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조국 사태’로 대한민국이 두 동강 났다는 말이 사람들의 입버릇처럼 돌자 문재인 대통령이 첫 공식발언을 냈다. 키워드는 “국론 분열이 아니다” “국민 뜻은 검찰개혁”이었다.
조국 법무부장관 가족을 둘러싼 비리 의혹이 실체를 드러내면서 부인 정경심 교수가 기소됐고, 동생 조권이 구속영장심사를 받기에 이르렀지만 이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7일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집회에 참여한 국민들에 대해선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민주주의 행위를 한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문 대통령은 조국 사태를 ‘정의’에 반하고 ‘양심’에 어긋나며 ‘도덕’이 실종된 문제로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번 사태를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과 반대하는 국민들의 정치적인 대립으로 치부하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으로서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국민들 편에 섰다.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하나로 모아지는 국민의 뜻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보장 못지 않게 검찰개혁이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법무부와 검찰은 크게 보면 한몸이라는 사실을 유념해달라”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조국 법무부장관을 인정하고 함께 개혁의 길에 나서라는 압박이다. 달리 해석하면 윤 총장이 조 장관을 향해 빼든 칼을 거두라는 말과 뭐가 다른지 알 수 없다.
조국 법무부장관 퇴진을 주장하는 범보수우파 시민들이 3일 오후 1시부터 서울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미디어펜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많은 국민들의 의견을 온 사회가 경청하는 시간도 가진 만큼 이제 문제를 절차에 따라 해결해나가자”고 했다.
결국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꿈쩍도 하지 않을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다양한 의혹에 조 장관 본인이 연루되지 않았을 것이라 믿기 힘든 상황에서 향후 검찰 수사와 법원 심리가 온전히 보장될지 의문스럽다. 이 정권에서도 검찰과 법원의 정치적 중립이 보장될 기회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지금 여권이 ‘조국 퇴진’ 목소리를 ‘검찰개혁 반대’로 몰아가고, ‘조국 수호’가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것으로 둔갑시킨 것은 당장 내년 총선에서 심판받을 것이다. 역대 정권의 온갖 비리와 잘못 중에서 으뜸가는 국민을 기만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 장관을 둘러싼 의혹을 고구마줄기를 캐내듯 수사하고 있다. 법원에서 속속 발부되는 영장이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국민들은 수사받는 장관을 거부하고 있을 뿐이다. 이를 ‘개혁 반대’나 ‘진영 논리’로 치부하는 여권의 정치 논리가 기가 막힐 뿐이다.
조 장관은 그의 아내가 세 번째 검찰에 소환되고, 영장심사를 회피하려던 동생이 강제구인된 8일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온 국민이 통탄해야 할 이런 날 조 장관이 검찰을 향해 외친 “조직 자체 또는 카르텔을 위해 존재해서는 안된다”는 말은 현 정권이 벌이고 있는 행태 그 자체여서 공허할 뿐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