탄 집회와 조 장관 수호 집회를 대하는 박 시장의 태도가 확연히 다른 것에 대한 일침이다.
여 의원은 8일 공개서한을 통해 “최근 여러 언론보도에서 시장님이 지난 3일 광화문의 조국 규탄집회에는 화장실을 설치하지 않았고, 5일 서초동 조국 수호 집회에는 화장실을 무려 20개를 설치하고 막차 시간까지 늘려준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시장님이 그렇게 유치한 잣대로 서울시민을 대하진 않았을 듯 하고, 어제 오전 한 인터뷰에서도 ‘서울시민에 보수와 진보가 어딨나. 10월 3일 집회에 대해서도 똑같이 지시했다’고 하셨기에 관할 부서인 서울시 교통정책과에 문의를 해봤다”고 말했다.
문의 결과 “최근 대규모 집회와 시위가 예정된 부분이 있으니 간이화장실 설치 등을 포함한 대책에 대해 검토”하라는 내용의 공문이 존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여 의원은 “그렇다면 서울교통공사가 자체 판단으로 조국 규탄집회에는 화장실을 설치하지 않고, 조국 수호 집회에만 화장실을 20개 설치하고 또 막차 시간까지 조정한 것인지 감사 기관의 한사람으로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엄중히 문책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광장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무엇이건 간에 시장님이 서울의 행정수장으로서 오직 시민만 생각할 때, 시장님이 말씀하신 다양한 의견과 목소리가 조율되는 민주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공개서한 전문이다.
<공개 서한> "박원순 시장님! 서울시민 모두의 시장이 되어주세요"
시장님, 오늘도 서울시정에 노고가 많으십니다. 정치란, 특히 지방정부의 정치란 사람을 향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 서울시민들을 향한 시장님의 살뜰한 관심이 녹아나는 정책들을 보며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시장님, 조국 장관 발 시국이 시민들을 둘로 나누고, 광장을 둘로 쪼개고 있습니다. 시장님이 자주 뿌듯해 하셨듯 광장민주주의·직접민주주의란 방식에 이젠 더 많은 시민들이 익숙해지고, 또 의견을 표출하는데 적극적이 되었습니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광장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대하는 시장님과 서울시의 태도입니다. 최근 여러 언론보도에서 시장님이 지난 3일 광화문의 조국 규탄집회에는 화장실을 설치하지 않았고, 5일 서초동 조국 수호 집회에는 화장실을 무려 20개를 설치하고 막차 시간까지 늘려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시장님이 그렇게 유치한 잣대로 서울시민을 대하진 않았을 듯 하고, 어제 오전 한 인터뷰에서도 “서울시민에 보수와 진보가 어딨나. 10월 3일 집회에 대해서도 똑같이 지시했다”라고 하셨기에 관할 부서인 서울시 교통정책과에 문의를 해봤습니다.
문의 결과 “최근 대규모 집회와 시위가 예정된 부분이 있으니 간이화장실 설치 등을 포함한 대책에 대해 검토”하라는 내용의 공문이 한 개 존재하더군요.
그렇다면 서울교통공사가 자체 판단으로 조국 규탄집회에는 화장실을 설치하지 않고, 조국 수호 집회에만 화장실을 20개 설치하고 또 막차 시간까지 조정한 것인지 감사 기관의 한사람으로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엄중히 문책하셔야 할 사안입니다.
서울교통공사의 오버로 인해 조국 수호 집회가 서울시의 관제데모라는 오명까지 받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광화문에는 개방형 화장실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십니다. 그러나 그 개방형 화장실들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시청 관계자와 관공서 공무원들 아니면 알기 힘든 정보입니다. 교통공사가 시장님의 지시를 잘 이행하고자 했었으면 최소한 개방형 화장실이 어디 어디 있는지 임시 표지판을 만들어놨을 것입니다.
이것은 공무원의 직무유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편 공문을 자세히 살펴보니, 서울시에서 버스정책과와 교통공사에 공문을 내릴 때 “광화문 광장 2만8000여 명, 서초동 100만 명”으로 예상인원을 하달하였습니다.
이 인원수가 교통공사에서 ‘광화문광장에는 인원이 적고 서초동에는 많으니 이동식 화장실은 서초동에만 설치하는 것이 맞겠지’라는 오판을 내리게 했을 것이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광화문과 서초동 집회의 인원 예상은 누가 한 것인지 역시 문책 대상입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시장님은 조국 규탄집회에 참가한 일부 시민들이 사적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폭력·불법을 말씀하시며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정작 시장님은 일부 종북 성향 대학생들이 세종대왕동상을 밟고 올라가 기습 점거 시위를 벌일 때는 늘 조용하셨습니다.
시장님, 서울시민에 보수와 진보가 어딨냐는 말씀에 감동 받았습니다. 또한 광화문에 쏟아져 나온 수십만의 시민들이 보수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광장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무엇이건 간에 시장님이 서울의 행정수장으로서 오직 시민만 생각할 때, 시장님이 말씀하신 다양한 의견과 목소리가 조율되는 민주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2019.10.8.
서울시의원 여 명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